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조동건의 공격수 인생 10년을 통틀어 골키퍼가 가장 작게 보인 골이었다. 조동건은 중앙선에서 날린 장거리 슛으로 사간도스의 승리를 이끌었다. 공의 비행 거리는 약 51m였고, 골키퍼 머리 위와 골대 아래를 지나 정확하게 골대 안에 떨어졌다.

지난 7월 30일, 사간도스가 산프레체히로시마를 상대로 1-0으로 승리했다. 교체 투입된 공격수 조동건의 득점이 이날 유일한 골이었다. 조동건은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뛰면서 팀내 최다인 5골을 넣었다. 147분당 한 골이다.

K리그에서 9년간 뛴 뒤 올해 처음 해외로 진출한 조동건은 컨디션이 좋다. 두 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시즌 두 자릿수 득점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국가대표로 발탁될 정도로 다재다능한 능력을 갖췄지만 때론 출장 시간이 부족해, 때론 다양한 포지션을 옮겨다니느라 꾸준히 활약하지 못했다. 가장 큰 변수는 심리 상태였다. 조동건은 데뷔 이후 가장 안정적인 환경에서, 가장 자신감 넘치는 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요헤이 도요다 선수가 패스해준 공을 중앙선에서 받았는데, 앞에 수비 두세 명이 먼저 보였어요. 그 너머에 골키퍼가 작게 보였는데 앞으로 많이 나와 있더라고요. 때려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넘어지면서 찼는데도 생각한대로 임팩트가 잘 맞았어요. 이런 골을 처음 넣어봤는데 기분이 좀 다르더라고요. 저로서도 믿어지지 않는 느낌?”

도스는 이 경기 전까지 원정 승리가 하나도 없었다. 교체로 들어간 조동건은 부담스런 상황에서 과감한 플레이를 했고, 멋지게 성공시키며 팀의 원정 첫 승을 이끌었다. K리그에선 이런 플레이를 시도한 기억이 없다. 지금 조동건이 편안한 마음, 큰 자신감을 갖고 뛴다는 뜻이다. 조동건은 성남 시절부터 자신만만하게 경기할 때와 위축됐을 때의 경기력 차이가 큰 편이었다.

시즌 초반은 순탄치 않았다. 이적이 확정되고 도스에 합류한 게 2월이었다. 그 전까지 모교 건국대학교에서 개인 운동을 하며 컨디션 관리를 했지만 팀 훈련만큼 완벽한 감각을 유지할 수 없었다. 시즌 초반엔 출장 기회가 더 적었다. 이탈리아 출신 마시모 피카덴티 감독은 조동건에게 신뢰와 응원을 보냈고, 조동건은 컨디션을 끌어올려 팀 승리를 이끌며 감독에게 보답했다. 조동건이 득점한 경기 중 두 경기에서 한골 차로 승리했고, 두 경기는 비겼다. 승점으로 이어지는 순도 높은 골이다.

“열심히 하니까 감독님이 잘 봐 주시고, 자신감이 생기고, 결과가 좋아지고, 출장 시간이 늘어나고,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할 수 있게 됐어요. 자신감의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스스로도 자신감이 있다고 느끼고, 보는 분들도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한국에서보다 부담은 적고 환경은 생각보다 편해요. 편하게 축구를 하고 있어요.”

도스는 윤정환 현 세레소오사카 감독을 비롯한 한국인들이 1부로 올려놓은 팀이다. 올해 김민우, 백성동, 최성근이 이탈하고 김민혁만 남았지만, 여기에 조동건이 합류했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수비수 정승현과 윙어 안용우(아직 미등록)도 영입됐다. 다시 한국인이 4명으로 늘었다. 팀 관계자와 일본인 동료들도 한국인이 익숙하다. 조동건은 용병 취급을 받지 않고, 큰 부담 없이 경기에 나서고 있다.

조동건의 5골은 의미가 크다. 도스의 ‘살아있는 전설’ 도요다가 이번 시즌 4골에 그치고 있다. 도요다는 2010년부터 7시즌 연속 13골 이상 넣었고, 2부 시절엔 두 번이나 20골을 넘긴 간판 공격수다. 지금도 주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 윙어 빅토르 이바르보는 무득점이다. AS로마에서도 뛰었던 콜롬비아 대표 이바르보는 J리그 최고급 경력을 갖췄지만 아직 플레이에 실속이 부족하다. 결국 조동건의 득점이 팀을 끌어가는 형편이다.

“이바르보는 월드컵도 나갔던 선수답게 확실히 가진 게 많지만 한국 선수들이 팀 플레이는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 컨디션도 100%가 아닌 것 같고요. 충분히 한국 선수들이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 출장 한도가 4명인데, 한국 선수 4명이 모두 출장해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면 정말 기분 좋을 것 같아요.”

개인적인 목표는 10골이다. 공격수라면 두 자릿수 골을 넣어야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조동건의 정규리그 최고 기록은 2011년 성남에서 넣은 7골이다. 시즌이 끝날 때마다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득점 기록이 아쉬웠다.

“두 자리 득점은 언제나 목표였죠. 이젠 컨디션도 괜찮으니 다시 도전해 봐야죠. 팀이 한 자리 순위(현재 10위)로 올라갈 수 있게 하는 것도 목표예요. 앞으로 선발로 더 뛸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해 두려고요.”

일본은 서른한 살에 만난 기회의 땅이다. 내년에 합류할 예정이었던 조동건의 아내와 첫째 아들, 둘째 딸이 최근 일본으로 건너왔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편하다는 조동건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더 많은 출장, 더 많은 골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사진= 유튜브 캡쳐, 사간도스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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