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지난 주말 김민우, 홍철, 윤빛가람(이상 상주상무), 이근호, 황진성(이상 강원FC) 등 국가대표 스타가 뛴 경기에서 가장 빛난 선수는 따로 있었다. 생애 처음으로 K리그1 득점을 기록한 공격수, 상주에서 유일하게 실직자 상태인 김도형이다.

5일 상주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상주와 강원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12라운드에서 김도형이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김도형은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상주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특히 선제골은 명장면이었다. 윤빛가람이 찍어 찬 스루 패스가 김도형에게 연결됐다. 김도형은 슛을 하는 척 하면서 공을 접어놓은 뒤 이범영 골키퍼의 타이밍을 빼앗는 엇박 슛으로 절묘한 득점을 해냈다. 데니스 베르캄프를 연상시키는 골이었다. 김도형은 12라운드 베스트일레븐에도 이름을 올렸다.

김도형의 남다른 사연이 명장면 못지않게 주목 받았다. 김도형은 상주에서 유일하게 소속팀이 없는 선수다. 입대 이후 소속팀 충주험멜이 해체됐기 때문이다. 다른 군인 선수들은 전역 후 돌아갈 팀이 있지만 김도형은 복무 중 실직한 꼴이 돼 버렸다. 아산무궁화 수비수 김상필과 마찬가지로 전역하자마자 새 팀을 찾아야 한다.

'풋볼리스트'는 체육부대의 인터뷰 승인을 받은 김도형과 9일 전화인터뷰를 가졌다. 김도형은 인터뷰 말미에 여러 K리그 구단에 하고 싶은 말을 부탁하자 적극적으로 구직광고를 했다. “K리그 구단들, 저에게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Q : 이번 경기가 김도형 선수의 K리그1 최고 경기인 것 같은데요.

A : K리그2 시절까지 합쳐도 제일 좋은 경기죠.

 

Q : 이번 활약으로 생애 가장 큰 주목을 받았을 것 같아요. 군인 신분이라서 축하 메시지를 직접 받긴 힘들었을 텐데, 화제가 됐다는 걸 실감하셨나요?

A : 경기 끝나고 바로 외박을 받았어요. 그때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알았죠. 저희 집은 울산인데, 부모님 모두 고향은 상주이세요. 그래서 홈 경기 때 부모님께서 매번 오세요. 가장 많이 오면 친척들이 10명까지 오는데 이번이 맥시멈이었어요. 동생, 부모님, 할머니, 외할머니, 외삼촌, 큰아버지…. 지금 선수단 중 상주에 연고가 있는 선수는 저뿐이라고 알고 있어요. 그래서 더 잘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번 경기를 치르기 전까지 제 인생 최고 경기가 충주 시절 상주 상대로 1골 1도움 한 경기인데, 그때도 부모님이 와서 보셨거든요. 부모님 앞에서 좋은 플레이를 하면 효도하는 기분이 드니까 더 잘 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 상주와 강원, 스타들이 많은 경기에서 맹활약했기 때문에 이번 경기가 더 감동적이었던 것 같아요. 혹시 그라운드에 있던 스타 선수들 중 남다른 인연이 있는 선수도 있었나요?

A : 강원의 정석화가 부산아이파크 입단 동기에요. 석화가 강원에서 잘 하는 모습을 보며 기분이 좋았는데, 같이 뛰는 경기에서 저도 활약할 수 있었다는 게 더욱 좋았어요. 그런데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어요. 경기 전에는 간단히 인사만 나눴고, 끝난 뒤엔 승패 때문에 말을 걸 분위기가 아니어서.

 

Q : 소속팀이 없는 신세라는 게 화제를 모았어요. 그런 상황이 마음가짐에 영향을 줬나요?

A : 제일 큰 영향을 줬죠. 제대한 뒤 돌아갈 팀이 없다보니까 전 여기서, 상무에서 다 보여줘야 돼요. 그래야 다른 팀에서 연락이 올 테니까요. 작년에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지만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어요. 이번 시즌이 시작되면서 위기의식이 진짜 커지더라고요. 올해도 작년처럼 흘려보낸다면 난 갈 곳이 없어진다. 이러면 안 된다. 그래서 마음가짐도 바꿨고, 김태완 감독님이 요구하시는 수비 가담도 전보다 훨씬 신경쓰고 있어요.

 

Q : 충주 해체 당시 이야기를 잠깐 해도 될까요. 그때 기분은 어땠나요?

A : 훈련소에 있을 때였어요. 입대하기 전부터 해체할 것 같은 기미가 보였고요. 훈련소에서 가족들과 잠깐 통화할 기회를 주잖아요. 아빠에게 전화를 했는데 그 이야기를 해 주더라고요. 팀이 없어졌다고. 그런데 훈련소에서 들은 게 차라리 다행인 것 같아요. 군사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충주 생각을 덜 할 수 있었거든요.

 

Q :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김도형 선수의 군 생활은 조금 특별해진 것 같아요. 상주에서 좋은 플레이를 해야 다른 팀에 취직할 수 있을 텐데요. 일종의 트라이아웃이 되어 버렸네요.

A : 한 경기 한 경기가 엄청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교육받을 때 들었는데 전역하자마자 공식 등록 기간이 아니어도 팀에 들어갈 수 있어요. 다만 14일 이내에 등록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만약 전역 날짜인 9월 4일이 다 되었는데도 날 원하는 팀이 없다면? 그땐 정말 조급해질 거예요. 그러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죠. 저는 K리그2에서 했던 것만큼 K리그1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Q : 데뷔골을 넣은 경기에서 2골 1도움을 했다는 점도 눈에 띄었지만, 첫 골이 아주 멋져서 더 눈에 띄었어요.

A : 훈련할 때도 그런 플레이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에요. 가람이(윤빛가람) 패스가 워낙 좋았고요. 트래핑하고 나서 슛을 하려다 태클이 들어오는 게 보이길래 일단 접었어요. 그게 통해서 일단 좋았고요. 생각보다 이범영 선수가 더 나와 있는데 오른쪽이 비어 있어서 톡 찼는데 잘 들어간 것 같아요.

 

Q : 공개 구직광고의 기회를 드릴게요. 하시겠어요?

A : 네. 그 방법이 좋을 것 같아요. 일단 전 무적선수입니다. 9월 4일에 제대합니다. 제대하고 2주 안에 등록할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 상주상무에서 열심히, 좋은 활약 하고 있겠습니다. K리그 관계자 여러분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상 김도형이었습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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