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전북현대의 마우리시오 타리코(K리그 등록명 타노스) 코치가 떠난다. 심판들이 ‘인종차별자’라는 척화비를 만들어 세운 탓이다.
25일 전북은 “지난 19일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가 당 구단 타노스 코치의 행동에 대해 내린 징계 결정과 그 배경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며 “상벌위 결정이 사실관계와 의도에 대해서 다시 한번 면밀한 검토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재심 청구를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타노스 코치는 지난 8일 대전하나시티즌과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전북의 페널티킥을 주장하다가 두 번의 경고를 받았다. 비디오판독(VAR)으로 페널티킥이 선언되며 타노스 코치의 항의가 정당했음이 밝혀졌음에도 항의가 계속되자 퇴장 명령이 내려졌다. 이때 타노스 코치는 김우성 주심을 바라보며 머리 옆으로 두 손을 올려 양 검지를 눈가에 댔다.

김 주심과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는 이 동작이 인종차별이라고 봤다.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심판 개인에 대한 모욕을 넘어 축구계 전체의 윤리 및 인권 존중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무관용 원칙과 국제축구연맹(FIFA) 제소를 부르짖었다.
프로연맹 상벌위는 타노스 코치의 행위를 인종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상벌위원회는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에서 타노스 코치가 검지를 눈의 중앙에 댔다가 가장자리로 당기면서 눈을 얇게 뜨는 모습이 보이고, 이러한 제스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특정 인종의 외모를 비하하는 의미로 통용되어 이미 FIFA의 징계를 여러 차례 받은 행동과 일치한다고 판단했다”라며 “타노스 코치가 이 행동 전후로 욕설과 함께 'racista(인종차별주의자)'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쓰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던 정황 등도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타노스 코치에게는 출장정지 5경기와 제재금 2,000만 원 징계가 내려졌다.
타노스 코치의 거친 항의에는 심판계에 대한 불신이 담겨있었다. 올 시즌 내내 K리그는 오심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다. 체감상 오심이 늘어난 게 아니라 실제로 오심이 늘어났다. 지난달 27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리그 오심은 지난해 28건에서 올해 79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그 오심 중에는 지난 8월 전남드래곤즈와 천안시티FC와 경기에서 온사이드를 오프사이드로 둔갑시킨 희대의 오심도 있었다. 1-0으로 일찌감치 앞서야 마땅했던 전남은 해당 경기에서 3-4로 패했고, 승점 2점 차이로 승격 플레이오프에 들지 못했다. 해당 장면은 오심으로 인정받았지만, ‘기술적 오류’에 불과했기에 오심을 저지른 심판들은 유유히 경기장에 돌아왔다. 결정적인 오심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자 심판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
다행히 우승을 지켜낸 전북도 오심의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달 3일 전북은 제주SK와 경기에서 후반 40분 전진우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 장민규에게 밟혀 넘어졌음에도 페널티킥을 받지 못했다. VAR도 없었다. 거스 포옛 감독은 항의하다가 경고를 받았고, 경기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페널티킥도 아니고, VAR도 안 보고, 말도 못 한다”라고 적었다. 이 게시글이 올라오기 전에는 자신들이 외국인이라 차별을 받는다는 뉘앙스의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타노스 코치의 ‘인종차별자(Racista)’ 발언은 포옛 감독과 같은 결로 해석해야 문맥에 맞다.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이 자신을 ‘인종차별자’라고 지칭하는 것보다 자신들이 차별받는다고 느낀 외국인 코치가 한국 심판을 향해 ‘인종차별자’라고 불렀다는 쪽이 더 납득이 간다. 이승우를 비롯한 전북 측에서 주장하는 바다.

하지만 인종차별이라는 프레임이 씌이자 타노스 코치가 빠져나갈 길은 사라졌다. 심판들이 기꺼이 피해자가 되기로 한 순간부터 타노스 코치는 인종차별자가 됐다. 타노스 코치, 전북 관계자들, 전북 팬들, K리그 팬들이 모두 인종차별이 아니라고 해도 ‘보편적 의미’와 ‘일반적 감정’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최소 10경기 이상 출장정지는 물론 K리그 퇴출도 고려돼야 할 인종차별이라는 중차대한 범죄 행위에 출장정지 5경기와 제재금 2,000만 원이라는 지리멸렬한 징계가 나온 배경이다.
타노스 코치는 K리그에서 퇴출당하기 전에 스스로 한국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전북 공식 성명을 통해 “수많은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과 일하며 그들의 문화, 인종과 관련해 어떠한 문제도 없이 함께 어울리며 살아왔고 이를 축복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지금은 지속적으로 해명했던 모든 상황의 맥락, 문화적 표현과 의미를 무시당한 채 단 한 번의 오해로 ‘자칭’ 권위자들로부터 인종차별 행위자라는 오명을 입게 됐다”라며 “내 삶은 국적과 인종을 떠나 축구인으로서 안전하고 존중과 평화, 법 앞의 평등이 있는 곳에서 계속돼야 하기에 슬픈 마음을 안고 이번 시즌 종료 후 이곳을 떠나기로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타노스 코치가 떠난 자리에 심판들은 건재할 것이다. 프로는 증명하는 무대지만, ‘역량이 부족한 심판들’은 오심을 하며 ‘K리그2에서 경험을 쌓을 것’이다. 구단들이 오심으로 치명상을 입을 때, 심판들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곧 ‘치유될 것’이다. 그들이 스스로 인정한 오심조차,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비호받을 것이다. 많은 선수, 감독, 코치, 관계자들이 공개적으로 징계받는 동안 심판들은 경기장 위의 권위자로서 소리 소문 없이 돌아올 것이다. 심판들은 언제나 그들의 한국 축구를 지켜낼 것이다.
오늘도 심판들은 외세의 ‘인종차별’ 위협으로부터 그들의 한국 축구를 지켜냈다. 그들의 밥그릇을 지켜냈다. 이미 금이 가버린 밥그릇에 오래도록 고인 물은 빠질 생각이 없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 제공, KFATV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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