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기성용(28, 스완지시티)이 열쇠였다.

 

미드필더 기성용이 2016/2017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에서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고, 이 3경기에서 스완지시티는 2승 1무를 기록하며 자력 잔류에 가까워졌다. 기성용은 르로이 페르가 전반 20분 만에 부상으로 빠진 스토크시티와 지난 4월 22일 34라운드 경기부터 이어진 스완지시티의 4경기 연속 무패 과정에 핵심 역할을 하며 주전 입지를 회복했다.

스완지시티의 3월은 악몽이었다. 헐시티, 본머스에 연패를 당했고, 미들즈브러와 홈경기도 비겼다. 4월 들어 치른 토트넘홋스퍼, 웨스트햄유나이티드, 왓퍼드와 경기에도 연패가 이어졌다. 폴 클레멘트 감독은 스토크시티전부터 조르당 아유와 페르난도 요렌테를 투톱으로 기용하며 기존 4-2-3-1 포메이션에서 다이아몬드형 4-4-2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4-2-3-1 포메이션에서 기성용은 주전 경쟁에 밀렸다.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 겨울 이적 시장에 영입한 톰 캐롤이 빌드업 미드필더 역할을 맡고, 잭 코크가 포백 보호자 역할을 했다. 르로이 페르가 중원 엔진으로 부지런한 움직임을 보였다. 질피 시구르드손은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공격 마침표 역할을 했다.

클레멘트 감독은 이 전술로 부임 후 리버풀, 사우샘프턴, 레스터시티, 번리 등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으나 마무리 파괴력 문제, 허리와 수비 라인에 부상자가 발생하며 구조적 안정성이 흔들려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어쩌면 부상 변수가 전화위복이 됐다. 잭 코크가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스토크시티와 경기에서 시도된 4-4-2 포메이션에서 먼저 중원을 구성한 선수는 브리턴 캐롤 페르 시구르드손이었다.

#코크와 페르의 부상, 4-4-2 변화 속에 존재감 회복한 기성용

시구르드손이 공격형 미드필더와 좌측면 공격수 자리를 오가며 4-3-3 포메이션과 혼용했다. 브리턴이 포백 앞에서 빌드업 미드필더 역할을 하고 캐롤과 페르가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섰다. 좌우 풀백이 측면 공격을 맡아 두 명의 측면 미드필더가 날개 역할을 하는 형태는 아니었다.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이 확신을 준 것은 전반 20분 만에 페르가 부상으로 빠지며 기성용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온 뒤였다.

전반 10분 요렌테의 선제골로 앞서간 스완지시티는 후반 25분 아유의 도움을 받은 캐롤의 골로 2-0 완승을 거두 무승 행진을 끊었다. 클레멘트 감독은 성공한 포메이션에 변화를 줄 필요가 없었다. 페르는 곧 부상에서 회복했으나 선발 출전 기회는 기성용의 차지였다. 이 경기 이후 한동안 중원 경쟁에서 뒤쳐진 브리턴과 기성용을 전면에 내세운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으로 임했고, 무패행진이 이어졌다.

선덜랜드와 37라운드 경기에서 스완지시티의 전술은 완전히 자리를 잡은 모습이었다. 좌우 측면 풀백 마틴 올손과 카일 노턴이 적극적으로 오버래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원의 볼 소유력이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중원 안정감이 없다면 수비 전환이 빈번해지는 풀백이 체력 부담과 배후 리스크로 쉽게 전진할 수 없다. 

브리턴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수비력이 좋은 선수는 아니지만 안정적으로 공을 컨트롤하고 배급할 수 있는 베테랑이다. 캐롤은 공을 소유한 상황에서 더 활발했고, 기성용은 날카로운 침투 패스와 롱 패스, 적극적인 배후 공간 침투를 통해 다른 패턴의 공격을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캐롤과 기성용도 빌드업 미드필더가 가능한 ‘패스 마스터’다.

세 명의 패스마스터에 시구르드손이 포진해 중원을 장악했다. 요렌테가 기본적으로 중앙에 배치되지만 시구르드손과 아유가 측면은 물론 중앙 지역으로 침투해 수비 견제 부담을 덜어줬다. 스완지시티는 전반 9분 만에 세트피스 공격으로 선제골을 얻었지만.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의 경기 장악력과 자신감이 좋았다.

전반 추가 시간에는 브리턴의 패스를 받은 기성용이 라이트백 노턴을 향해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보냈고, 노턴이 마무리 슈팅으로 득점을 올렸다. 기성용의 올 시즌 리그 1호 도움이 시즌 말미에 나왔다. 페르와 코크가 모두 부상을 털고 돌아왔지만 기성용과 브리턴의 체력 안배를 위한 교체 카드로 사용됐다. 스완지시티의 두 베테랑 미드필더의 가치를 재확인한 경기였다.

올 시즌 기성용은 부상과 두 번의 감독 교체 등 어수선한 상황 속에 프리미어리그 입성 이후 가장 꾸준하지 못한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팀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순간 자신의 존재감을 보이며 팀의 잔류에 기여하고 있다. 

스완지시티는 선덜랜드전 2-0 승리로 승점 38점에 도달했다. 원정 경기에선 8경기 만에 거둔 승리다. 헐시티가 크리스털팰리스와 14일 경기에서 이기지 못하면 잔류가 확정된다. 헐시티가 추격해도 웨스트브로미치앨비언과 치를 시즌 최종전 홈경기에서 승리하면 자력으로 잔류한다. 기성용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운명의 열쇠를 스스로 쥐고, 승리의 문을 열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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