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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포항] 김완주 기자= 포항스틸러스의 신인 공격수 이근호는 함께 축구를 했던 친구들보다 조금 늦게 프로에 진출했다. 먼저 프로에 입단한 김민재(전북현대), 황기욱(FC서울), 한승규(울산현대) 등 대학 동기들은 이근호를 힘들게 하기도 했지만 더 강하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지난 18일 경북 포항시 송라면에 위치한 클럽하우스에서 이근호를 만났다. 이근호는 국가대표 공격수 이근호(강원FC)와 같은 이름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아마추어 시절에 이미 골 잘 넣는 공격수로 유명했다. 언남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는 “골을 못 넣은 경기를 세는 게 더 쉽다”라고 말할 만큼 득점력이 뛰어났다.

이제 '동명이인 유망주'가 아닌 포항 공격수 이근호로 새롭게 올라서야 한다. 그는 최순호 포항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차근차근 프로 경험을 늘려가는 중이다. 이번 시즌 포항이 치른 9경기 중 7경기를 뛰었다. 올해 데뷔한 신인 중 이근호보다 많은 경기를 뛴 필드 플레이어는 없다. 친한 친구를 상대로 만나기도 한다. 이근호는 경기 전까지만 해도 “너랑 몸싸움하기 싫다”라고 했던 친구가 경기가 시작하니 자신을 거칠게 다뤘다고 웃으며 이야기한다. 그렇게 프로에 적응 중이다.

다음은 이근호와 가진 인터뷰 전문.

 

- ‘국가대표’ 이근호와 같은 이름 때문에 많이 알려졌어요. 어릴 땐 놀림도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오히려 어렸을 때는 그런 게 전혀 없었어요. 놀림을 받지도 않았고, 부담으로 다가오지도 않았죠. 대학교 때부터 이름으로 화제가 되기 시작했어요. 기사에 ‘제 2의 이근호’ 같은 수식어가 붙기 시작하고 부담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잠시나마 이름을 바꿀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이미 이름을 한 번 바꾼 거라 생각으로만 끝났어요.

- 프로 입단 전에도 이근호 선수를 만난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 이근호 선수도 ‘이’ 이근호를 알고 있던가요?

이근호 선배도 저를 알더라고요. 만나서 서로 인사도 했어요. 대학교 때 통영으로 전지훈련 내려가면서 휴게소를 잠깐 들렀는데 거기에 강원FC 버스가 있었어요. 이근호 선배가 앞에 지나가길래 인사를 했죠. 같이 있던 에이전트 형이 ‘얘도 이근호’라고 저를 소개를 시켜줬어요. 이근호 선수도 ‘네가 그 이근호구나’하고 인사해준 기억이 있어요.

- 어릴 때부터 골 잘 넣는 공격수로 꽤나 이름을 날렸는데 연령별 대표팀 경기는 많이 못 뛰었네요.

클럽에서 축구를 하다가 중학교 때 정식 축구부에 들어갔어요. 살면서 고등학교 때 축구를 제일 잘했던 것 같아요. 몸이 항상 좋았어요, 고등학교 때 골은 많이 넣었지만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대표팀 기회는 별로 없었어요. 몇 번 소집된 적은 있는데 경쟁력을 보여주진 못했죠.

- 이제 프로에서도 득점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텐데, 요즘 컨디션은 어때요?

게임을 많이 못 뛰다 보니 몸 상태가 완벽하진 않지만 요즘에 10분, 20분이라도 뛰니까 큰 문제는 없어요. 허리가 조금 아파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축구를 하면서 한번도 다쳐본 적이 없었는데, 대학교 1학년 때 한번 다치고 나니까 계속 다치더라고요. 

- 튼튼하게 생겼는데 유리몸 기질이 있는 건가요?

고등학교 때 마지막 대회를 나가기 전에 허리 디스크 부상이 있었어요. 마지막 대회니까 참고 뛰어보자고 했는데 그게 잘못된 선택이었죠. 대학 입학해서 6개월 이상 재활을 하고 복귀했는데 계속 잔부상이 이어져서 거의 1년을 통으로 쉬었어요. 그래서 많이 힘들었죠. 고등학교 때는 거의 매 경기 골을 넣어서 골 못 넣은 경기를 꼽는 게 더 쉬울 정도였는데 1년만에 상황이 확 바뀌어 버리니까 많이 힘들었어요. 게다가 동기들이 다 워낙 잘하니까 위축되기도 했죠.

