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해리 케인이 4골을 넣은 경기라 현지에선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겼지만, 손흥민은 놀라운 득점력을 다시 한 번 발휘했다. 한국인들에겐 대선배 차범근의 기록을 넘어 의미가 큰 시즌 21호골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손흥민의 능력이 돋보였다.

19일(한국시간) 영국 레스터에 위치한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2016/2017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37라운드에서 토트넘홋스퍼가 레스터시티를 6-1로 대파했다. 선발 출장한 손흥민은 2골 1도움으로 팀 승리를 이끈 뒤 후반 32분 교체 아웃됐다.

경기의 주인공은 케인이었다. 케인은 전반 25분, 후반 18분, 후반 43분, 후반 추가시간에 골을 넣어 총 4골을 몰아쳤다. 시즌 26골을 기록한 케인은 24골을 넣은 로멜로 루카쿠(에버턴), 23골인 알렉시스 산체스(아스널)를 단번에 앞질러 득점 선두가 됐다. 시즌 최종전만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케인의 2시즌 연속 득점왕 가능성이 높아졌다.

손흥민은 케인의 득점행진을 돕는 것으로 경기에 기여하기 시작했다. 손흥민이 오른쪽에서 빠른 스피드로 배후 침투를 감행하며 토트넘의 속공을 이끌었다. 롱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순식간에 문전까지 치고 나간 뒤 패스를 내줬고, 케인은 발만 대서 선제골을 터뜨릴 수 있었다.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골을 노렸으나 슛이 조금씩 빗나가던 손흥민은 곧 득점을 올리기 시작했다. 전반 36분 델리 알리가 툭 찍어 찬 공을 정확한 발리슛으로 마무리했다. 수비수들과 뒤엉켜 공의 낙하 지점을 파악하기 난해한 상태였지만 집중력으로 극복했다.

후반 26분 넣은 두 번째 골은 손흥민의 득점력이 얼마나 물올랐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명장면이었다. 최전방에서 역습을 이끌던 손흥민은 패스를 받아 주춤주춤하며 상황을 재다가, 수비를 하러 허겁지겁 달려온 윌프레드 은디디를 가볍게 돌파했다. 공을 발로 끌어당겼다가 바로 툭 치는 고급 기술이었다. 슛은 평소보다 우아했다. 중거리슛이지만 강슛이 아니라 파포스트 구석으로 정확히 향하는 땅볼 슛을 날렸고, 공은 약간 느린 듯하지만 캐스퍼 슈마이켈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궤적을 그렸다.

손흥민은 이 골로 EPL 14골, FA컵 6골,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골을 기록했다. 아시아 선수 중 최초로 EPL에서 10골을 넘긴 뒤에도 자신의 기록을 계속 늘려나갔다. 손흥민의 득점은 EPL 전체에서 11위권에 해당한다. 크리스티안 벤테케(크리스털팰리스), 에덴 아자르(첼시) 바로 아래다. 출장 시간 대비 득점력은 2선 최고 수준인 약 142분 당 한 골(1988분 14골)이다.

각종 대회를 통틀어 21골을 넣은 손흥민은 차범근 전 수원삼성 감독이 1985/1986시즌 바이엘04레버쿠젠 소속으로 독일분데스리가에서 넣은 시즌 19골을 돌파해 한국인의 유럽 무대 최다골 기록을 바꿨다.

손흥민은 리그 최종전을 통해 자신의 기록을 더 늘릴 수 있다. EPL 득점 순위에서도 더 뛰어오를 가능성이 있다. 토트넘은 강등이 확정된 헐시티와 21일 원정 경기를 갖는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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