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부산행) KTX 막차가 10시 반이라서…”
조진호 부산아이파크 감독은 17일 FC서울과 한 ‘2017 하나은행 FA컵’ 16강 원정 경기를 90분 내에 끝내겠다고 했다. 한 수 위 상대를 만나면 수비적인 전술과 페널티킥 연습을 하기 마련이지만, 조 감독은 “페널티킥 연습을 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조 감독 각오를 들은 황선홍 FC서울 감독은 “우리는 연장도 생각하고 페널티킥 연습도 했는데”라며 웃었다.
조 감독은 우스갯소리를 하지 않았다. 실제로 부산은 KTX를 예매해 놓았다. 이날 경기와 승부차기에서 선방한 구상민도 경기가 끝나고 한 인터뷰에서 “선수들도 KTX 예매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빨리 끝내고 가고 싶었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라며 웃었다. 조 감독은 “경기 중에 취소하라고 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서울을 잡은 부산은 버스가 아닌 비행기를 택했다. 조 감독은 “지면 버스 타고 내려가려고 했는데 이겼으니 공항 근처에서 자게 해달라고 했는데 아직 결정이 안 났다. 버스 타고 6시간 정도 가면 다음 경기도 여파가 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조 감독 바람은 현실이 됐다. 부산 구단은 서울 상암동 한 호텔에서 잔 뒤 18일 오전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가기로 했다.
조 감독은 승부차기 연습을 하지는 않았지만, 선수들을 잘 관찰했다. 승부차기 순번도 치밀하게 짰다. 그는 “선수들이 자신 있는 부분을 알고 있었다. 5번 키커까지 오른발, 왼발을 쓰는 선수들을 번갈아 배치했다”라고 설명했다. 조 감독이 한 생각은 결과로 나왔다. 키커로 나선 선수는 대담하게 슈팅을 날렸고 골키퍼 구상민은 선방했다.
#’우리는 클래식이 더 편하다’
“선수들이 훌륭하게 최고 경기를 했다. FC서울 원정에서 밸런스 맞춰가며 경기다운 경기를 했다.”조 감독은 32강 포항스틸러스를 잡은 뒤 서울까지 잡은 것에 만족했다. 그는 “지난번 포항과 했을 때도 우리가 경기를 이끌었었고 오늘도 전체적으로 속도 있게 잘했다. 다시 전남 원정을 떠나야 하지만 충분하게 해볼 만 하다. 클래식 팀을 꺾겠다”라고 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조 감독은 “지난 시즌 상주상무에 있을 때 클래식 팀들과 대결해봤다. 챌린지는 이제 적응하는 단계”라며 “클래식은 공격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오히려) 내 스타일과 맞는다. 챌린지는 라인을 내려 수비하다가 카운터 어택을 노린다. (상대에) 젊은 선수도 많기 때문에 역습을 맞고 실점하는 적이 많았다”라고 했다.
#챌린지에서 경남 잡는다
조 감독은 이날 승리를 바탕으로 K리그 챌린지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했다. 조 감독이 찾은 답은 공격이다. 조 감독은 “구단주(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가 ‘공격적으로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하셨는데 공감도 했다”라며 “아무래도 챌린지에서도 공격적으로 해야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부산은 12라운드 현재 승점 24점으로 1위 경남FC에 승점 6점이 뒤쳐져 있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지만 경남 기세가 심상치 않다는 게 문제다. 경남은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조 감독은 “올 시즌 반드시 클래식으로 승격하겠다. 경남이 워낙 잘하고 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겠다”라고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조 감독은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기자회견을 진행한 서울 홍보팀 성민 과장에게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에게도 웃으며 인사를 건넨 뒤 라커룸으로 갔다. 조 감독은 FA컵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묘미를 보여줬다. 그의 표정은 ‘이게 FA의 맛 아닙니까’라고 말하고 있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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