- 김민재(전북현대), 한승규(울산현대), 황기욱(FC서울)이 다 연세대 15학번이죠? 동기들은 1학년 때부터 게임 뛰면서 2학년 마치고 프로 진출도 빨리 했는데,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조급한 마음도 들었을 것 같아요.

아파서 운동을 쉬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처음에는 조급했죠. 그런데 생각해 보니 저는 1년을 쉬었는데 친구들이랑 같은 대우를 받길 기대하는 건 욕심인 것 같더라고요. 친구들도 2학년하고 프로에 갔으니까 저도 1년을 쉬었으니 2년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운동했죠. 그런 마음을 가지고 했던 게 3학년 마치고 프로에 진출한 걸로 이어진 것 같아요.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잘 버텨낸 것 같아요.

- 작년 9월에 한 인터뷰에서 ‘포항스틸러스에 꼭 가고 싶다’라고 말했었어요, 이미 포항 행이 확정된 상황이었나요?

어느 정도 정해진 상황이라 그렇게 이야기했어요(웃음). 답하기 곤란하다고 했는데 기자님이 계속 말해야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인터뷰 나가고 다들 알더라고요. 이근호는 포항 가는 가보다 하고. 2학년 때 마지막 대회 왕중왕전에서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연습경기 하면서도 몸이 좋았어요. 그래서 프로 행이 빨리 결정 난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는 득점왕을 많이 했는데 대학 와서는 한번도 못했어요. U리그 득점왕도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못한 건 조금 아쉬워요.

- 연대 신재흠 감독은 수비수 출신이고, 포항 최순호 감독은 공격수 출신이에요. 두 감독의 스타일 차이가 있나요?

두 분 스타일은 달라요. 최순호 감독님은 전형적인 골잡이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전통적인 스트라이커처럼 앞에 지키고 있다가 골 찬스가 났을 때 힘을 몰아서 쓰고 이런 걸 좋아해요. 신 감독님은 원톱이 많이 뛰면서 수비를 흔들어 주는 스타일을 더 선호해요. 사실 저는 많이 뛰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제가 몸이 부해 보여서 가만히 있으면 ‘쟤는 활동량이 부족하다’라는 선입견이 생길 까봐 더 많이 뛰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여기서는 원하는 부분이 따로 있으니까 처음에는 많이 헷갈리고 힘들었죠. 그 동안 해왔던 축구랑 많이 다르다 보니까

 

-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르브론 제임스 세리머니를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원래 농구를 좋아하나봐요?

저 농구 엄청 좋아해요. 하는 거 말고 보는 걸요. 농구 중계를 자주 봐요. 르브론도 좋아하는 선수 중 한명이죠. (취미가 그럼 농구 보는 것과 게임 '롤'이에요? 롤 하다가 내려왔잖아요.) 아니, 그건 아니고요. 숙소에 있으면 농구도 보고, 게임도 하고 하는데, 막상 쉬는 날은 친구들 만나러 나가요. 대학 동기들이 다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쉬는 날이면 다 같이 서울 올라와서 만나거든요. 모여서 같이 놀고 하는 게 더 좋아요.

- 그 르브론 세리머니는 경기장에서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처음엔 5경기 안에 골을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출전 시간을 다 합치면 450분이 안되지만, 어쨌든 잠깐씩이라도 들어가서 벌써 5경기 이상을 뛰었어요. 아직까지 못 넣어서 살짝 '멘붕'이에요.

- 지난 8일 전북전에는 처음으로 선발 출전했어요. 첫 선발 출전에 첫 유효슈팅을 기록하기도 했고요.

경기 당일에 선발로 나간다는 걸 알았어요. 그렇게 많이 긴장되거나 하진 않더라고요. 오히려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어요. 전북은 K리그에서 제일 잘하는 팀이잖아요. 일단 한번 부딪혀보자 이런 생각이었어요. 긴장도 많이 안 했고요.

- 상대 팀에 친한 친구 김민재가 있었어요. 같은 팀에서 뛰던 친구와 상대하게 되면 어떤가요?

