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파주] 한준 기자= 지난 2월 경주에서 첫 소집훈련을 실시한 대한민국 U-18 대표팀의 면면은 아직 낯설다. 5월 진행된 2차 소집 훈련에서 주목 받은 선수는 발렌시아 유소년 팀의 이강인(16)과 안준혁(18, 비야레알), 장인석(17, 레가네스), 김종규(18, 페로카릴) 등 해외파 선수들이었다.

프로 산하 팀에 속한 전세진(18, 수원삼성 매탄고)과 백승우(18, 제주유나이티드 U-18) 등도 존재감을 보인 가운데, 소집 훈련 마지막 일정이었던 5월 10일 제주국대대와 연습 경기에선 인천남고 출신 조진우(18)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조진우는 이날 안성민(18, 강원FC 강릉제일고)와 센터백 조합을 이뤄 선발 출전했다. 경기 내내 파트너 안성민과 빌드업 미드필더 자리에 위치한 조한욱(JSUNFC U-18)에게 전진 수비와 포지셔닝에 대한 주문을 활발하게 했다. 

U-18 대표팀은 수비 라인을 높이고 상대 지역을 지배하는 축구를 추구했다. 아직 손발을 맞춘 시간이 많지 않은 가운데, 나이도 많은 제주국대제를 상대로 수 차례 역습 공격 위기를 맞았다. 4골이나 내줬지만 조진우는 적극적인 몸싸움과 과감하고 정확한 태클을 구사했다.

조진우는 2차 소집 훈련 내내 중앙 수비수로 뛰었는데, 후반 30분 경에는 정정용 감독의 지시로 스트라이커 포지션으로 올라갔다. 후반 투입된 193센티미터의 장신 공격수 오세훈(울산현대고)과 투톱을 이뤘다. 조진우 역시 192센티미터의 장신. 

U-18 대표팀은 트윈 타워를 세웠지만 경직된 공격을 하지는 않았다. 이강인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지원한 가운데 조진우는 전방으로 자리를 옮기자 배후 공간을 적극 공략하고, 볼을 소유했을 때도 자신있는 플레이를 펼쳤다. 후반 40분경 과감한 돌파 시도로 페널티킥을 얻어냈으나 이강인의 슈팅이 막혀 득점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경기 후 만난 조진우는 “본래 내 포지션은 스트라이커”라고 했다. “이번 소집에는 계속 센터백 연습만 했다. 센터백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많은 포지션을 할수록 좋다고, 배워보라고 하셨다.” 조진우는 지난 2월 경주에서 1차 소집 훈련 당시에도 부름을 받았는데, 이번 소집에서 정 감독의 지시로 중앙 수비로 보직을 옮겼다. 정 감독이 구상한 4-3-3 포메이션과 4-4-2 포메이션 동시 활용 전략에 필요한 퍼즐조각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정 감독은 “센터포워드 포지션이 사실 힘들다. 원톱은 고립이 되기 때문에 투톱으로 공격을 하려고 한다. 타깃이 양쪽으로 서면 다양한 공격을 할 수 있다. 공간이 비면 미드필드 라인으로 받아서 나올 수있고, 측면도 활용할 수 있다. 오늘은 한 가지를 본 것”이라고 했다. 

조진우는 “공격수 중에 모라타를 닮고 싶다”고 했다. 실제 공격수로 전진 배치되어 뛴 15분 동안 모라타를 연상케 하는 폭넓은 움직임과 연계 플레이, 볼 터치와 슈팅 등을 시도했다. 센터백일 때 안정적인 경기를 추구하더니, 공격수로 올라선 뒤엔 전혀 다른 과감함을 보였다. “모라타가 스크린 플레이도 좋고 발 밑고 좋고 빠르다. 어느 패턴으로든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다.” 모라타의 장점을 닮고 싶은 조진우는 192센티미터의 장신이지만 순발력이 좋은 편이다.

2019년 FIFA U-20 월드컵을 목표로 출범한 팀이기에 아직 초기 단계지만, 조진우는 여러 방면에서 활용도를 점검 받고 있다. 처음 본 것치곤 센터백 자리에서 능숙한 플레이를 보였다. 공격수 출신이기에 빠르고, 볼을 다루는 기술도 좋았다. 조진우 본인은 만족하지 않았다. “수비는 할 수있는데 빌드업을 할 때 세밀한 부분에서 잘 안된 것 같다. 기대에 못 미친 것 같다. 하지만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부족한게 많은 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좋은 경험이었다.”

조진우는 스트라이커가 본 포지션이지만 “포워드와 센터백을 둘 다 볼 수 있는 선수, 활용도가 높은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2차 소집 훈련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일 확장한 것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정 감독은 “충분히 가능성을 보였다”며 첫 시도에 좋은 점수를 줬다. 수비 측면의 디테일은 오는 10월에 열릴 아시아 U-19 챔피언십 예선에서 강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 전까지 집중할 것은 상대 밀집 수비를 깰 수 있는 공격 패턴 플레이다. 조진우가 빌드업에서 만족하지 못했다고 한 것은 정 감독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한 것이다.

조진우는 프로 산하 출신이 아니지만, 인천남고에 대한 자부심과 감사함이 크다. “감독님이 많이 챙겨주시고 생각해주신다. 선수들이 스스로 깨우치게 하려는 분이다. 못할 때는 그 순간에만 뭐라고 하시고, 운동장 밖에서는 다시 아껴주신다. 공과 사가 확실한 분이다. 선수들이 스스로 깨닫게 해주신다. 프로 산하 팀이나 다른 곳에 갔더라면 내가 이정도까지 올라오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 U-18 대표팀 내부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조진우는 “잘하는 선수들이 모여 나도 스며들디 편했다. 같이 있다보니 많이 친해졌다. 배울 게 많았다. 대표팀에 온 것은 좋은 경험”이라며 담담하게 자신의 위치에서 정진하겠다고 했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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