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는 K리그 현장으로 직접 달려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캐내고 가공해 '케시경'을 통해 독자와 만난다. 렌즈를 바짝 붙이고 관찰하는 수준을 넘어, 내시경처럼 속내까지 전달한다. 2편 주인공은 공격적이고 젊은 축구를 추구하는 포항스틸러스다. <편집자주>
[풋볼리스트=포항] 김정용 기자= 김승대는 여전히 많은 골을 넣고 있다. 중국의 연변푸더를 다녀온 뒤 본격적으로 시작한 첫 시즌, 김승대는 K리그1 9라운드까지 3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김승대의 위치가 4-3-3 포메이션의 중앙 미드필더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매우 많다고 할 만하다.
여전히 김승대는 ‘라인브레이커’라는 별명에 맞는 플레이를 보여주곤 한다. 침투와 마무리 능력이 K리그에서 최상급인 김승대는 오프사이드에 걸리지 않는 절묘한 타이밍에 침투한 뒤 골키퍼 옆으로 정확하게 슛을 꽂을 줄 안다. 대구FC를 상대한 개막전부터 특유의 득점 패턴을 선보였다.
그러나 지난 19일 포항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승대는 라인브레이커라는 별명에 갇히고 싶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 김승대는 이번 시즌 미드필더로 뛴다. 최전방 공격수로 뛰던 시절과도, 섀도 스트라이커 자리에서 골만 생각하던 시절과도 다르다. 이젠 라인브레이커로서의 모습과 더불어 미드필더로서 경기 조율 능력까지 보여주고 싶다는 게 그의 욕심이다. 김승대는 “선수로서 발전하는 모습이 보여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다음은 김승대와 한 인터뷰 전문.
-이번 시즌 ‘라인브레이커’ 별명에 맞는 플레이를 많이 했는데요.
누구나 골을 넣을 땐 당연히 빠져들어가서 넣죠. 그렇게 보면 모든 선수들이 라인브레이커겠죠. 제 별명에 맞는 상황이 많이 나오는 건 기쁜데, 그래도 축구 좋아하는 분들은 저의 다른 모습도 봐 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모습은 미드필더로서 보여주는 플레이를 말하는 거죠? 포메이션을 보면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되잖아요.
공격형 미드필더로 서고 있는데요. 예전에는 최전방에서 수비와 골키퍼 사이를 노려서 한 번의 패스를 받아 득점하는 플레이를 90% 이상 했죠. 그런데 지금은 내려가서 공을 받고, 사이드로도 가고, 공간이 났을 때 침투도 하고, 경기장 전체를 활용하고 있어요. 한 가지만 생각하지 않아요.
-수비수 출신 채프먼, 공격수 출신 김승대가 모두 미드필더로 뛰는 중이잖아요. 김기동 코치에게 들었는데 ‘채프먼은 수비와 공격이 7 대 3이고, 김승대는 3 대 7이다’라고 하시더군요.
포지션이 공격형이다보니 공격이 7, 수비가 3이지만 상대에 따라 5 대 5가 될 수도 있죠. 수비를 더 해야 하는 상대팀도 있으니까요. 채프먼의 위치는 무조건 수비를 해야 하는 위치니까 당연히 수비가 7이고요. 채프먼이 수비수들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채프먼이 수비의 중심 역할이고, 제가 공격의 중심 역할이죠. 두 개의 꼭짓점이라고 봐야죠. 수비와 공격을 잇는.
-좋은 표현이네요. 골을 넣는 걸 넘어 공격의 꼭짓점이 되는 플레이, 그런 건 예전에 많이 안 해 본 것들인가요?
예전에는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를 조금 견제하고 제 뒤로 공을 보내는 방식으로 수비를 했죠. 단순하게 그런 플레이만 했어요. 오래 발을 맞춘 선수들이 있어서 플레이가 잘 맞았고요. 그래서 저의 역할이 별로 없었어요. 지금은 다른 팀에서 온 선수들이 각자 개성을 갖고 있잖아요. 그래서 생각할 게 엄청 많아요. 저 선수가 빨리 나와 줘야 내가 플레이하기 편할 텐데 싶을 때도 있고요. 반대로 제가 빨리 나가서 저 선수를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죠.