중학교를 경남 쪽에서 같이 나와서 어릴 때부터 민재를 알고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도 전국대회 나가면 토너먼트 높은 곳에서 만났었고요. 대학 때는 슈팅 게임하면 상대편에 (김)동준이형, (최)준기형(이상 성남FC), 민재, 기욱이 이렇게 있고, 저희 공격 쪽에는 승규, (유)정완이(서울이랜드FC), (두)현석이형(광주FC), 저 이렇게 나눠서 박 터지게 훈련하고 했었어요. 민재랑은 그렇게 많이 붙어봤지만 붙을 때마다 항상 힘들었던 것 같아요.

경기 하기 전에 민재가 ‘내 쪽으로 오지 마라’, ‘너랑 몸싸움하기 싫다’ 이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막상 경기 시작하니까 민재가 안 봐주고 진짜 거칠게 들어오는 거에요. 그래서 반대편 홍정호 선수 쪽으로 갔죠. 경기 끝나고는 서로 수고했다고 했어요. 민재는 오랜만에 같이 뛰니까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하던데, 저는 팀이 져서 기분이 좋진 않았어요. 민재가 잘하긴 잘하더라고요.

- 친구들이 프로에 잘 적응하고 있는 걸 보면서 개인적인 목표도 세웠을 것 같은데, 어떤 게 있나요?

공격수니까 아무래도 공격포인트죠. 처음 목표는 10골이라고 이야기했었어요. 그런데 그건 아닌 거 같아서 공격포인트 10개로 바꿨어요. 그런데 아직 하나도 못하고 있어요. 리그뿐 아니라 FA컵이나 다른 경기도 다 포함해서 공격포인트 10개. 대표팀 경기는 빼고 포항에서만.

- 제일 잘 맞는 친구는 아무래도 한승규 선수겠죠? 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같이 오래 뛰었잖아요.

승규처럼 그렇게 잘 맞는 선수는 그 동안 축구 하면서 없었어요. 승규도 아마 저랑 뛰면 편할 거에요. 자기가 패스 넣으면 제가 그곳에 항상 가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승규는 저에게 최고의 파트너죠. 승규랑 같이 하면 축구가 재미있고, 더 잘 되요. 서로 장점을 워낙 잘 알고 있으니까, 같이 뛴 경기 수도 엄청 많고. 영혼의 파트너 느낌이죠.

- 영플레이어상에 도전할 수 있는 나이에요. 고등학교 후배 조영욱(FC서울) 선수도 경쟁자 중 한 명이네요.

제가 언남고 3학년 때 영욱이가 1학년이었어요. 그땐 영욱이 엄청 착했어요. 제가 많이 괴롭혔었는데, 요즘은 장난 아니에요. 거의 친구 먹었어요. 영플레이어상에 대한 욕심도 그렇게 크진 않아요. 제가 뭘 성취하려고 하면 잘 안되더라고요 항상. 자연스럽게 내려놓게 되는 거 같아요. 경기할 때도 오늘은 꼭 골 넣어야지 하면 골을 못 넣었어요.

 

- 포항의 주전 스트라이커는 레오가말류에요. 이근호 선수가 보기에 레오가말류는 어떤 선수인가요?

레오가말류는 특이한 유형의 공격수라고 생각해요. 공을 지키면서 여유 있게 플레이를 해요, 레오는. 요즘 스타일은 분명 아니에요. 해리 케인이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같은 공격수를 봐도 가운데 서있는 선수는 없잖아요, 사이드로 계속 움직여주지. 레오는 전통적인 스트라이커 같아요. 저랑은 완전 반대 유형이에요. 여유 있게 플레이 하는 모습은 배우고 싶어요. 경험에서 오는 노하우 라던지, 그런 것도요.

- 올해는 아시안게임도 있어요. 김학범 감독 부임 후 첫 소집을 다녀오기도 했는데, 소집 마지막 날 자신 없다고 이야기했던 게 기억나네요.

아시안게임 참가가 목표이긴 해요. 그런데 어릴 때부터 대표팀에 가면 그 나이 대에서 주전이 아니었어요. 황희찬도 있었고, 어릴 때는 더 잘하는 형들도 많았어요. 이번에 중국대회 갔다 오면서 느낀 게 그런 거에요. A대표팀은 아니지만 대표팀 공격수라는 자리가 어려운 자리인 것 같아요. 제가 욕심 낸다고 해서 갈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 선택 받아야만 설 수 있는 자리기 때문에. 욕심은 나지만 ‘나 무조건 갈 수 있겠다’ 이런 느낌은 아니고, 도전자 입장이에요, 지금은. 많은 노력과 운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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