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수원삼성은 광저우헝다와 원정 경기에서 선전했다. 선제골을 넣었고, 동점골도 넣었다. 2-2 무승부로 16강 티켓을 광저우에 내줬으나 광저우 공격수 히카르두 굴라트가 넣은 두 번째 골은 오프사이드 오심의 덕을 봤다. 서 감독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논평했다.

서 감독은 수원과 광저우의 차이를 외국인 선수의 기량 차이로 분석했는데,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광저우 감독이 광저우의 외국인 선수들이 최대 활약을 할 수있도록 전술 구조를 만든 것이 주효했다. 중국 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한 광저우는 중국 선수가 수비하고, 외국인 선수가 공격하는 단순한 형태로 운영되는 팀이 아니다.

#광저우, 특급 외인 의존 아닌 ‘활용’

3월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경기와 마찬가지로 양 팀 선수 중 가장 빼어난 기량을 보인 선수는 브라질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기도 했던 골잡이 굴라트다. 굴라트는 수원이 전반 7분 염기훈의 선제골로 앞서가던 전반 17분 예리한 중거리슈팅으로 동점골을 넣었고, 후반 23분에는 깔끔한 헤더로 역전골을 기록했다. 

굴라트의 두 골 모두 솔로 플레이를 통한 것은 아니었다. 팀 플레이를 통한 작품이었다. 선제골 과정에는 원톱으로 출전한 가오린이 배후로 빠져 나와 기점 패스를 보냈고, 측면 공격수로 나선 알란 카르발류가 마무리 패스를 내줘 굴라트의 논스톱 슈팅 타이밍을 만들어줬다.

경기 내내 굴라트가 수원 수비의 견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주변 선수들의 헌신이 있었다. 원톱으로 나선 중국 대표 공격수 가오린은 공격의 마침표가 아니라 전후좌우로 활발하게 움직이며 공간을 만드는 플레이에 집중했다. 

좌측면 공격수 알란과 2선 공격수로 나선 굴라트가 가오린이 비운 공간으로 진입해 슈팅 기회를 포착했다. 우측면에 배치된 황보원은 전방 압박과 부지런한 수비 가담을 통해 두 브라질 공격수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고, 견제로부터 자유롭게 해줬다.

#외인 받쳐준 중국 선수들, 위닝 멘털리티 구축한 광저우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로 파울리뉴와 정즈가 조합을 이뤘는데, 정즈가 포백을 보호한 것은 물론 파울리뉴가 안정적으로 빌드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1차 패스도 적절히 넣어줬다. 

광저우는 수원의 공세에 대비해 풀백의 오버래핑을 제한하며 보수적으로 포백을 운영했다. 세 명의 브라질 선수들이 공격 전환 상황에서 활기를 보일 수 있는 조직을 구축했다. 

광저우의 선전과 득점은 단순히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 출중했기에 가능했던 결과는 아니다. 6시즌 연속 중국슈퍼리그 우승을 이루고, 이 과정에서 두 번이나 아시아 챔피언이 된 광저우는 위닝 멘털리티와 구조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보통의 경우 비기기만 해도 되는 팀이 반드시 이겨야하는 팀의 기세에 눌리기 마련이다. 실제로 광저우 역시 예상보다 어려운 경기를 했다. 판정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종료 시점까지 무승부로 버텨낼 수 있었던 힘은 광저우가 저력을 갖춘 팀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권창훈 없는 수원, 더 많은 기회가 필요한 김종우

수원의 ACL 여정은 조별리그에서 일찍 마무리됐지만,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주말 울산과 경기에서 과감한 오른발 중거리슈팅으로 만회골을 넣었던 김종우는 광저우 원정에서는 왼발 중거리슈팅으로 2-2 동점을 만들며 희망의 불씨가 됐다.

김종우는 이날 후반 29분 왼쪽 윙백 김민우를 대신해 투입됐다. 김종우는 중앙 미드필더 자리로 이동하고, 이용래와 곽광선이 왼쪽 지역을 커버했다. 김종우는 투입 6분 만에 시도한 슈팅으로 골맛을 봤다. 프리킥과 코너킥도 전담할 수있는 정밀한 오른발 킥능력을 갖춘 김종우는 왼발에도 자신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김종우는 최근 수원이 경기력을 회복하고,  스리백을 시도하며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활기를 찾지 못하던 와중에 반전 카드가 된 선수다.

김종우는 5-0 대승을 거뒀던 이스터SC전에 중원에서 가장 창조적인 선수였고, 강원 원정서 거둔 올 시즌 K리그클래식 첫 승 과정에서 코너킥으로 두 개 도움을 올린 숨은 공신이다. 수원 유스 출신인 김종우는 2015시즌 수원FC로 임대되어 K리그클래식 승격의 주역으로 활약했으나 2016시즌 수원삼성으로 돌아온 뒤에는 거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김종우가 스리백 체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볼을 다루는 기술이 좋고, 빠른 템포로 볼을 연결할 수 있으며, 직접 도움과 득점을 올릴 수 있는 김종우는 빌드업 미드필더이자, 공격 2선의 플레이메이커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김종우는 여전히 체력과 수비력, 몸싸움 등의 문제로 수원 미드필드진에서 확실한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하고 있다. 단점도 있지만 활용할 장점이 더 많다. 어쩌면 김종우야 말로 현재 수원의 스리백 전술이 가진 구조적 숙제를 해결해줄 수있는 열쇠다.

김종우는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뒤에서 딥라잉플레이메이커로 뛰다가, 공세 전환시에는 투톱 뒤로 전진해 골을 노릴 수 있다.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나서면 수비력 문제와 체력 부담이 가중된다. 투톱 뒤의 자리는 다미르와 산토스가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 

김종우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최대화할 수 있는 구조를 찾는다면, ACL 탈락 이후 리그에 전념할 향후 일정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김종우 활용도를 검증한 것은 광저우 원정에서 수원이 얻은 가장 큰 소득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래픽=한준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