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박경훈 성남FC 감독은 제주유나이티드 시절부터 시즌별 콘셉트를 즐겨 만들었다. 올해 성남의 콘셉트는 ‘헤비메탈 축구’였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을 연상시키는 수식어였지만 현재까지 성남은 뚜렷한 팀 스타일이 없다. 데스메탈인지 EDM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상태다.

박 감독이 성남의 새로운 키워드로 제시한 ‘하인’은 그 동안 고급스럽고 현란했던 수식어와 한 발 떨어져 있다. 박 감독은 지난 13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FC안양과 경기하기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그동안 성남은 양반처럼 축구했다. 이제 하인 같은 축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술보다 기동력, 지능보다 투지를 강조하는 표현이다. 박 감독은 지난달부터 성남이 부진한 이유로 정신적 문제를 들었다. 끝까지 치열하게 뛰는 자세가 부족하다고 했다. 안양전에서 달라진 성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짧은 패스에 집착하기보다 전방으로 롱 패스를 많이 시도했다. 193cm 베테랑 장신 공격수 박성호를 최전방에 기용한 것도 힘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확실한 성과는 없었다. 성남은 안양과 0-0으로 비겼다.

성남의 노선 변경은 K리그 챌린지의 스타일에 대한 박 감독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박 감독은 “챌린지에 와 보니까 여긴 짧은 패스, 기술적인 축구보다 롱 패스를 많이 시도하고 상대가 공을 잡았을 때 적극적으로 압박하는 것이 먼저더라. 우리 축구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설프게 공을 돌리니 역효과만 났다”고 했다.

“챌린지 선수들은 투쟁력이 있고 많이 뛴다. 그걸 허물어뜨릴 만한 조직력, 상대 압박을 헤집고 나올 수 있는 기술이 아직 우리에게 미흡하다.”

개막 당시부터 핵심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는 것도 박 감독의 스타일을 버리게 만든 요인이다. 성남은 안양전에서 센터백 오르슐리치 외에는 외국인 선수를 선발 기용하지 않았다. 비도시치는 교체 멤버였고, 파울로와 네코는 부상으로 이탈해 있다.

성남 축구에 대한 상대팀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김종필 안양 감독은 “성남이 박성호의 높이를 활용해 때려 넣고 경기할 걸 예상했다. 사실 우리로선 부담이 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성남이 마무리를 못 해서 다행이다. 성남 선수들이 전 경기를 승리하고 나서 분위기, 의욕이 많이 충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초 8경기 무승(FA컵 승부차기승 포함)에 그쳤던 성남은 최근 6경기에서 3승 2무 1패로 한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다만 공격력이 여전히 문제다. 성남은 이번 시즌 한 경기에서 2골 이상 넣은 경기가 FA컵 청주시티전 뿐이다. K리그 챌린지에서는 최대 1골 득점이 고작이었다. 성남은 12라운드 현재 단 6득점으로 챌린지에서 가장 득점이 적은 팀이다. 개막 전 득점왕 0순위로 지목된 황의조는 현재까지 3골에 그쳤다.

성남의 변신은 챌린지 환경에 맞는 묘수일 수도 있고, 무색무취한 축구로 가는 악수일 수도 있다. 박 감독은 “두 경기 무실점을 했다. 득점할 수 있는 선수들이 회복해 경기에 나오면 안정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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