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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테가 '개조'한 네 선수, 첼시 우승 이끌다
김정용 기자 | 승인 2017.05.15 09:30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첼시의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은 선수들의 기량을 온전히 살린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전술 변화에서 비롯됐다.

선수에 맞춰 전술을 바꾸는 콘테 감독이 자기 철학을 고집하는 감독들에게 거둔 승리였다. 콘테 감독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 첼시가 나쁜 시즌(10위)을 보냈다는 건 문제가 많았다는 뜻이다. 빠르게 문제를 풀어나가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완벽하지 않은 선수단으로 가장 좋은 조합을 만들어내야 했고, 콘테 감독은 7라운드에 답을 찾아낸 뒤 계속 EPL 최강을 유지했다.

 

① 빅터 모제스를 윙백으로

모제스는 윙어로서 뛰어난 스피드를 갖고 있지만 섬세한 플레이에 약한 선수로 평가돼 왔다. 시즌 개막 당시 아무도 모제스를 주전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첼시는 4년 전 모제스를 영입한 뒤 3년 동안 여기저기로 임대 보냈다. 임대 간 팀에서도 시즌 20경기 이상 소화한 적이 없는 선수였다.

콘테 감독은 모제스가 폭발적인 에너지를 완전히 쏟아 부을 수 있도록 윙어가 아닌 윙백 자리에 배치했다. 공격수 시절보다 더 많은 공간을 갖게 된 모제스는 측면뿐 아니라 문전까지 순식간에 돌진하며 상대 수비수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이번 시즌에는 첼시에 스리백이 자리 잡은 뒤 부상만 없으면 무조건 선발 출장했다.

 

②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를 스리백의 일원으로

아스필리쿠에타는 오른발잡이 왼쪽 풀백으로 활약해 온 선수다. 콘테 감독은 아스필리쿠에타를 윙백이 아닌 스리백의 일원으로 배치했다. 위치는 모제스 바로 뒤였다. 모제스가 수비에 한 발 늦게 복귀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수비 상황에서 허점을 드러낼 때, 아스필리쿠에타가 보완해줘야 했다. 넓은 활동폭이 필요한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아스필리쿠에타는 직접 상대 공격수의 공을 빼앗아야 하는 난감한 상황을 자주 맞았고, 높은 확률로 경합에서 승리했다. 태클 성공 횟수가 스리백 중 가장 많은 경기당 2.1회다. 골키퍼를 포함해 첼시의 모든 선수를 통틀어 전경기 풀타임을 소화한 건 아스필리쿠에타뿐이다.

 

③ 다비드 루이스를 스리백의 가운데에

루이스는 시즌이 시작될 때만 해도 비웃음을 산 영입이었다. 이미 클래스에 한계가 있다고 판명난 선수를 파리생제르맹에 팔았다가 다시 사 오는 건 명백히 손해 보는 장사처럼 보였다. 중앙 수비수로서 불안한 플레이가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첼시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을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콘테 감독은 가장 지능적이어야 하는 스리백의 중앙에 루이스를 배치하는 발상의 전환을 보였다. 보통 루이스의 공격적인 플레이스타일을 감안하면 스리백에서 좌우를 맡기는 것이 보통이지만, 콘테 감독은 역발상을 했다.

핵심은 루이스가 해야 할 일을 줄여주는 것이었다. 루이스는 공격 가담을 자제하고 수비에만 신경 쓰기 시작했다. 수비에 대한 집중력이 올라가자 실수가 확 줄어들었다. 스리백 동료들이 먼저 상대 공격수와 경합하면 루이스가 마무리했다. 때론 뛰어난 수비력으로 공격수를 직접 제압했다.

루이스의 이번 시즌 드리블 횟수는 최근 5시즌 중 가장 적다. 그 결과 공을 잃어버린 횟수, 실수를 저지른 횟수도 루이스의 경력을 통틀어 가장 적은 수준이었다. 루이스는 안정적인 수비수로 거듭났다.

