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볼리스트]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1부 리그를 '4대 빅리그'라고 부른다. 2018년부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4팀이 직행하는 4개 리그 중 이탈리아 세리에A만 국내 중계가 없다. 매력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주목도는 떨어진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유벤투스가 흔들릴 거라는 예상은 5년에 걸쳐 빗나갔다. 이번엔 다를까? 유벤투스 감독과 선수는 모두 어려운 시즌을 예상하고 있다. 중위권으로 추락해 있던 AC밀란과 인테르밀란이 부활 희망을 키워가고, 유벤투스는 과도기를 겪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0년대는 처음부터 유벤투스(2016/2017시즌 1위)의 시대였다. 유벤투스는 지난 시즌 우승으로 6연패를 달성했다. 인테르밀란이 2005/2006시즌부터 2009/2010시즌까지 달성한 5연패 기록을 깼다. 당시 인테르는 연속 우승의 마지막 불꽃을 태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와 코파이탈리아까지 우승하는 3관왕을 달성하고 혼란기로 들어섰다. 유벤투스는 UCL 결승에서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지만, 대신 세리에A에서는 더 현명한 운영을 하며 전성기를 계속 연장시키고 있다.
유벤투스는 올해 일곱 번째 연속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유벤투스는 더 어려운 도전을 예상하고 있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프리미엄 스포르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는 모든 라이벌 팀들이 강해졌다. 훨씬 어려운 시즌이 될 거다”라고 전망했다. “7연속 스쿠데토(세리에A 우승)는 복잡한 문제다. 그러나 우리의 최우선 목표기도 하다”라며 각오를 밝혔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예고한 주장 잔루이지 부폰도 “아주 어려운 시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벤투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여름도 숨가쁜 이적시장을 보내야 했다. 유벤투스 선수단은 2007년 승격 이후 서서히 강해져 2014/2015시즌 정점에 달했다. 이후 선수 이탈이 이어졌다. 2015년 여름에 안드레아 피를로, 아르투로 비달이 빠져나가 미드필드 조합이 깨졌고 공격의 핵 카를로스 테베스도 떠나갔다. 2016년에는 미드필더 폴 포그바가, 공격수 알바로 모라타가 떠나갔다. 유벤투스는 파울로 디발라, 자미 케디라, 마리오 만주키치, 미랄렘 퍄니치 등을 영입하며 공백에 대처했다. 한편 레프트백 알렉스 산드루를 충원하고 공격수 곤살로 이과인을 세리에A 최고 이적료로 영입하는 등 현상 유지에 머무르지 않고 전력을 강화하는 작업도 해 왔다.
올여름도 전력 변화의 폭이 크다. 미드필드와 공격이 매 시즌 격변을 겪는 와중에도 유벤투스 수비진은 팀을 지키는 근간이었다. 그 핵심이었던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AC밀란으로 떠났다. 라이트백 다니 아우베스는 단 한 시즌만에 파리생제르맹으로 떠났다. 유벤투스는 기존 센터백들을 믿고 추가 수비수 영입을 하지 않았다. 아우베스의 자리는 이탈리아 대표 풀백 마티아 데실리오로 메웠는데, 아우베스만큼 수준 높은 대체자는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대신 유벤투스는 공격진을 강화했다. 윙어 더글라스 코스타, 측면과 중앙에서 모두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를 영입했다. 코스타를 공격적인 윙백으로 활용하는 스리백도, 2선의 파괴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4-2-3-1도 무리 없이 운용할 수 있는 선수단이다. 지난 10년간 공격 강화에 가장 과감하게 투자한 시즌이기도 하다. 부폰의 후계자 보이치에흐 슈쳉스니를 미리 영입해 뒀다.
알레그리 감독은 유벤투스가 흔들릴 경우 치고 올라올 수 있는 경쟁자로 ‘1+3+1’을 거론했다. “지난 시즌 로마는 승점 87점을 따냈다. 그들의 역사상 최고 승점이었다. 그러므로 우리의 가장 큰 라이벌이다. 그러나 나폴리, 밀란, 인테르밀란 모두 스쿠데토를 두고 경쟁할 것이다. 라치오도 무시할 수 없다.” 부폰도 로마, 인테르, 밀란, 나폴리를 경계했다.
