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파주] 한준 기자=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개막이 1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다음 세대의 준비 작업도 이미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U-20 대표팀의 임시 감독을 맡았던 정정용 감독은 U-18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2019년에 있을 FIFA U-20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5월 2일 파주NFC에서 소집해 10일 오전 제주국제대와 연습경기를 끝으로 8일 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소집에는 레알마드리드 유소년 팀의 영입 제안을 받았으나 발렌시아 유소년 팀이 프로 데뷔 조건을 내건 재계약 제안으로 잔류시킨 ‘유망주’ 이강인(16)의 합류로 관심을 모았다. 또래 보다 두 살 어린 이강인의 소집은 U-18 대표팀의 최대 이슈였다. 황금연휴 기간에 소집되었고, U-20 대표팀이 본선 개막을 앞두고 최종 담금질을 하고 있어 취재 인파가 크게 몰리지는 않았다. 

정정용 감독은 출범 후 두 번째 소집 훈련에서 차분하게 선수들을 점검하고, 실험할 수 있었다. 소집 기간 U-18 대표팀은 용인대(2-2 무승부), 연세대(0-1 패배), 숭실대(2-1 승리), 제주국제대(1-4 패배) 등과 네 차례 연습 경기를 가졌다. 전술 훈련을 병행하는 과정이었고, 처음 호흡을 맞춰본 선수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경기 결과에 큰 의미는 없었다.

#공격 전술 집중한 정정용호, 코너킥 수비 전술 파격 실험

소집 훈련을 모두 마친 뒤 ‘풋볼리스트’와 만난 정 감독은 제주국제대와 마지막 경기에서 대량실점하며 진 것에 대해 “포커스는 어제 숭실대전에 맞췄다. 오늘은 안뛰어 본 선수들이 뛰어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고 했다. 

실제로 제주국제대전 전반전에는 골키퍼 하명래를 포함해 이번에 신규소집된 7명의 선수가 뛰었다. 후반전에 오세훈, 엄원상, 안준혁, 이강인, 정호진, 이규혁, 이재익 등 이미 연령별 대표팀과 인연이 있었던 선수들이 투입됐다. 

지난해 U-20 대표팀을 임시 감독으로 지휘했을 때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쳐 주목 받았던 정 감독은 4-3-3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U-18 대표팀의 전술 조직을 구축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강조한 것은 ‘공격적인 볼 컨트롤’과 ‘볼을 빼앗긴 이후 바로 압박’하는 것. 현대 축구 전술의 기본이 되는 볼 점유와 전방 압박을 강조했다. 

U-18 대표팀은 좌우 풀백이 적극적으로 전진하고, 좌우 측면 공격수가 중앙으로 좁혀 상대 지역에서 숫자를 높이는 축구를 한다. 최전방 공격수는 타깃형 공격수가 아니라 라인 사이를 오가며 가짜 9번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세 명이 미드필더는 역삼각형으로 자리하는데, 포백 앞에 빌드업 미드필더, 스리톱 뒤에 공격형 미드필더, 그 사이에 연결고리가 되는 하드워킹 미드필더를 뒀다. 

U-18 대표팀은 전반 6분경 원톱으로 출전했던 이종욱이 뒤로 빠지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백승우가 배후로 침투하며 골키퍼와 일대일 장면을 맞이했으나 마무리에 실패했다. U-18 대표팀은 연습 경기 도중 실시간으로 경기에 뛰는 선수들과 벤치에 있는 선수들 모두에게 ‘레슨’을 진행했다. 박성배 코치가 터치라인 왼쪽, 정정용 감독이 터치라인 오른쪽에서 근거리에 있는 선수들의 위치를 조정하고 지시를 내렸다. 벤치에서는 김대환 골키퍼 코치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마주한 상황을 공략하는 법에 대해 자세한 노하우를 설명했다.

제주국제대와 연습경기에서 또 하나 이색적이었던 장면은 코너킥 수비 상황에서의 실험이다. 보통 코너킥 수비시에는 한 두명의 선수만 역습 위치에 두고 공격수까지 수비 지역으로 들어와 상대 공중 공격에 대비한다. 정 감독은 상대에 코너킥을 내줬으나 네 명의 공격수를 그대로 전방에 두고 제한된 인원으로만 수비를 했다.

“한번 해본 것이다. 이번에 우리가 하려고 했던 게 세 가지 있었다. 해봐야 잘되는지 안되는지 알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변화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선수들이 얼만큼 해내는지, 또 이해하는지 보고자 했는데 충분히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골키퍼가 정확히 패스만 줬다면 숫자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다.” 정 감독은 코너킥 수비 상황을 더 좋은 역습 공격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파격적인 실험을 했다.

