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고양] 한준 기자= 공수의 윤곽은 드러났다. 중원은 무주공산이다. 5월 평가전 직전까지 U-20 대표팀의 주장 완장을 찼던 한찬희는 세네갈과 마지막 경기에서 벤치를 지켰다. 우루과이전에 스리백 혼용 전술 도입으로 주목 받았던 김승우는 세네갈전에도 선발로 나섰으나 신태용 감독의 질책을 들으며 전반 종료와 함께 교체됐다.

신 감독은 14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세네갈과 친선전 2-2 무승부를 기록한 뒤 기자회견에서 본선 베스트 멤버 구상을 밝혔다. 골키퍼 송범근 센터백 이상민 정태욱 공격수 이승우 조영욱 백승호 등 6명의 선수는 기니전에서 선발 출격이 유력하다. 세 명의 미드필더와 두 명의 풀백 자리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21명의 선수가 언제든 경기에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장단점이 있다. 11명의 선수로 조직력을 극대화해서 나갈 수도 있지만, 대회가 한 경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조별리그 3경기, 나아가 토너먼트에서 4,5경기, 6경기까지도 할 부분을 생각했다.”

신 감독은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를 좁혀 대회를 안정적으로 치르고자 한다. 활동량이 가장 많고, 공을 소유하는 경기를 추구하는 신 감독의 축구 철학 속에 가장 중요한 중원 포지션은 다양한 조합의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전에 임민혁 이승모 이진현, 우루과이전에 한찬희 김승우 이상헌, 세네갈전에 이진현 김승우 이승모가 선발로 나섰다. 

#본선을 위해선 21명의 선수가 균일한 경기력을 내야 한다

신 감독은 “개인적인 욕심일 수 있지만, 11명을 극대화하는 것 보다 21명이 원팀이 되어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기니전을 비롯해 조별리그 3경기에 선발 투입할 선수에 대한 구상이 완전히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신 감독은 “미드필드에 베스트 선수가 많이 바뀌고 있지만 내 머리 안에 구상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 기니전엔 그 선수들이 나갈 것이다. 본선에선 로테이션을 지금처럼 많이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신 감독이 대회 전 친선경기에서 열린 로테이션을 진행한 것은 아직 어린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더 강한 상태를 유지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나머지 선수들도 심리적으로 같이 가야 한다. 선수들과 심리적으로 밀고 당기기도 해야 한다. 선수들이 방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늘 경기를 못했다면 내가 베스트로 나갈 수 없다는 긴장의 끈을 줘야 한다. 또, 상대가 우리를 분명히 분석하고 나올 것이다. 상대에게 혼선을 주겠다는 의도도 있다.”

미드필드진과 로테이션이 이뤄지는 이유는 조직력과 경기 감각 높이기에 있다. 우선 수비 라인의 경우에는 안정감과 호흡이 중요하다. 신 감독은 “포백과 스리백의 경우 조직력을 극대화해햐 한다. 수비는 크게 바꾸지 않는다”고 했다. 

신 감독은 “상대팀도 마찬가지로 어느정도 베스트로 나올 선수는 기정 사실화됐다. 보통 기본적으로 8~9명은 파악한 선수로 베스트가 나온다. 일단 우리는 조영욱 백승호 이승우가 나올 거라는 것을 상대 감독도 알 것이다. 3명은 읽혀주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백승호와 이승우 모두 경기 체력과 감각 등의 측면에서 집중적으로 기회를 줬다. FC바르셀로나B에서 리그 경기에 거의 나서지 못한 백승호의 경우 본선까지 100%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도 했다. 조영욱도 고려대 진학 이후 떨어진 감각을 높이고 골 감각 회복을 위해 계속 선발로 뛰었다.

#아직 어린 선수들, 안심과 방심은 금물

신 감독의 의도는 적중하고 있다. U-20 대표티 내에 건강한 주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세네갈전에 좋은 활약을 보인 미드필더 이승모는 “어제 팬들이 오신 훈련장 분위기에 선수들이 들떴다. 집중을 잘 못해서 경기가 풀리지 않은 면이 있다. 저녁 경기만 하다보니 낮 경기엔 덥고, 템포도 달랐다. 잘 뛰어다니지 못했다. 호흡이 차니 실수도 많았다.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이승모는 “감독님의 마음을 모르겠다. 전술에 따라 한명 한명 맞게 기용하실 것 같다. 선수들끼리 티를 내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백승호는 “미드필드는 감독님이 보시고 싶은 게 있는 것 같다. 많은 선수들이 뛰면 감각도 올라가고 경쟁도 할 수 있다”며 치열한 중원 경쟁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했다. 

최근 좋은 경기를 하며 자신감이 높아진 것은 신 감독이 만족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신 감독은 자신감이 자만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 “기자 분들도 A대표티이나 올림픽 경기를 보셨겠지만 U-20 대표팀을 보면 어린 선수들이 기복이 있다. 마인드 컨트롤을 스스로 해야 하는데, 한 경기가 좋은 경우 다음 경기에서 가끔 정신줄을 놓는 선수들이 있다. 그런 부분을 잡아 주는 게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신 감독은 “윤종규와 김승우가 우루과이전에 잘해줬기에 기대를 하고 보냈는데 기대보다 못했다. 우루과이전을 잘하고 나니 막연하게 잘 되겠지라고 편하게 생각하고 간 것 같다. 낮 경기라 더 집중해야 하는데 심리적으로 편하게 가니까 실수가 나온 것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전반전 끝나고 교체했다. 본선에서 그런 집중력을 높이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드필드진뿐 아니라 풀백 포지션의 우찬양 윤종규 이유현도 치열하게 주전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이다. 윤종규 이유현은 좌우 풀백이 모두 가능해 셋 중 누가 주전이 될지는 오리무중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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