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아틀레티코마드리드가 레알마드리드와 ‘2016/2017 UEFA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승리했지만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1차전에서 당한 0-3 패배를 극복하지 못했다. 홈경기장 비센테칼데론에서 2-1로 승리해 골 득실 차에서 뒤졌다.

아틀레티코는 전반 12분 사울 니게스의 헤더와 전반 16분 앙투안 그리즈만의 페널티킥으로 득점하며 1차전에 벌어진 3골 차이를 빠르게 좁혔다. 동룔 상황까지 1골. 경기 시작과 함께 강하게 레알을 몰아붙이며 쏟아낸 열정의 힘이었다.

#열정으로 넣은 두 골, 냉정하지 못해 잃은 기회

아틀레티코에겐 열정과 동시에 냉정도 필요했다. 함성으로 뒤덮인 경기장, 이른 시간 두 골로 흥분도가 높아진 아틀레티코는 이후 불필요한 파울과 경고를 받으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

아틀레티코는 2-0으로 앞서 있던 전반 34분에 베테랑 수비수 디에고 고딘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볼 경합 상황에서 불필요한 몸싸움을 가해 경고를 받았다. 고딘은 이 장면 외에도 경기 내내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모습으로 라리가 경기에서도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고딘이 경고를 받은 지 3분 만에 주장 가비가 주심의 판정에 격하게 항의하다가 경고를 받았다. 억울할 수 도 있지만 득점과 연관된 민감한 상황이 아니었던 만큼 가비의 흥분은 과했다. 가비는 심지어 경고를 받은 이후에도 주심을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세 번째 골을 향한 열망이 큰 상황에 선수들은 열정을 조절하지 못했다.

아틀레티코가 두 골 차 리드를 잡은 이후 레알도 득점을 위해 전진했다. 기본적으로 레알이 수비 라인을 뒤로 내리지 않는 경기를 했기 때문에 아틀레티코 입장에서는 배후 공간을 노린 속공을 통해 충분히 이후 경기를 안정적을 운영하며 세 번째 골을 노릴 수 있었다.

아틀레티코가 결승에 오르기 위해선 4골 차 승리가 필요했지만, 3-0을 만든다면 네 번째 골이 꼭 90분 안에 나올 필요는 없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전반 16분 만에 2-0이 됐을 때 남은 74분 간 1골을 추가하자는 생각으로 냉정하고 차분하게 경기를 운영해야 했다.

하지만 2골 차 리드에도 팀내 최고의 베테랑인 고딘과 가비가 연이어 경고를 받고, 이미 전반 6분 만에 중앙 수비수 스테판 사비치가 경고를 받은 아틀레티코의 플레이는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두 명의 센터백과 한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경고를 안고 뛰는 상황은 부담스러웠다.

이른 시간 두 골을 내주며 당황했지만, 레알은 더 노련하게 경기했다. 특히 토니 크로스와 루카 모드리치, 마르셀루 등 핵심 선수들이 볼을 소유했을 때 침착하게 상황을 살피고 상대 빈틈을 찾아 지공을 전개하며 템포를 조절했다.

경기 초반 야닉 카라스코가 측면 배후 공간을 적극적으로 노려 마르셀루의 활약이 제한됐다. 아틀레티코의 적극적인 전방 압박에 투톱 뒤에 배치된 이스코 역시 1차전과 같은 활약을 하기 어려웠다. 1차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완전히 고립됐다.

#차분했던 레알, 절묘했던 벤제마

차이를 만든 선수는 공격수 카림 벤제마였다. 벤제마는 좌측면으로 자주 빠지며 아틀레티코 수비 조직에 균열을 일으켰다. 벤제마가 좌측면으로 이동한 것은 아틀레티코가 라이트배 자원을 모두 잃은 채 경기했기 때문이다. 후안프란과 시메 브르살리코가 모두 부상으로 빠진 아틀레티코는 1차전에서도 이 지역의 허점으로 인해 완패를 당했다.

아틀레티코는 2차전에 센터백 호세 마리아 히메네스가 회복해 라이트백 자리를 채웠다. 히메네스는 부지런히 수비했지만 측면 오버래핑은 불가능했고, 센터백이 아닌 풀백 위치에서의 수비는 미숙했다. 

레알이 전반 42분 기록한 만회골은 아틀레티코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벤제마는 좌측면에서 히메네스와 고딘, 사비치 등 자신에게 몰린 모든 수비수들을 절묘한 드리블 돌파로 따돌리며 문전으로 진입했다. 본인이 어린 시절 우상으로 삼았던 브라질 공격수 호나우두를 연상케 하는 측면 돌파였다.

벤제마의 드리블 기술도 훌륭했지만 아틀레티코 수비진의 그물도 허술했다. 특히 사비치는 자기 위치를 버리고 달려들었으나 공도 사람도 확실하게 끊지 못했다. 1차전에서도 호날두의 해트트릭 과저에서 모두 수비 타이밍을 놓쳤던 사비치는 이 경기에서도 실점 상황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다.

벤제마의 돌파 이후 레알이 득점한 과정은 기술적으로 정밀했다. 벤제마는 문전으로 아틀레티코 수비 커버가 들어오자 배후 지역으로 볼을 빼줬다. 크로스가 중거리슈팅을 골문 구석으로 정확하게 찔렀다. 골키퍼 얀 오블라크가 선방했으나 이스코가 빠르게 달려들어 리바운드 볼을 밀어 넣었다. 이스코는 또 한 번 자신이 레알의 선발 출전 선수가 되기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 골 이후 아틀레티코의 사기가 떨어졌다. 후반전 시작 이후 레알은 더 안정적으로 경기 템포를 죽였고, 체력이 떨어진 아틀레티코는 전반 초반과 같은 기세를 유지하지 못했다. 후반 11분에 아틀레티코는 페르난도 토레스와 호세 히메네스를 빼고 케빈 가메로와 토마스 파티를 투입했다. 가메로는 투박했고, 라이트백 자리에 선 토마스는 수비적으로 불안정했다. 

#교체 전략은 지단의 승리, 레알의 벽에 막힌 시메오네의 꿈

아틀레티코는 공격을 강화했지만 흐름을 타지 못했다. 후반 31분 코케를 빼고 앙헬 코레아를 투입했으나 코레아도 수비 상황에서 경고를 하나 받은 것 외에 공격적으로 영향력을 보이지 못했다. 레알은 후반 32분에 루카스 바스케스와 마르코 아센시어, 후반 43분에 알바로 모라타를 투입해 잔여 시간을 더 공격적인 포진으로 운영했다. 아틀레티코의 배후 불안을 가중시켜 총공세를 펴지 못하게 한 것이다. 

아틀레티코는 경기 막판 몇 차례 득점에 근접한 상황을 만들기도 했으나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의 선방을 넘지 못했다. 아틀레티코는 후반전에 기술적인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아쉬웠던 것은 2-0 리드 상황의 운영의 묘였다. 아틀레티코는 기적의 뒤집기를 이룰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놓쳤다.

사상 첫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 달성의 꿈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시메오네 감독 체제에서 아틀레티코는 2013/2014시즌과 2015/2016시즌 결승전에서 레알에 패했고, 2014/2015시즌에는 8강, 올시즌에는 4강에서 레알에 패했다. 4시즌 연속 레알의 벽을 넘지 못했다. 

디펜딩 챔피언 레알은 1992/1993시즌 챔피언스리그 체제 시작 이후 첫 2연속 우승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한국시간으로 6월 4일 새벽 웨일즈 카디프에서 유벤투스와 결승전을 치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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