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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1st] 아홉수 손흥민과 황혼기 루니의 엇갈림
한준 기자 | 승인 2017.05.15 02:47

[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6/2017 시즌의 EPL은 더욱 그렇다. 절대강자를 찾기 힘들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토트넘홋스퍼가 2016/2017시즌 마지막 프리미어리그 홈경기를 승리로 마쳤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2-1 승리를 거둬 17승 2무의 창단 후 최고 홈 성적을 남겼다. 홈 경기장을 신축하는 토트넘은 118년간 안방으로 쓴 화이트하트레인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경기의 긴장감은 여느 때와 비교하면 높지 않았다. 첼시가 앞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확정했고, 토트넘도 준우승으로 다음 시즌 UEFA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 티켓을 확보했다. 맨유의 경우 리그 4위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UEFA유로파리그 결승전에 ‘올인’이다. 이 경기에 주력 선수를 쉬게 했다.

시선이 모인 것은 토트넘의 ‘홈 불패’ 기록 유지였다. 전반 6분 만에 벤 데이비스의 크로스 패스를 빅터 완야마가 강력한 헤더로 마무리해 선제골이 나왔다. 후반 3분에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패스를 받은 해리 케인이 쐐기골까지 넣었다. 맨유는 무력하게 무너지지는 않았다. 후반 26분 웨인 루니가 한 골을 만회했다.

한국 팬들의 기대는 손흥민에 쏠렸다. 4월의 선수상을 받은 손흥민의 남은 미션은 시즌 20호골이다. 한국 선수의 유럽 리그 한 시즌 최다 득점 신기록 경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손흥민은 지금까지 19골을 넣었고, 이는 차범근이 바이엘04레버쿠젠에서 1985/1986시즌 남긴 기록과 동률이다. 

손흥민은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는데, 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서 미션을 달성하지 못했다. 전반 19분 손흥민은 멋진 장면을 만들었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속력을 냈다. 마이클 캐릭과 웨인 루니, 악셀 튀앙제브를 돌파하며 문전까지 진입했다. 골키퍼 다비드 데헤아와 일대일 기회를 만들었으나 왼발 슈팅이 정면으로 쏠려 막히고 말았다.

20호골을 달성하겠다는 부담이 있었던 탓인지 손흥민은 평소 보여온 예리한 마무리 슈팅을 하지 못했다. 후반 7분에는 날카롭게 왼발 중거리슈팅을 시도했다. 이 역시 데헤아의 정면으로 향했다. 데헤아를 무너트리기 위해선 더 정교한 슈팅이 필요했다. 

손흥민은 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서 첫 번째 교체 선수가 됐다. 후반 26분 루니의 만회골이 터진 이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전술 변화를 꾀했다. 손흥민을 빼고 미드필더 무사 뎀벨레를 투입해 중원 안정성을 보강했다. 

루니는 손흥민과 마찬가지로 왼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했다. 맨유는 앙토니 마르시알을 원톱으로 배치했고, 루니와 후안 마타, 제시 린가드가 2선에 자리했다. 2선의 세 명은 유기적으로 위치를 바꿨다. 루니는 2선 중앙과 측면을 넘나들었다. 

루니는 프리미어리그의 전설이다. 15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리그 우승만 다섯 번 이뤘고, 2008년에는 챔피언스리그도 차지했다. 프로 선수로 이룰 수 있는 모든 트로피를 섭렵했다. 개인상도 적지 않게 차지했다. 손흥민은 입성 2년 차의 신성이다. 올 시즌 기세와 경기력으로 보자면 루니는 손흥민에 열세다. 

이날 경기에서도 루니의 존재감은 손흥민에 미치지 못했다. 루니는 손흥민의 단독 돌파 과정에서 무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기 내내 전성기의 폭발력을 보이지 못했다. 팀의 중심이 아닌, 자신감을 잃은 루니는 루니처럼 보이지 않았다.

2002년에 데뷔한 루니는 아직 만 32세다. 황혼기에 접어들기엔 이른 나이다. 그는 맨유 입단 이후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15/2016시즌에 리그 득점이 두 자리수에 이르지 못했고, 올 시즌에는 시즌 총 득점이 두 자릿수에 이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루니는 토트넘전에 마르시알의 땅볼 크로스 패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해 시즌 8호골을 기록했다. 리그에선 5호골이다. 이 경기는 루니의 리그 458번째 경기였다. 토트넘전 득점은 198호골이다. 루니는 앨런 시어러(441경기 260골)의 뒤를 잇는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다 득점 2위 기록 보유자다. 루니는 200호골 고지에 근접했으나, 200호골을 달성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맨유를 떠나리란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행 루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소문이 사실이 된다면, 시어러의 기록에 도전하는 것은 물론, 리그 200호골에 도달하는 것도 요원하다. 이 경기에서 손흥민은 득점하지 못했고, 루니는 득점했다. 그럼에도 19호골에서 아홉수에 걸린 손흥민의 안타까움보다 황혼기를 맞은 루니의 모습이 더 안타깝게 보였다. 

두 선수 모두에게 기록 달성의 기회는 남아있다. 토트넘은 한국시간으로 19일 새벽 레스터시티, 21일 밤 헐시티와 원정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이 두 경기에서 1골만 기록하면 손흥민은 20호골 고지에 이른다. 

맨유도 아직 아약스와 유로파리그 결승전 이전에 18일 새벽 사우샘프턴, 21일 밤 크리스털팰리스와 경기가 있다. 아약스전에는 벤치에 대기하겠지만, 리그 2경기 중에는 루니에게도 출전 시간이 주어질 것이다. 두 골만 더 보태면 200호골에 도달한다. 달성 가능성인 손흥민이 더 높아보인다. 입지도, 컨디션도 그렇다. 손흥민이 쓸 역사만큼, 루니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여부에도 관심이 간다.

글=한준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준 기자  holaz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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