5년간 유벤투스의 가장 큰 경쟁 상대는 로마와 나폴리였다. 최근 5시즌 동안 로마는 준우승 3회와 3위 1회를 기록했다. 나폴리는 준우승 2회, 3위 2회였다. 두 팀이 유벤투스를 열심히 추격했지만 따라잡지는 못했다. 알레그리 감독의 말대로 지난 시즌 로마의 승점 87점은 충분히 우승도 노릴 수 있는 점수였다. 그러나 승점 4점차로 유벤투스가 우승했다. 나폴리는 승점 86점이었다.
로마(2016/2017시즌 2위)는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의 후임으로 에우세비오 디프란체스코 감독을 선임했다. 단장은 세비야의 ‘거상’으로 유명한 몬치를 영입했다. 과도기를 겪을 위험이 있지만, 지난 시즌 득점왕 에딘 제코는 로마가 발전 중이라고 자신했다. 친선 경기에서 UCL 우승을 노릴만한 강팀들을 상대로 다득점을 했다는 걸 근거로 들었다. 로마는 3경기에서 5득점했다.
나폴리(2016/2017시즌 3위)는 전력 변화가 적다는 것이 오히려 장점이다. 나폴리는 세리에A에서 가장 전술 철학이 확고하고 스타일리시한 팀이다. 수년간 젊은 선수 위주로 선수단을 개편했고, 로렌초 인시녜와 마렉 함식 등 핵심 멤버들이 일제히 전성기에 돌입했다. 지난해 영입한 피오트르 치엘린스키, 아마두 디아와라 등 젊은 선수들이 과도기를 거쳐 전력에 본격적인 보탬이 될 준비 중이다.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거른 아르카디우스 밀리크가 제대로 된 시즌을 예고했다. 함식은 “축구 잘 한다는 칭찬 말고 우승을 원한다”며 스쿠데토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프리 시즌 대회에 불참하는 대신 집중도 높은 훈련을 진행 중이고, 어느 때보다 열정적인 분위기라는 증언이 전해지고 있다.
밀란(2016/2017시즌 6위)은 큰 폭의 전력 상승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ICC)에서 주전을 제대로 가동하지 않고도 바이에른뮌헨을 4-0으로 대파하며 기대를 더욱 높였다. 안드레 실바, 하칸 찰하노글루, 안드레아 콘티, 레오나르도 보누치, 루카스 비글리아, 마테오 무사치오, 리카르도 로드리게스, 프랑크 케시에 등 베스트 멤버 중 두세 명만 남기고 모두 교체할 수 있는 수준의 영입이 단행됐다.
아직 밀란은 미완성이다. 유망주인 실바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최전방 공격수를 노리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없다. 현재로선 첼시에서 이탈 수순을 밟고 있는 디에구 코스타의 임대 영입이 유력하다. 불안한 전력으로 UEFA 유로파리그 예선을 시작한 밀란은 루마니아 클럽 크라이오바를 상대로 아슬아슬한 1-0 승리에 그쳤다. 중상위권에서 역량을 발휘해 온 빈첸조 몬텔라 감독이 우승 경쟁도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인테르(2016/2017시즌 7위)는 선수 영입이 지지부진하지만, ICC에서 3전 전승을 거두며 기대가 확 솟구친 팀이다. 바이에른뮌헨, 첼시를 상대로 모두 승리했다. 이미 화려한 선수단을 갖추고 있지만 질서가 없던 팀에 스팔레티 감독이 콘셉트를 부여해나가고 있다. 그라운드에서 경기 운영을 할 선수가 없다는 치명적 약점은 노장 보르하 발레로 영입으로 해결했다.
인테르는 발레로 영입을 통한 ‘피를로 효과’를 꿈꾼다. 발레로는 32세 노장이다. 피를로가 AC밀란에서 유벤투스로 팀을 옮겼을 때와 같은 나이다. 피를로는 이미 하향세라는 시선에 반박하듯 유벤투스에 4년 연속 우승을 선사했다. 발레로가 피를로만큼 널리 인정받는 선수는 아니지만, 기술과 지능은 늘 높은 평가를 받았다. 노련하고 클래스 있는 미드필더로서 팀 전체에 상승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AC밀란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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