-새로운 역할이 주어진 건 언제 알았나요? 침투보다 팀 플레이를 많이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부담스럽지 않았나요?
한 팀에만 있다가 중국에서 다른 팀에 있어봤잖아요. 경험도 쌓였고, 다양한 선수들과 뛰어봤고, 더 다양한 경쟁 상대를 만나봤죠. 보고 배운 것도 있고 느낀 것도 있죠. 그때 팀에 맞춘 플레이가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하고 싶은 플레이만 하면 경기장에 못 나갈 거예요. 라인브레이커라는 별명처럼 자꾸 침투만 하려고 하면 팀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동계훈련부터 마음을 많이 다잡았죠. 제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걱정을 많이 했죠. 중국에 다녀온 사이에 K리그가 많이 변했더라고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예전의 김승대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여전히 잘 하고 싶고 선수로서 욕심이 있으니까요.
-시즌 시작할 때 예감은 어땠어요?
시즌 시작할 때는 걱정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죄송한 게 엄청 컸죠. 작년에 왔을 때 안 좋은 일로 팀에 보탬이 못 돼서요. 팀원들에게도 정말 미안했고. 올해는 ‘김승대는 김승대’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신경을 많이 썼어요. 매 경기 걱정이죠. 아, 그런데 자신감은 있어요. ‘쫄고’ 경기에 들어갈 수는 없잖아요.
-멤버가 많이 바뀐 포항, 이번 시즌에 좋은 성과를 낼 것 같은가요?
동계훈련 때 들은 소문으로는 많은 걱정이 됐어요. 다른 팀들은 연습경기에서 대량득점을 하는 팀이 많았거든요. 저희는 동계가 끝날 때까지 겨우 맞춰가는 단계였어요. 그래서 좀 불안했는데. 우리 선수들은 실전파인 것 같아요.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까 다들 잘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걱정은 없어요. 매 경기 어떻게 풀어갈지 잘 준비하면 되죠. 이제 걱정은 설렘으로 바뀌었어요. 경기 준비할 때 설레는 마음이 들어요. 올해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이제 공격수보다 미드필더에 가까워졌는데요. 골을 몇 개 넣겠다는 목표를 세우기 애매한 것 같아요. 새로운 목표가 있나요?
ACL(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딸 수 있는 3위까지 꼭 갈 거예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시상식 안 가 본지 너무 오래됐어요. 한 번 가야죠. 득점이든 도움이든 제 포지션 베스트든, 개인상 순위권에서 싸워보고 싶어요. 3위 안에서 경쟁하고 싶어요. 거기에 제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젠 인정받아야 할 시기잖아요. 팀은 3위, 저도 3위권, 그리고 감독님이 늘 말씀하시는 포항스틸러스는 명문클럽이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 PS - 미드필더 김승대, 여전히 세리머니 구상 중
김승대는 인터뷰를 진행하기에 앞서 ‘세리머니 메이커’에 출연했다. 아직 자신만의 세리머니가 없는 선수를 찾아가 독특한 세리머니를 함께 만들어보는 영상이다. 흔쾌히 새로운 세리머니를 만든 김승대는 영상 제작이 끝난 뒤 “사실 새로운 세리머니를 고민한 적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미드필더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상대 골문을 노리고 있다. 언제든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덤블링 세리머니를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흑인 중에 엄청 멋있는 덤블링을 잘 하는 선수들이 많잖아요. 그게 부러워서 공중제비를 배우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아니면 멋진 덤블링을 하는 척 폼을 잡았다가 옆 돌기만 살짝 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고요. 옆 돌기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팬들과 조금이라도 재밌게 하고 싶어서 계속 생각을 해 보죠. 또 이것도 있어요. 팬들 앞으로 달려가서 사진기자들께 사진 찍어달라고 한다거나, 관중에게 폰을 받아서 함께 셀카를 찍는다거나. 근데 이거 했다가 경고 받으면 팀 내부 규정으로 벌금 받거든요. 경고 대상인지 잘 모르겠어요. 프로연맹에 문의해야 하나.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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