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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포항] 김정용 기자= 포항스틸러스 선수들은 최순호 감독이 만든 시스템 안에서 대형을 만들어야 한다. 공을 잡은 순간부터 자유가 시작된다. 경기장에서도 훈련장에서도 마찬가지다.

18일 경북 포항시 송라면에 위치한 송라클럽하우스에서 포항의 전술 훈련을 참관했다. 최 감독은 지난해 포항에 부임한 뒤로 포지션 플레이를 강조했다. 선수들이 과도하게 자기 위치를 벗어나기보다 정해진 자리를 지키며 플레이하길 주문한다. 위치를 벗어날 경우에는 대형을 깨는 것이 아니라, 동료와 스위칭을 하며 대형을 유지하길 바란다.

포항은 훈련 프로그램과 장비가 다양한 팀이다. 이날 전술 훈련은 상대 팀 사이로 패스를 연결해 슛까지 이어가는 훈련이었다. 상대 필드 플레이어 역할을 하는 훈련용 마네킹 10개를 4-4-2 포메이션에 맞춰 훈련장에 세웠다. 그 뒤에 강현무 골키퍼까지 배치했다.

 

최 감독은 김기동 수석코치와 허물없는 태도로 토론을 하며 훈련 프로그램의 마지막 디테일을 정했다. “중앙 수비수가 공격 전개를 시작하도록 훈련시키자”, “아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후방으로 내려가 공격 전개를 하는 상황이 실전에서 더 많이 나온다. 미드필더부터 시작하자”라는 의견이 오갔다. 논의 끝에 센터백이 공격을 시작해 윙어, 풀백의 측면 연계 플레이를 거쳐 슛까지 하는 플레이를 연습하기로 했다. 국가대표팀을 비롯해 많은 팀이 쓰는 훈련 프로그램이지만 그 세부사항을 훈련 직전까지 고민하고 있었다.

실전이라는 이미지 트레이닝 없이 느슨하게 훈련하는 낌새가 보이면 최 감독과 김 코치가 바로 지적을 했다. 송승민이 마네킹 바로 옆에서 패스를 연결하자 김 코치가 “저게 선수라고 생각하란 말이야”라고 지적했다. 모든 마네킹에서 충분히 거리를 벌려서 공간을 확보하려고 하거나, 마네킹 옆에 붙었다면 공을 키핑한다고 생각하며 빠르게 처리해야 했다. 패스가 마네킹 바로 옆으로 뻔하게 지나가는 것 역시 실전이었다면 가로채기 당하기 쉬우므로 금물이었다.

송승민이 잠시 후 절묘한 원터치 패스를 오버래핑하는 풀백 권완규에게 건네자 동료들이 “오, 송브라이너”라고 감탄하는 동시에 놀렸다. 최 감독이 송승민을 케빈 더브라위너와 비교한 뒤 붙은 별명이다. 크로스를 레오가말류가 깔끔한 헤딩으로 마무리하자 “오오, 뚝배기 뚝배기”라는 탄성이 나왔다. 포항 훈련 분위기는 밝다. 감독과 코치의 지적은 선수를 얼어붙게 만드는 ‘불호령’이 아니라 부담 없는 설명에 가까웠다. 선수들의 자율을 강조하는 최 감독의 방침과 잘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실전처럼 임하기만 한다면 선수들은 어느 정도 창의성을 발휘할 권한을 갖고 있었다. 측면에서 전개하는 패턴은 공을 가진 선수의 순간적인 판단에 따라 다양했다. 중앙으로 공이 가서 콤비네이션 플레이를 바로 펼치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되며 득점 외에 다양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는 김승대가 공격 전개를 다채롭게 만들어나갔다.

김승대는 팀 훈련이 잠시 멈췄을 때를 활용해 다양한 득점 패턴을 연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리로 차는 척 하다가 저 쪽으로 차고, 발의 안쪽을 쓰는 척 하다가 바깥쪽을 쓰는 등 골키퍼와 심리전을 벌일 때 어떤 방법이 좋은지 찾는 중이었다. 도우미인 류원우 골키퍼가 “이건 읽혔는데?”, “이번엔 속았다” 등 의견을 내놓았다.

포항 훈련은 전술 훈련의 비중이 높고,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이날은 유독 자체 연습경기가 길게 진행된 편이었다. 최 감독은 영상촬영용 탑에 올라가 선수들을 내려다보며 훈련 성과가 잘 녹아들었는지 관찰했다. 때로는 “반대쪽으로 전개해야지” 등 즉시 지적을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관찰하는데 초점을 뒀다. 마음에 안 드는 플레이가 나오면 혀를 차거나 탄식을 할 때도 있었지만 탑 근처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소리였다. 모든 선수가 큰 틀에서 전술에 따르되, 세부적으로 개성이 발휘될 수 있는 여지를 줘야 성장한다는 것이 최 감독의 지론이다. 포항 훈련은 감독의 지론에 따라 진행되고 있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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