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서귀포] 김정용 기자= 제주유나이티드는 경험치가 쌓인 만큼 레벨이 올랐다.

제주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출범 이후 처음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9일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감바오사카를 2-0으로 꺾은 제주는 H조를 2위로 마쳤다. 지난 2002년 ACL이 출범했고, 제주는 2011년 처음 본선에 올라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번에 구단 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했다.

제주는 K리그 클래식에서도 10라운드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다. 오랜만에 대륙컵에 진출한 팀이 정규리그에서 몰락하는 건 아시아와 유럽을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흔히 발견되는 현상이다. 2016/2017시즌 잉글랜드의 레스터시티가 좋은 예다. 반면 제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성공적으로 쫓고 있다. 첫 경기에서 승리한 FA컵까지 포함하면 세 개 대회다. 특히 원정에 약하고 체력 부담에 자주 시달려 온 제주가 세 대회를 병행하면서 모두 성공한다는 건 팀 전력이 그만큼 상승했다는 걸 뜻한다.

아시아에서 제주의 가장 큰 약점은 국제 경험 부족이었다. 젊고 재능 넘치는 선수 위주로 구성된 제주 선수단은 ACL 경험이 부족했다. 주중 원정 경기가 익숙한 베테랑 조용형도 대부분 서아시아에서 쌓은 경험이다. 중국, 일본, 호주 팀은 경기에 대한 접근법부터 달랐다. 제주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 장쑤쑤닝을 홈으로 불러 압도적인 경기를 하고도 외국인 선수 하미레스를 제어하지 못해 0-1로 졌다. 4차전에서는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으며 여유 있게 애들레이드유나이티드와 홈 경기를 가졌지만, 호주 특유의 저돌적인 공격과 몇몇 주요 선수의 활약을 막지 못해 1-3으로 패배했다.

스태프 역시 아시아가 낯선 건 마찬가지였다. 제주는 원정에서 겪기 쉬운 여러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였다. 5차전 장쑤 원정에서는 경기 후 기차로 편하게 이동하려면 종료 후 15분 안에 샤워를 마치고 버스에 탑승해야 했다. 운영진의 제안에 조성환 감독이 적극 협조를 약속했다. 단장 등 스태프들이 총동원돼 선수단 짐을 날랐다. 기차역에 오히려 일찍 도착한 제주 선수들은 도시락을 먹으며 승리의 기쁨을 잠시 만끽할 여유까지 가질 수 있었다.

선수들의 실력과 조직력도 경험을 쌓을수록 발전하고 있다. 특히 조별리그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한 이창민은 최근 빠르게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 감바를 상대로도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결정적인 슛과 패스를 여러 차례 선보였다. 원래 윙어인 황일수는 섀도 스트라이커에 가까운 역할에 적응하지 못해 시즌 초 힘들어했으나 감바를 상대로 특유의 스피드와 킥력을 살려 득점에 성공했다. 마르셀로, 마그노 등 외국인 선수들의 호흡 역시 나아지는 중이다.

조 감독은 조별리그를 통과한 뒤 “무엇보다 경험을 쌓았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의 16강 상대는 10일 결정된다. 상하이상강 혹은 우라와레즈를 만나게 되는데, 중국과 일본 모두 조별리그에서 한 번씩 경험했기 때문에 상대하기 한결 수월하다.

제주에 남은 건 체력 관리와 선수단 운영이다. 한 달 넘게 일주일에 두 경기씩 치러 온 제주는 14일 포항스틸러스(원정), 17일 수원삼성(FA컵, 홈), 20일 대구FC(원정)를 거쳐 24일 16강 1차전(홈)을 치르는 버거운 일정을 앞두고 있다. 일단 FA컵 경기를 미루면 숨 돌릴 틈이 생긴다. 조 감독은 이미 수원 측과 경기일 조정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긍정적인 결론을 기대했다.

중앙수비수 김원일, 알렉스, 오반석이 일제히 이탈한 수비진 구성도 숙제다. 다른 포지션은 더블 스쿼드가 작동하고 있지만 스리백은 조용형, 권한진, 백동규만 남았다. 수비 숫자를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하필 포백 전환에 필요한 오반석, 김원일, 박진포가 이탈해 있다. 조 감독은 부상 선수들의 복귀 속도를 고려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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