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고양] 한준 기자= "언제까지 개기는 축구만 하면서 이길 수는 없다. 우리 선수들도 좋은 축구를 하면서 승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이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명제를 증명했다. 신 감독이 준비한 신속한 패스 플레이를 통한 공격 축구가 상대의 우월한 피지컬 조건 보다 강했다. 남미 챔피언 우루과이에 이어 아프리카의 강호 세네갈과 친선 경기에서도 U-20 대표팀은 주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조세프 코토 세네갈 감독도 한국의 경기력을 칭찬했다. "아주 좋은 경기였다. 카타르에서 한국과 경기를 했었는데 그때와는 전혀 다른 팀이었다. 지금 훨씬 더 좋은 팀이 됐다. 카타르에서 한국은 롱볼을 주로 쓰고 몸싸움에 집중했다. 지금은 공을 더 잘 지키고, 노련하며 훨씬 더 기술적이다. 이런 경기를 한다면 대회에서 큰 일을 해낼 것으로 본다. 우리 역시 본선 직전 마지막 경기였기에 이기고 싶었고 중요한 경기였다. 한국이 아주 좋은 경기를 했다."

신태용호는 후반 39분 동점골을 내줬으나 주전 센터백을 모두 교체하는 등 6명의 선수를 바꾼 이후의 일이었다. 2-2로 비겼지만 경기 내용에선 앞섰다. 본선 직전 세 번의 평가전에서 7골을 넣었고, 3골 밖에 내주지 않았다.

우루과이전과 세네갈전 모두 상대 선수들이 신장이나 근육 상태 등에서 건장했으나 공과 골을 모두 지배하며 시종일관 물어붙였다. 팀 플레이를 통한 골을 만들었고, 조직 수비로 위기를 제어했다. 유일한 허점은 세트피스 수비였다. 신 감독은 "기니 역시 피지컬이 좋고 세트피스가 강하다. 이를 대비할 세트피스 수비를 준비했는데 미리 노출하면 안되기에 숨겼다. 이번 경기까지는 선수들이 알아서 하라고 해서 발생한 일"이라며 문제될 것 없다고 했다.

#우루과이전과 달랐던 스리백 활용, 안정성 보강한 신태용호

14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공식 출정식에 앞서 치른 세네갈과 경기는 지난 경기들과 선발 명단에 큰 변화는 없었다. 송범근이 골문을 지키고 우찬양 이상민 정태욱 윤종규가 골문을 지켰다. 우루과이전과 차이는 이유현 대신 우찬양이 나선 것. 공격진은 이승우 조영욱 백승호가 자리했다. 변화가 많은 지역은 미드필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비공개 연습경기부터 매 경기 다른 조합을 냈다.

신 감독은 사우디전에 임민혁 이승모 이진현, 우루과이전에 한찬희 김승우 이상헌을 내보냈고, 세네갈전에는 이진현 김승우 이승모고 중원을 구성했다. 우루과이전에 나선 김승우는 본래 센터백 출신으로 U-20 대표팀이 본선에서 본격 시도할 스리백-포백 혼용의 중심이 되는 선수다. 김승우는 포백 앞을 지키다가 풀백이 공격적으로 전진하면 두 센터백 사이로 내려왔다.

세네갈전은 우루과이전과 비교하면 포백에 가깝게 운영됐다. 지난 경기에 비해 풀백의 위치를 높이 올리지 않아 세네갈이 측면을 타고 역습하는 과정의 안정성은 더 좋았다. 우루과이전에시도한 스리백 수비의 허점을 어느 정도 보완한 모습이다. 김승우가 스리백으로 내려가기 보다, 이승모가 전진할 때 레프트백 우찬양이 중앙 지역으로 접혀 들어와 김승우의 중원 수비 부담을 나눠가졌다. 

이진현과 이승모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지역을 점유하면서 좌우 측면 공격수 이승우와 백승호는 이전 경기보다 측면 지향적, 전방 지향적으로 뛰었다. 선수 조합이 달라지니 경기 패턴에도 변화가 생겼다.

신 감독은 수비 라인과 공격 라인을 유지하면서 중원 구성에 변화를 주는 것이 본선에선 상대 스타일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센터백 김승우의 전진배치는 중원을 수비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조율사 이승모, 중원의 핵으로 떠오르다

지난 3월 말 아디다스컵 4개국 친선 대회에선 왼발잡이 미드필더 이진현이 주목 받았고, 우루과이전에 김승우의 가능성이 눈에 띄었다면 세네갈전에는 이승모의 잠재력이 폭발했다. 이승모는 김승우의 옆자리로 내려와 후방 빌드업을 안정적으로 전개했고, 중앙 지역에서 능숙하게 세네갈의 압박을 풀어내며 전진했다. 공격으로 전환할 때 예리한 스루패스를 공격수들에게 배급했다.

전반 17분 조영욱의 선제 득점은 이승모의 스루패스가 결정적이었다. 세네갈 미드필더 두 세 명 사이를 빠져나온 뒤 수비 배후로 찔러준 패스가 세네갈 수비를 흔들었다. 조영욱과 마주친 세네갈 골키퍼 라미네 사르가 걷어내려던 공이 조영욱을 맞고 뒤로 흘렀고, 조영욱은 이 공을 다시 낚아채 빈 골문에 마무리 슈팅을 했다. 

