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파주] 한준 기자= “강인이는 아직 어리다. 소속팀에서도 웨이트는 하지 않고 코어 운동만 한다고 하더라. 그것만 하라고 했다.” 

정정용 U-18 대표팀 감독은 만 16세의 이강인을 발탁했다. 볼 소유과 패스 플레이, 공겨적인 축구를 지향하는 정 감독은 이강인이 가진 재능을 일찍부터 활용하고, 한국 축구의 환경에 빠르게 적응시키기 위해 불러들였다. 

8일 간의 소집 훈련을 통해 이강인을 직접 지켜본 정 감독은 “개인 미팅도 충분히 했다.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며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이강인은 U-18 대표팀에 합류해 새롭게 배운 것도 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정 감독은 “스페인에서는 아직은 풀어놓고 개인적으로 하는 경항이 많다. 여기에선 전술적으로 더 디테일하게 접근한다. 한국에서 배운 것과 스페인에서 하고 있는 강한 맨투맨 플레이를 더 발전시킨다면 대표팀에도 도움이 되고 본인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 감독이 이강인을 발탁한 배경에는 이강인이 발렌시아 유소년 팀에서도 월반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이강인은 2017/2018시즌 만 19세 이하 선수들이 뛰는 후베닐 단계로 올라가고, 2018년 중에 프로 2군에 해당하는 발렌시아 메스타야팀 입성을 보장 받았다. 정 감독은 “발렌시아에 가서도 18세팀에서 뛰기 때문에 경쟁에서 이겨내라고 얘기했다”고 했다.

이강인의 키는 173센티미터로 작은 편이다. 하지만 경기 내내 이어진 거친 몸싸움에 물러서지 않았다. 정 감독은 “내년부터 근력운동을 한다더라. 스페인에서 나름의 체계가 있다. 거기서 충분히 관리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코어 운동만 진행 중인 이강인에게 피지컬 보강을 위한 별도의 지시는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정 감독은 이강인이 가진 기술적, 지능적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 이강인은 프리킥과 코너킥, 페널티킥을 전담하기도 했다. 경기 중 절묘한 터치로 공을 빼거나, 자연스럽게 크라위프턴을 구사하고, 왼발 감아차기 슈팅도 매서웠다. 페널티킥을 정면으로 차면서 실축했지만 이후에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감있게 경기했다. 

이날 경기 현장에는 이강인의 스페인 에이전트 하비에르 가리도가 방문했다. 가리도는 “한국에서 피지컬적으로 성장하고, 좋은 경험을 얻고 돌아간다”고 했다. 피지컬적인 문제에 대해 “유럽에서는 173센티터 정도의 키에 최고 레벨의 선수가 많이 있다. 키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피지컬은 단지 신체조건만 의미하는 게 아니다. 가리도는 “이강인의 능력은 이미 충분하다. 스페인 축구의 리듬 속에 90분을 뛸 수 있는 체력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U-18 대표팀 및 한국 축구 전반을 둘러본 가리도는 “한국축구는 기술적으로나 피지컬적으로 유럽과 동일한 수준이다. 정신적으로는 더 강한 측면도 있다. U-18 대표팀에는 지금 유럽에서 뛸 만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있다.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다”고 평가했다. “지도자들이 아주 프로페셔널하다. 훈련이 좋다. 코칭 스태프가 팀을 잘 운영하는 것 같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가리도는 이강인이 어려움을 겪은 부분에 대해 스페인과 한국 축구의 철학적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한국과 스페인 사이에 유일한 차이가 있다면 철학적인 부분이다. 스페인의 경우 경기 도중 멈추는 상황이 있다. 기술이나 체력은 비슷하지만 스페인의 경우 경기 중에 인내를 갖고 플레이하는 경우가 있다는 게 다르다. 생각을 하기 위해 공을 멈추기도 한다. 골문 앞의 마무리 상황에 다시 속도를 낸다.”

문화 차이도 있고 나이 차이도 있었지만, 이강인은 동료 선수들과 융화도 빨랐다. 10일 U-18 대표팀 소집 일정의 마지막이었던 제주국제대와 경기에도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포지셔닝의 의견을 내고, 공을 달라고 외쳤다. 동료 선수들 역시 이강인의 이름을 여러 차례 외치며 협업 플레이를 만들었다.

수비수와 공격수로 뛴 조진우는 “강인이가 귀엽다. 장난도 많이 치고 형들에게 먼저 다가와서 편했다”며 함께 훈련하고 경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U-18 대표팀은 경기 중이나 훈련 중에 선수들 사이의 소통이 활발한 점이 눈에 띄었다. 

조진우는 “초등학교때 같이해본 선수가 세훈이 한 명 뿐이었지만 다들 운동하는 친구들이니 친화력이 좋고, 착하다. 한 명이 말하니 다 같이 하고, 그러면서 분위기가 올라갔다. 단합력이 좋다”고 덧붙였다. U-18 대표팀은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국 축구의 새로운 세대다. 이강인은 한국축구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선수로 첫 페이지를 열었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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