 

④ 개리 케이힐을 스리백의 왼쪽에

루이스의 중앙 기용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케이힐이 왼쪽을 맡았다. 케이힐은 침착한 수비수다. 기존 플레이 스타일은 스위퍼에 가까워 보였다. 그러나 콘테는 케이힐에게 왼쪽을 맡겼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마르코스 알론소가 오버래핑한 뒤 남겨진 배후 공간을 케이힐이 커버해야 했기 때문에 활동폭이 아스필리쿠에타 못지않았다. 측면까지 나가 먼저 공을 따내고, 왼발로 걷어내는 건 이번 시즌 케이힐이 가장 많이 보여준 플레이 중 하나였다.

 

⑤ 완벽한 옷을 입고 팀을 지탱한 은골로 캉테, 네마냐 마티치

콘테 감독은 유벤투스 시절부터 중앙 미드필더가 세 명인 3-5-2 포메이션을 애용했다. 첼시에선 미드필더를 한 명 줄이고 3-4-3으로 전환했다. 중앙 미드필더가 둘뿐이어도 상대에게 밀리지 않을 수 있다는 계산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전환이었다. 캉테와 마티치를 가진 첼시였기 때문에 과감한 전략이 통했다.

캉테와 마티치는 자신들에게 가장 적합한 역할을 맡아 잠재력을 모두 끄집어냈다. 특히 캉테는 EPL에서 태클 3위, 가로채기 13위로 어지간한 미드필더 두 명 만큼의 공 탈취 능력을 보였다. 패스 성공률에서도 캉테가 9위, 마티치가 19위였다. 이들 뒤에 스리백까지 있었기 때문에 때로 캉테가 공을 가진 선수를 쫓아 멀리 떠나버리더라도 어느 정도 후방을 지탱할 수 있었다.

 

⑥ 수혜자가 된 공격진

절묘한 포지션 변화로 수비진의 역량을 모두 끄집어냈고, 미드필더들이 헌신적인 플레이로 미드필드를 장악했다. 공격진은 수비 부담을 덜 수 있었다. 특히 디에구 코스타, 에덴 아자르는 상대가 공을 갖고 있을 때도 빼앗을 생각보다 역습으로 튀어나갈 생각을 먼저 할 자유를 얻었다. 아자르는 결정적 패스 7위, 드리블 돌파 3위, 프리킥 획득 2위 등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현재까지 15골 5도움으로 영향력도 컸다.

모든 공격진이 이득만 본 건 아니었다. 아자르와 함께 2선에 배치된 페드로 로드리게스는 헌신적인 측면도 있었다. 나머지 두 명보다 적극적으로 팀 플레이를 하며 전방 압박, 동료 공격진의 어시스트에 맞춘 문전 침투, 공을 받기 위한 움직임을 끝없이 시도했다.

 

⑦ 정답은 없다. 또 꾸준한 개선이 필요하다

이번 시즌에 완벽하게 작동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첼시는 후반기 막판으로 가면서 점점 경기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특히 윙백의 공격력이 점차 감소했다. 모제스는 플레이 스타일이 일찍 읽혔고, 1월 이후 공격 포인트를 하나도 올리지 못했다. 알론소는 지능적인 플레이로 시즌 내내 활약했지만 발이 느리다는 건 언제든 공략될 수 있는 약점이다.

콘테 감독이 유벤투스에서 3-5-2 포진으로 처음 우승한 2011/2012시즌, 왼쪽 윙백 파올로 데첼리에는 좋은 활약을 했다. 그러나 같은 활약을 다음 시즌에도 계속할 수 있는 실력자는 아니었다. 곧 도태됐다. 첼시에서도 이번 시즌 활약을 다음 시즌에 지속할 수 없는 선수가 누군지 가려내고, 그 포지션을 강화하는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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