후반 17분 이승우가 문전 왼편에서 맞이한 결정적인 슈팅 기회 역시 이승모의 침투 패스가 기점이었다. 이승모의 패스를 조영욱이 페널티 에어리어 앞에서 받은 뒤 이승우에게 넘겨주며 기회가 열렸다.

세네갈은 힘과 높이에 탄력을 갖췄지만 한국과 중원 경쟁에서 밀렸다. 한국 수비는 문전 중앙 지역과 페널티 에어리어 근방에서 빠르게 블록을 형성해 공간을 주지 않았다. 공격 전개 시에도 공을 잡지 않고 연결해 압박을 무력화했다. 짧은 패스 뿐 아니라 반대 전방 공간을 향해 신속하게 롱 패스를 연결하며 수비 전환 상황에서 세네갈의 체력을 떨어트렸다. 

이승모는 "조별리그 첫 상대 기니를 만나기 전에 좋은 상대를 만났다. 직접 부딪혀 보니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 드리블이나 돌려차기 등 전술적 부분이 잘 먹혔다"며 피지컬이 강한 팀을 이겨내는 방법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다고 했다. 백승호 역시 "피지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기 때문에 더 긴장하고 준비해서 잘 된 것 같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세네갈은 전반 30분 프리킥 공격 상황에서 공격수 이브라히마 니아네가 헤더로 동점골을 넣었다. 한국은 5분 만에 리드골을 만들었다. 조영욱이 적극적인 전방 수비로 탈취한 공을 우측 공격수 백승호의 침투 동선에 정확히 밀어줬다. 백승호는 문전 우측에서 공을 잡은 뒤 슈팅을 하는 척하며 세네갈 레프트백 술리마니 아우를 속였다. 왼쪽으로 공을 접은 뒤 다시 자신 있는 오른발로 공을 가져와 반대편 골문 구석을 노렸다. 정확하게 꽂혔다.

#한국축구 오랜 숙제 풀어준 ‘해결사’ 백승호

백승호는 한국 축구가 역사적으로 겪어온 문전 처리 미숙이라는 숙제에서 자유로웠다. 안익수 감독 체제에서 기회를 얻지 못하던 백승호는 지난해 12월 치른 수원컨티넨탈컵 이란전에 득점을 올린 이후 지난 3월 아디다스컵 4개국 대회에서 온두라스, 잠비아를 상대로 득점 행진을 이어갔고, 대회 직전 친선전 일정에서도 세네갈을 상대로 골맛을 보며 해결사 본능을 보여줬다. 

비슷한 장면에서 세네갈 선수들도 정확한 슈팅을 보내지 못했다. 백승호는 그동안 기회가 올 때마다 확실하게 마침표를 찍으며 기술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백승호는 안정된 결정력에 대해 "항상 경기 전에 골을 넣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한다. 골 상황에선 그에 맞게 판단했다. 원래 가랑이 사이로 슈팅을 때리는 연습을 많이 한다. 운 좋게 들어갔다"며 꾸준히 준비한 결과라고 했다.

백승호는 중원 가담의 부담이 줄어든 세네갈과 경기에서 공격 전개 상황 및 공격 마침표 상황에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경기 체력을 완전히 끌어올린 백승호는 터프하고 힘 좋은 세네갈 선수들 사이에서 공을 지키고 전진시키는 데 무리가 없었다. 결정력 뿐 아니라 전반적인 경기력 측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을 만 했다. 백승호는 자신의 득점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영욱이나 다른 선수들이 침투하면 2선이 많이 빈다. 그런 부분을 활용하려고 생각하는 데 잘 먹히는 것 같다"며 자신에게 득점 기회가 올 수 있는 구조를 찾았다고 했다.

안정된 볼 관리 능력을 통해 중원 빌드업 능력, 정확한 킥과 크로스로 측면 공격 능력, 강력한 마무리 기술로 전방 해결 능력을 갖춘 백승호는 측면 공격수 자리에서 미드필더, 윙어, 스트라이커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 전천후 옵션이 됐다. 

#숙제는 세트피스 수비, 프리킥-코너킥 경계령

해결사 백승호와 조율사 이승모의 능력을 확인한 것은 세네갈전 최대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신 감독은 후반전에 임민혁 이상헌 이유현 등을 투입했다. 투입된 선수들도 활기찬 플레이를 했다. 이날 경기로 신 감독은 기니전 선발 조합에 대한 확신을 얻었을 것이다.  

U-20 대표팀은 전반전과 마찬가지로 후반전에도 상대의 강력한 피지컬 능력을 통한 세트피스 공격에 실점했다. 후반 39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교체로 들어온 술리마니 사르의 헤더를 막지 못했다.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우루과이와 경기에서도 U-20 대표팀은 상대 장신 수비수 로헬에게 여러 번 헤더를 허용했다. 상대 마무리가 부정확하거나, 송범근의 선방 덕분에 위기를 넘긴 상황이 빈번했다. 이번 경기 역시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는 세네갈 공격을 적절히 제어했으나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허점을 보였다.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기니와 본선 첫 경기 전까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신 감독이 세트피스 수비 전략을 숨긴 상황인 만큼 "실점에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선수들은 연이은 세트피스 위기 상황에 대해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백승호는 "우리끼리 하라고 하신 상황에서 내줬지만 보완할 점이다. 우리가 짜둔 전략이 있으니 집중한다면 잘 할 수 있다"고 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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