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연길(중국)] 류청 기자= “절대 포기하지 마라! 절대 포기하지 마라!”

 

홈에서 패한 꼴찌 팀, 게다가 강등이 유력한 팀에 이런 응원을 보내는 팬이 있을까?

 

지난달 29일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시 체육장에서 귀를 의심했다. 박태하 감독이 이끄는 연변푸더는 이날 ‘2017 중국슈퍼리그(CSL)’ 19라운드 경기에서 톈진췐젠에 0-2로 패했다. 경기를 잘하고도 압도적인 외국인 선수 기량 차이에 졌다. 알렉산드리 파투에게 전.후반 각각 1골씩 내줬다. 축구는 결과로 말한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패하면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데 팬들은 고개를 숙인 채 운동장을 도는 선수단을 향해 응원을 보냈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 “이겨도 져도 내 형제”

 

경기장을 찾은 1만 8천여 팬 중 대부분이 욕설 대신 응원을 택했다. 몇 주 전에는 박태하 감독 사퇴를 외친 몇몇 팬이 다른 팬들에게 저지 당한 일도 있었다. 한 여성 팬이 이들에게 다가가 강하게 항의했다. 연변이 2000년 갑급리그(2부)로 강등된 이후 15년 만에 CSL 무대로 승격한 게 누구 덕이냐고 따졌다고 한다. 2015시즌을 앞두고 연변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바로 전 시즌 갑급리그에서 꼴지했던 팀을 우승시켰다. 지난 2016시즌에는 CSL에서 9위를 차지했다. 

일반적이지 않은 이 응원에는 이유가 있다. 대다수 연변팬들은 박 감독이 처한 상황 자체를 안타까워한다. 메인 스폰서인 푸더 그룹이 2017시즌들어 단 한 푼도 지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감독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 썼다는 이야기다. 30~40대 젊은층이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10대 때 고 최은택 교수가 이끌던 연변오동이 1997년 1부리그에서 돌풍(4위)을 일으키고도 1998년 8경기만 치르고 경질 당한 것과 2000년 팀이 강등을 봤고, 성인이 돼 자리 잡은 후에는 박 감독이 2015년 팀을 갑급리그 우승으로 이끈 것을 봤다.

 

“팬들이 내게 너무 관대하다.” (박태하)

 

박 감독은 좋지 않은 성적에도 자신을 묵묵히 지지하는 팬들에게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풋볼리스트’와 인터뷰 할 때마다 “팬들이 잘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감독 책임”이라고 했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현지에서 만났을 때도 “팬들이 내게 너무 관대하다”라며 “이 분들은 정말 순수하게 축구를 좋아한다. 물론 감독을 비난하는 팬도 20% 된다. 이것은 팬들의 권리다. 감독이 안고 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팬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패배 자체가 아니라 포기다. 선수 자원도 많지 않고 지원도 적은 연변은 포기하는 순간 2부가 아니라 3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패배 의식에 사로 잡혀 있던 연변을 CSL로 이끈 박 감독을 포기를 몰아낼 적임자로 보고 있다. 일본 유학생인 팬 홍용일 씨(33)는 “오늘(톈진췐젠 경기)처럼 지면 지더라도 화가 나지 않는다.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박 감독은 팬들이 원하는 걸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는 조심스럽게 희망을 입에 올렸다. 연변은 남은 경기 일정이 좋다. 잔류 경쟁을 하는 랴오닝카이신, 톈진테다, 허난전예, 장쑤쑤닝을 모두 홈에서 만난다. 연변은 홈에서는 강점이 있다. 새로 영입한 황일수와 알바니아 대표 라마도 팀 적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연변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회복했다. 황일수는 톈진췐젠 경기가 끝난 후 “하위권 팀은 홈에서 충분히 잡을 수 있다”라고 했다.

 

“어렵지만, 분명히 희망은 있다. 희망이 1%라도 그걸 보고 가야 한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우겠다.” (박태하)

 

연변은 오는 5일 7위 허베이화샤 원정 경기를 한다. 허베이는 최근 4연패에 빠졌다. 연변은 올 시즌 홈에서 허베이와 붙어 1-1로 비겼다. 박 감독과 연변은 포기 하지 않는 팬을 등에 업고 어려운 싸움을 펼친다. 남은 경기는 11경기다. 가능성은 어떤 방향으로도 열려 있다. 

 

사진=길림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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