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픗볼리스트=전주] 한준 기자= “그걸 질문이라고 한 것입니까?”

평소 장난기많고 유쾌하기로 유명한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이 19일 기니전을 앞두고 가진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기자회견에서 신중한 모습을 유지했다. 평소같은 웃음기를 보기 어려운 회견이었다.

신 감독이 정색하고 답한 질문은 기니전의 예상 스코어에 대한 것이었다. 몇 대 몇을 예상하는지, 몇 골차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은지 감독과 선수 모두에게 손가락으로 표현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질문에 신 감독은 “무슨 뜻인지 알고 있지만, 이상민 선수와 내가 팀을 대표하기 때문에 그런 모습은 조심스럽게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신 감독은 국제대회에서 상대팀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았다. 더불어 지나친 낙관이 팀 정신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경계했다. “관심은 가질 수 있겠지만, 너무 앞서가는 것이다. 그런 모습은 시합 전에 보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행동 하나에 집중력이 결여될 수 있다.”

신 감독은 3월 아디다스컵 4개국 대회, 4월 K리그팀과 연습경기, 5월 세 차례 평가전 등으로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평가전을 통해 믿음이 커졌다. '공격 앞으로'로 나갈 것이다. 기니전부터 매 경기가 결승전이다. 첫 단추를 잘 끼우면 조별리그는 물론 16강, 8강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평소 인터뷰에서 적극적으로 목표를 말해온 신 감독이지만, 자신감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들뜨지 않고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신 감독은 선수단에 휴대전화 사용을 허락했으나 SNS(소셜미디어) 사용은 금지했다.

“선수들이 미디어를 빠르게 접할 수 있는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 기자 분들이 실시간으로 기사를 보낼 수 있고, 그 스포트라이트를 선수들이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오버하는 게 있지 않나 내심 걱정을 하고 있다. 훈련장에서 선수들의 행동을 보면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더라. 하지만 혹시나 자기도 모르게 그런 모습이 나올 수 있어 안정시키고 있다. 심리적으로 동요하고 오버하면 부상이 올 수 있다.”

과욕과 과신은 금물이다. 신 감독이 U-20 대표팀에 요구하는 것은 90분간 꾸준한 리듬으로 준비한 경기를 하는 것이다. 선제골을 넣었다고, 혹은 허용했다고 구조가 흔들려선 안된다. 최근 평가전에서 좋은 경기를 한 U-20 대표팀은 끌려가는 경기를 경험하지 못했다. 이른 시간 선제 실점은 긴장과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신 감독은 이 점에 대해서도 따로 플랜B를 준비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솔직히 그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 선제골을 넣을 수도, 내줄 수도 있지만, 우리의 플레이를 하도록 준비했다. 말씀하신 것처럼 선제골을 내주고 당황할 수 있지만, 경기를 나가기 전에, 미팅을 통해 실점 이후 동요하지 말 것을 주문할 것이다. 동점골, 역전골을 넣도록 주문을 할 것이다.”

이날 주장으로 회견에 임한 이상민도 긴장과 흥분에 대한 걱정을 인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니전 입장권은 이미 매진됐다. 4만여 관중이 운집한다. “나를 비롯해 모든 선수들이 많은 관중 앞에서 처음 경기한다. 부담되는 부분이 있겠지만 많은 국민들이 응원해주면 오히려 힘이 더 될 것이다. 선수들끼리 더 집중하고, 들뜨지 말고 차분하게 하자는 얘기를 가장 많이 하고 있다.”

냉정하고 차분하게 모낸 경기 하루 전. 신 감독은 속에 있는 열정과 희망을 숨기지는 않았다. “훈련 과정은 퍼펙트하다. 부임 후 짠 스케줄대로 잘 됐고, 선수들이 잘 따라왔다. 대학팀, 프로팀 감독들이 도와주셔서 완벽한 로드맵을 그렸다. 경기장에서 주눅 들지 않고, 보여주고자 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완벽하다. 지금 90점에서 95점은 된다. 나머지 5~10점은 경기장에서 실제로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사진=픗볼리스트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