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2017시즌 K리그클래식으로 돌아온 강원FC의 목표는 AFC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보다. 최근 홈 2연승을 거둔 강원은 승점 15점으로 11라운드 현재 7위에 올라 있다. 3위까지 주어지는 ACL 티켓을 리그 성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경쟁이 치열하다. 현 3위 포항스틸러스와 승점 차이는 4점에 불과하지만, 선두 전북현대와 제주유나이티드, 울산현대, 수원삼성, FC서울 등 조밀한 승점 차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ACL을 목표로 하는만큼 FA컵은 쉬어가는 대회가 아니다. K리그챌린지(2부리그) 시절에는 승격이 최우선 목표였던만큼 최윤겸 강원 감독은 로테이션을 통해 뛰지 못하던 선수들을 적극 투입했다. 올 시즌은 다르다. 최 감독은 ‘풋볼리스트’와 전화 통화에서 “오히려 FA컵이 목표 달성을 위한 더 좋은 기회”라고 했다. 최 감독이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에는 수월한 대진표도 있다. 동시에 진행된 16강과 8강 대진추첨에서 K리그클래식 팀을 피했다.

강원은 17일 저녁 7시 강원 평창알펜시아스키점핑타워 경기장에서 K리그챌린지 성남FC를 상대한다. 성남을 제치고 8강에 오를 경우 K3리그의 포천시민추구단, 내셔널리그의 목포시청과 경기에서 승리한 팀을 만난다. 4강까지 가는 길이 험난하지 않다. 최 감독은 “성남은 작년과 비교하면 전력 누수가 있고, 좋은 상황이 아니다. 반면 우리는 상승세”라고 했다. 4강 가는 길이 트인 만큼 총력을 기울여 확실한 승리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강원 상승세 이유, 성남전도 총력

최근 강원은 광주와 1-1로 비긴 뒤 인천유나이티드와 대구FC에 2-1 승리를 거뒀다. 베테랑 미드필더 오승범과 오범석이 부상에서 회복하며 배후 안정감이 높아졌다. 시즌 초반 강팀을 상대하며 어려운 시간을 보낸 강원은 조직력이 올라오고, 상대적으로 약팀을 만나면서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23세 이하 선수로 라이트백 박요한을 투입하고 공격 지역에 베테랑 자원을 집중하면서 화력도 안정을 찾았다.

성남전은 23세 이하 선수 의무 출전 조항이 없다. 최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을 모두 기용할 것이다. 정조국도 후반전에 투입할 것”이라며 성남과 경기에서 가진 자원을 모두 활용하겠다고 했다. 주장 백종환도 리그에서 휴식을 취해온 만큼 성남과 경기를 최상의 컨디션으로 준비하고 있다. 

성남은 K리그챌린지 강등 후에도 부진을 겪으며 현재 10개 팀 중 9위다. 그럼에도 최 감독은 성남전에 방심은 금물이라는 생각이다. 전력상 우세가 점쳐지는 상황에도 주력 선수를 모두 내보낼 계획을 하는 이유는 두 팀 사이의 ‘스토리’가 있다. 성남은 지난해 승강플레이오프에서 강원에 패해 챌린지로 떨어졌다. 지난해 승격에 대한 열망이 컸던 강원이 강한 정신력으로 성남을 상대했다면, 이번엔 다른 양상의 경기가 예상된다. 성남이 거칠고 강한 경기로 강원에 도전하는 입장이 됐다. 

최 감독은 “선수들은 달라졌지만 팀이 진 것이기 때문에, 상대는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에게 정신적으로 강조를 할 것이다. 우리가 아픔을 준 팀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강조해서 정신적으로는 지난 성남과 승강 플레이오프 때보다는 약할 것이다. 선수들이 여유와 자신감을 가질 수있도록 경기를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성남과 경기를 분석한 최 감독은 “박경훈 감독은 조직적이고 아기자기한 스타일의 축구를 하는데 요즘에는 많이 뛰고, 투쟁적으로 뛰더라. 단순하게 날아오는 공을 사용하고, 스리백도 쓴다. 그런 점에서 분석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시즌 초반 공격적인 전술을 준비한 성남은 성적 부진이 이어지자 수비를 강화한 역습 축구로 자세를 바꾼 뒤 승점을 쌓기 시작했다. 공격적인 자세로 임할 강원과 경기에서도 성남은 선수비 후속공으로 경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쯔엉 데뷔 유력, 90분 승부 계획

이번 경기에는 베트남 대표 미드필더 쯔엉이 강원 1군 데뷔전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 23세 이하 선수 의무 출전 규정이 사라진 만큼 쯔엉에게 1군 적응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여건이 됐다. 쯔엉은 시즌 초반 부상을 털고 최근 R리그 경기를 뛰며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였다. 최 감독은 “데려온 만큼 기회를 줘야 한다. 올 시즌 최소한 5경기는 기회를 줄 생각이고, 그 이상 나가는 문제는 본인 하기에 달렸다. 실력으로 기회를 잡아야 한다. 이 경기를 통해 가능성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쯔엉은 피지컬이 강하지 않지만 중앙 지역에서 섬세한 볼 컨트롤 기술과 창조적인 패싱 능력을 갖췄다. 오범석이나 오승범, 발렌티노스 등이 쯔엉의 수비적인 부분을 커버하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쯔엉의 패스가 살아나면 이근호 디에고 김승용 정조국 등 공격 라인에게 좋은 슈팅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이 경기에서 또 하나 주목 받는 것은 황진성의 출전 여부다. 황진성은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성남 유니폼을 입고 뛰었으나, 2017시즌 강원으로 이적했다. 이 부분에서 성남 팬들은 감정이 좋을 수 없다. 황진성이 뛸 경우 여러모로 견제와 시선이 집중된다. 최 감독은 "리그에서 황진성이 계속 경기를 뛰었다. 본인에게도 물어볼 것"이라며 컨디션과 본인 의지를 파악한 뒤 선발 명단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최 감독은 “승부차기 준비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강원은 5월 20일 토요일에 FC서울과 원정 경기로 리그 12라운드 일정을 치러야 한다. 휴식 시간이 촉박한 만큼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경기를 해야 한다. “90분 안에 끝내야 한다.” 성남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21일 K리그챌린지 최하위 대전시티즌을 상대한다.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다. 강원과 경기에 소모전보다 대전전 승리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실리적 관점에서 성남은 FA컵 만남으로 강등을 설욕하기 보다 리그 순위를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 양 팀 모두 90분 승부를 원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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