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성남FC가 강원FC를 상대로 한을 풀 기회를 잡았다. 강등 이후 만나기 힘들 것 같던 강원을 반년 만에 FA컵에서 재회한다. FA컵 16강전에서 가장 치열하고,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가 준비된 경기다.

강원과 성남은 17일 오후 7시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 ‘KEB하나은행 FA컵 2017’ 16강전을 치른다. 지난해 11월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이후 처음 갖는 리턴 매치다.

승강 플레이오프 두 경기는 0-0, 1-1 무승부로 끝났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강원이 승리했다. 강원은 4년 만에 클래식으로 승격했고, 성남은 처음 챌린지로 강등됐다. 리그가 갈라진 두 팀이 반년 만에 재회한다.

악연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승강 PO에서 강원의 핵심 선수였던 세르징요가 지난 4월 위조여권 문제로 추방됐기 때문이다. 세르징요는 지난해부터 위조 여권 혐의로 이미 논란의 대상이었다. 강원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세르징요를 쓰지 않겠다고 했다가 PO에서 투입했다. 세르징요 문제는 올해까지 이어졌고, 춘천지방법원이 시리아 여권을 위조해 취업한 세르징요를 국외로 추방시켰다.

성남은 이달 초 ‘지난해 열린 승강 PO 2차전 결과를 성남의 3-0 승리로 정정해달라’는 내용증명을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보냈다. 세르징요가 무자격 선수로서 뛰었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해당 팀의 0-3 패배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부당한 경기 때문에 강등된 것에 대한 손해를 합당한 조치로 보상해달라고 했다.

프로연맹은 규정에 따라 답변했다. 연맹 관계자는 “48시간 이내에 문제가 제기됐을 때 몰수패를 처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당시 성남이 문제를 제기했을 땐 무자격 선수라는 걸 증명할 수 없었다. 몰수패 대상이 아니다. 성남에도 이 내용으로 회신을 보냈다”고 했다. 연맹 대회요강에는 '무자격 선수가 출전한 것이 경기 중 또는 경기 후 발각돼 경기종료 후 48시간 이내에 상대 클럽으로부터 이의가 제기된 경우 무자격 선수가 출전한 클럽이 0-3으로 패배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되어 있다. 세르징요는 법원 판결 전까지 무자격 선수에 해당하지 않았다.

아울러 프로연맹은 “세르징요 건에 관련해 징계를 내릴지 여부는 검토 중이다. 판결문과 법원 수사기록, 강원 구단과 에이전트의 소명서를 받았다. 세르징요의 여권 위주를 어디까지 알고 투입했는지, 고의성 여부 등을 따지는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내용증명으로 큰 효과를 보긴 어렵다. 성남 측도 이미 알고 있다. 승강 PO를 몰수패 처리한다고 해서 리그 중간에 강원과 성남의 위치를 바꿀 순 없다. 강등에 따른 손해를 계산해 일일이 보상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성남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최근 성적 때문에 성남시가 구단에 부담을 주고 있지 않나. 구단으로선 강등 자체가 부당한 일이었다는 걸 최대한 어필해야 했을 거다. 그만큼 억울한 심정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복잡한 ‘원한 관계’가 꼬인 FA컵을 벼르고 있는 쪽은 강원보다 성남이다. 성남은 K리그 챌린지에서 심각하게 부진한 것과 달리 FA컵에서는 수원FC(승부차기승), 청주시티를 꺾고 순항 중이다. 홈보다 원정 성적이 더 낫다는 점도 성남으로선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이번 시즌 성남의 리그 홈 성적은 1무 5패인데 비해 원정 성적은 2승 3무 1패로 한결 낫다.

승강 PO 당시 성남의 유일한 골을 넣었던 황진성이 강원 소속으로 지난해 동료들을 만난다는 점 역시 흥미로운 점이다. 황진성은 더 날카로워진 킥력으로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1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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