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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권경원 “신태용 감독 머리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싶다”
김정용 기자 | 승인 2018.05.11 11:32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권경원은 “신태용 감독님 머리를 더 복잡하게 만들어드리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 참가하는 건 1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게 힘들었던 목표다. 그러나 지금은 현실적인 목표가 됐고, 권경원은 자신이 준비됐다고 말한다.

권경원은 지난해 신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 동시에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신예 수비수다. A매치 4경기를 소화하며 적임자가 없던 한국 수비진에 대안으로 등장했으나 올해는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대표팀 상황은 다시 변하고 있다. 홍정호가 부상으로 약 한 달 동안 결장해 컨디션 회복에 차질을 겪었고, 여전히 부상 중인 김민재는 월드컵 전 복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일단 14일 발표되는 대표팀 명단에서 센터백이 추가 선발됐다가 나중에 정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권경원은 1차 명단에 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풋볼리스트’와 전화 인터뷰를 가진 권경원은 “요즘 침대 위에 축구공을 놓고 자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축구가 마냥 좋았던 어린 시절의 습관이다. 공이 주는 느낌은 예전과 많이 달랐다. “어렸을 땐 공을 그토록 좋아했는데 왜 지금은 침대에 없을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발치에 공을 둔다. 그런데 불편하기만 하더라. 예전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올해 권경원은 톈진췐젠의 주전 수비수로 활약 중이다. 지난해 중국슈퍼리그는 외국인 선수 경기 참가 한도를 5명에서 3명으로 급격하게 줄였다. 권경원은 아시아쿼터로 분류되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살아남았다. 올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아시아쿼터로서 전경기에 풀타임 활약 중이다. 슈퍼리그도 9경기 중 7경기에서 풀타임으로 뛰며 브라질 출신 스타 알레산드리 파투보다 더 탄탄한 팀내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췐젠은 올해 과도기를 겪었다. 지난해 감독이었던 파비오 칸나바로가 광저우헝다로 이직했다. 대신 포르투갈 출신 전술가 파울루 수자 감독이 부임했다. 칸나바로와 수자 감독의 전술엔 차이가 컸다. 칸나바로 감독은 권경원에게 수비에 집중하고, 빌드업에 무리하게 힘을 쓰기보다 빨리 걷어내는 게 낫다고 지시했다. 반면 수자 감독은 후방에서 패스로 공격을 풀어가는 데 큰 비중을 뒀다. 췐젠의 점유율이 올라간 것이 이 때문이다. 시즌 초 혼란을 겪었던 췐젠과 권경원은 두 달 넘게 시즌을 치르면서 수자 감독의 전술에 적응했다.

칸나바로와 수자 감독의 축구를 모두 경험해 본 것이 대표팀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신태용 대한민국 감독은 센터백들의 공격적인 역할을 중시한다. 권경원은 “작년에 하던 플레이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올해 초반에는 문제를 좀 겪었다. 수자 감독님이 원래 췐젠 스타일을 약간 인정해 주셨고, 나도 적응을 했다. 공을 오래 갖고 있을수록 위험이 커지니까 처음에는 불안했다. 지금은 동료 선수들과 서로 플레이를 예측하고, 서로 실수를 보완해주며 빌드업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권경원은 올해 췐젠의 세트 피스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 중이다. 췐젠의 프리킥이나 코너킥은 권경원을 향하는 경우가 많다. 권경원은 문전 중앙에서 경합하기보다 앞쪽이나 뒤쪽으로 기습적인 위치선정을 한 뒤 동료에게 공을 떨어뜨려준다. 이 플레이로 3도움을 기록했다. 권경원은 “감독님이 세트 피스 때 힘을 많이 실어 주셨다. 키커가 내 쪽으로 많이 차 줬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만난 지도자들은 권경원과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췐젠이 전북에 패배한 뒤, 칸나바로 감독이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으로 권경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너희 수비라인이 너무 내려간 것 아니니’라는 선문답 같은 메시지였다. 칸나바로에게 온 ‘선톡’에 권경원이 당황했다. “내가 이런 분께 이걸 받아되 되나 싶을 정도로 신경을 써 주신다.”

알아흘리 시절 은사였던 코스민 올라로이우 감독도 올해 장쑤쑤닝에 부임하면서 권경원과 재회했다.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 ‘올리’라는 등록명으로 활약했던 루마니아 출신 감독이다. 올라로이우 감독은 췐젠과 상대할 때마다 권경원의 안부를 묻고 조언을 해 주는 사이다. 권경원이 대량 실점으로 힘들어하던 시기에는 ‘너 혼자 수비를 다 책임질 수는 없다’며 아버지 같은 따뜻한 말을 해 주기도 했다. “제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아직 대표 경력이 적은 권경원은 무조건 월드컵에 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적이 없다. 대신 더 우회적인 표현을 쓴다. “어차피 결정은 감독님이 하시는 거다. 감독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마들고 싶었다. 마지막 결정이 날 때까지 경쟁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매 경기 최고 모습을 보이는 게 내게 주어진 일이다.”

대표팀 명단은 14일에 발표된다. 권경원은 12일 산둥루넝을 상대한 뒤 명단 발표를 기다릴 예정이다. 만약 대표 명단에 포함된다면 대표팀 선배 김영권이 소속된 광저우헝다와 ACL 16강 2차전까지 치른 뒤 소집에 응하게 된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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