[풋볼리스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프리시즌 투어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상대 팀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컨디션을 유지하며 충분한 출전 시간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부상자 발생을 최소화하며 팀의 조직력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맨유는 바쁘다. 다른 팀들 보다 빠르게 새 시즌을 맞이한다. 내달 8일 레알마드리드와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을 시작으로 장기 레이스에 돌입한다. 이에 앞서 맨유는 총 7회의 프리시즌 경기를 소화한다. 이미 6회가 진행됐다. 맨유는 지난 달 16일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서 LA갤럭시와 맞붙으며 프리시즌 투어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맨유의 진정한 상대는 시차와 살인적 이동 거리
맨유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소속 팀들 뿐만 아니라 레알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맨체스터시티 등 유럽 정상급 팀들과 맞붙으며 진검 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진정한 적은 스케줄 자체다. 약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맨유의 이동 거리는 자세히 보면 시차를 뛰어 넘어야 하는 스케줄이다. 처음 맨체스터에서 LA까지 이동하며 10시간 50분의 비행을 시작한 맨유는 다시 맨체스터로 돌아가기까지 솔트레이크, 휴스턴, 산호세, 워싱턴DC 등의 도시를 거치며 최소 6회 이상, 2만 4천여 킬로미터를 비행했다. 비행에 뒤따른 것은 시차였다. 첫 목적지인 LA는 맨체스터와 -8시간의 시차가 존재했고, 이틀 후 솔트레이크는 LA와 1시간의 시차가 존재했다. 사흘 후 목적지인 휴스턴은 솔트레이크와 1시간의 시차, 다음 목적지 산호세는 솔트레이크와 2시간, 워싱턴DC는 솔트레이크와 3시간의 시차가 존재했다. 맨유는 모든 27일 바르셀로나와의 대결을 끝으로 맨체스터로 복귀했다. 워싱턴DC와 다시 5시간의 시차가 존재했다. 그리고 이틀 만에 1시간의 시차가 존재하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발레랑가와 맞붙고 다시 맨체스터로 복귀했다. 

#극단적인 시차 적응? ‘무시가 전략’
LA부터 오슬로까지 보름 동안 맨유의 시차는 그야말로 재앙이나 다름 없었다. 그라운드 밖의 보이지 않는 적이었다. 통상적으로 정상적인 성인의 신체가 1시간의 시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1일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맨유는 2~3일 단위로 적게는 1시간, 많게는 8시간의 시차와 맞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뉴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시차의 어려움을 잘 극복했고, 부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프리시즌 투어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있는 것이다. 맨유의 시차 적응 비법은 ‘무시’였다. 처음 LA에 도착한 후 몇 차례 다른 시차의 도시를 오가는 동안 모든 도시의 표준이 될 수 있는 선수단만의 시차를 설정한 후 이동과 관계 없이 생활토록 했다. 수면과 식사, 훈련과 회복 등 모든 것을 특정 시차에 맞게 행동했다. 맨유는 미국에서만 다섯 차례 시차 변동을 겪었지만 실제로 시차 적응은 처음 LA에 도착했던 1회에 불과했다. 

#전문가가 알려주는 시차적응법 
시차를 무시하는 시차적응법은 맨유만의 비법이 아니다. 짧은 기간에 이동과 훈련, 경기를 소화하는 스포츠 선수들과 팀에게는 보편적인 방법이다. 지난 여름 중국에서 프리시즌 투어를 한 보루시아도르트문트는 경기 24시간 전 중국 상하이에 도착했다. 당시 토마스 투헬 감독은 모든 생활을 독일 시간에 맞게 진행했다. 중국 현지 시간 새벽 3시에 훈련을 하고 동이 틀 무렵 저녁 식사를 하고 선수들에게 취침에 들도록 했다. 올 여름 전세계 각지에서 인터네셔널챔피언스컵(ICC) 등 프리시즌 일정을 소화하는 복수의 팀들이 현지의 시차를 무시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윈회 출신으로 국내 스포츠의학 권위자인 정태석 박사(스피크 재활의학과/퍼포먼스센터 원장)는 운동 선수들의 시차 극복법에 대해 “(짧은 기간에 시차 변동이 많은) 극단적 경우에는 선수들이 시차 변동에 따라 신체 변화를 겪지 않도록 무시하는 방법이 있고, 사전에 멜라토닌 등 약물을 복용해 수면 호르몬을 조절하는 방법이 있다”고 알렸다. 더불어 “목적지 시차에 미리 적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출발 전 혹은 목적지 도착 후 선수가 생활하는 반경의 일조량을 (암막커튼, 인공백색조명 등으로) 조절해 시차 적응을 돕는 방법도 있다. 일부 스포츠 구단은 이를 위해 특별한 조명 기구를 구비한 팀들도 있다”며 “시차적응이 컨디션에 주는 영향은 상당하다. 부상 등의 위험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고 덧붙였다.

한편 맨유의 마지막 시차 적응은 앞선 사례보다 훨씬 수월할 전망이다. 오는 2일 아일랜드 더블린에 위치한 아비바 스타디움에서 삼프도리아와 프리시즌 마지막 경기를 가진다. 더블린과 맨체스터의 시차는 45분에 불과하다. 맨유는 시차를 무시하고 마지막 프리시즌 경기를 소화할 예정이다.
 
글=김동환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김동환은 박지성과 함께 세계 최고의 축구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올드 트라포드에서 근무한 한국인이다. <김동환의 축구版>은 국내외를 넘나들며 위트있는 시각으로 축구를 바라본다. 현재 풋볼리스트 기자, SPOTV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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