#밀집 수비 공략하는 패턴플레이가 우선 목표

볼을 소유하고 적극적으로 전진하는 경기를 한 탓에 배후 공간은 역습에 취약했다. 두 센터백으로 나선 안성민과 조진우가 활발하게 동료들과 소통했고, 선제적 수비와 과감한 태클로 분투했으나 네 골을 실점했다. 정 감독은 “선수들을 보는 단계다. 우리 포메이션에서 자기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파악하기 위해 이 자리 저 자리 돌려가며 써봤다. 정확하게 서누들을 파악했다는 점이 수확”이라고 했다. 

아시아 예선에서 한국축구는 전력상 우세한 팀이다. 열세의 팀들이 펼칠 역습에 대비해야 한다. 역습으로 거듭 실점한 수비에 대해 정 감독은 “예선을 앞둔 훈련에서 하는 것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그 보다는 우리가 만들어갈 플레이, 우리 플레이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상대가 내려서서 다 들어왔을 때 못 풀어내는 것이 (한국축구의) 숙제다. 계속해서 그런 상황을 훈련하고 패턴 플레이를 하고 있다. 하다 보면 지금 U-20 대표팀처럼 좋아질 것이다.”

정 감독은 후반 30분경 센터백 조진우를 스트라이커 자리로 올리고 이강인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다이아몬드형 4-4-2 포메이션을 시험하기도 했다. “코칭스태프끼리는 구상을 한 부분이지만 선수들에겐 미리 얘기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는지 보고 문제점을 찾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인천남고에서 뛰는 조진우는 본래 스트라이커 자원이다. 정 감독이 이번 소집에 192센티미터의 장신을 살려 센터백 자리에 실험했다. 이번 소집 기간 내내 센터백 자리에서 연습했고, 가능성을 확인했다. 본래 자리인 공격수 포지션으로 들어가 또 다른 장신 공격수 오세훈(193센티미터)과 투톱을 이뤄 위협적인 침투와 돌파로 페널티킥을 얻어내기도 했다. 

정 감독은 “지고 있을 때 김신욱처럼 장신 공격수를 투입해서 때려 넣는 건 다 알 수 있는 방법이다. 두 명의 스트라이커를 양쪽에 두면 타깃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사실 (한국 축구가) 센터포워드 포지션에서 힘들다. 한 명을 타깃으로 두면 고립되는 경우가 많아서 투톱을 생각하고 있다. 다양한 공격을 위해서다. 작은 선수를 한 명 밑에 두는 방법으러 갈 수도 있다”며 9번형 공격수의 숙제를 투톱 조합을 통해 풀어보겠다는 생각을 말했다. 

U-18 대표팀은 지난 2월 경주에서 1차 소집훈련을 통해 출범했다. 2차 소집 훈련을 마친 정 감독은 “어제 어느 정도는 구성이 끝났다. 여기서 다음 소집까지 바뀔 퍼센테이지는 낮다”며 10월에 있을 AFC U-19 챔피언십 예선전을 위한 엔트리 윤곽을 추렸다고 했다. “7월에 한 차례 소집 훈련을 하고, 기회가 되면 8월에 유럽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오고 싶다. 선수들이 그런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U-18 대표팀은 이강인 외에 비야레알의 안준혁, 레가네스의 장인석, 아르헨티나 페로카릴의 김종규 등 4명의 해외파를 소집해 점검했다. 정 감독은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은 정확하게 인지가 됐다. 어느 요소에 쓸 수 있는지 알았으니 다음 소집은 상황을 봐서 진행할 것”이라며 훈련만 진행되는 일정에 무리하게 차출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이강인은 몇 차례 번뜩이는 터치와 돌파, 연결 플레이를 보였고, 안준혁도 과감한 중앙 돌진이 돋보였다. 이강인은 이날 조진우가 얻은 페널티킥을 실축하기도 했으나 왼발을 통한 패스 코스 설정과 슈팅 등으로 잠재력을 입증했다. 정 감독은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며 해외파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좋은 평가를 내렸다. 

“지금은 과정이다. 물론 과정 속에 결과가 나와야 하지만. 최종 목표는 2년 뒤에 있을 U-20 월드컵이다. 물론, 다음 소집 때는 이기는 경기를 하면서 만들 것이다. 결과가 관계없는 연습경기는 여기까지다.” 마지막 연습경기를 1-4 패배로 마쳤지만 정 감독은 굳은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조급함이나 압박감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차분하게 한국 축구의 미래를 만들고 있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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