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첼시가 우승 직전까지 갔다. 미들즈브러를 완파할 때 가장 활약한 건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마르코스 알론소의 조합이었다. 비교적 저평가된 선수들이지만 사실 득점 생산력은 가장 인상적인 선수들이기도 하다.

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2016/2017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36라운드를 치른 첼시는 미들즈브러를 3-0으로 꺾었다. 현재까지 35경기를 치른 첼시는 승점 84점이 됐다. 2위 토트넘홋스퍼(35경기 77점)를 승점 7점차로 따돌렸다. 남은 세 경기에서 승점 2점 이상을 거두면 토트넘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첼시가 우승을 확정하게 된다.

전반 23분 디에구 코스타, 전반 34분 알론소의 연속골로 일찌감치 앞서간 첼시는 후반 20분 네마냐 마티치의 쐐기골로 경기를 끝냈다. 첼시는 경기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첼시가 21차례 슛을 날리는 동안 미들즈브러의 반격은 겨우 2회에 불과했다.

이날 첼시 공격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가장 많이 만든 선수 중 하나가 알론소였다. 초반부터 알론소의 영향력은 눈에 띄었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패스를 받아 날린 발리슛이 브래드 구잔 골키퍼, 크로스바를 연속으로 맞고 무산됐다. 그 뒤에도 대각선 스루패스를 받아 결정적인 크로스, 슛을 여러 차례 시도했다. 알론소의 슛 4회, 유효슛 2회 모두 이 경기에서 최다 기록이었다. 왼쪽 윙백답지 않은 기록이다. 그 외에 결정적 패스 2회, 드리블 돌파 2회 등을 기록했다. 후반 6분에 알론소가 왼발로 강하게 날린 땅볼 킥이 골대로 들어가거나 코스타의 발에 걸렸다면 승부는 더 일찍 끝날 수도 있었다.

알론소의 활약 뒤엔 파브레가스의 정확한 패스가 있었다. 파브레가스는 네마냐 마티치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나와 활동 영역을 반으로 갈랐다. 마티치가 주로 왼쪽, 파브레가스가 주로 오른쪽에서 활동했다.

파브레가스의 패스는 동료들의 잠재능력을 끄집어냈다. 오른쪽 후방에서 왼쪽 전방으로 향하는 중장거리 스루 패스는 이날 첼시의 가장 큰 무기였다. 코스타의 선제골도 이 과정을 통해 들어갔다. 파브레가스의 대각선 패스를 코스타가 절묘한 공간 침투를 통해 받았고, 가볍게 공을 밀어 넣었다.

파브레가스가 한 건 아니지만 알론소의 골 역시 선제골과 비슷한 과정으로 나왔다. 파브레가스가 약간 왼쪽으로 이동해 있을 때, 오른쪽 공간을 메우기 위해 미드필드로 전진해 있던 수비수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가 공을 잡았다. 이번엔 아스필리쿠에타의 대각선 패스가 날아갔고, 알론소가 어려운 각도에도 불구하고 절묘한 발리슛으로 마무리했다.

파브레가스는 이날 두 팀 통틀어 압도적으로 많은 114회 패스 중 결정적 패스 6회를 기록했다. 특히 중장거리 패스에 강했다. 롱 패스를 15회 중 9회나 동료에게 전달했다. 크로스 7회 중 2회를 성공시켰다. 대각선으로 한 번에 넘겨주는 패스의 위력이 기록으로도 증명된다.

그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은 두 선수가 완전히 주인공으로 부상한 경기다. 파브레가스는 마티치와 은골로 캉테의 미드필드 조합에 밀려 후보 선수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시즌 중반부터 서서히 입지를 회복한 파브레가스는 11경기 선발, 15경기 교체로 출장하며 만만찮은 입지를 회복한 상태다. 파브레가스의 치명적인 패스는 비교적 출장 시간이 부족할 때 더 빛났다. 4골 10도움을 기록하고 있는데, 캉테(1골 1도움)와 마티치(1골 7도움)의 골과 도움을 모두 합해도 파브레가스보다 부족하다.

첼시의 윙백 중 더 주목 받은 선수는 알론소가 아니라 오른쪽의 빅터 모제스였다. 원래 윙어인 모제스가 윙백으로 이동했다는 점이 전술적으로 화제를 모았고, 첼시 속공에 미치는 영향력도 높았다. 그러나 실제 기여도를 따지면 알론소가 더 안정적이고 치명적이었다. 알론소는 6골 3도움을 기록하며 모제스의 3골 2도움보다 더 결정적인 활약을 해 왔다.

첼시가 왼쪽을 주요 공격 루트로 삼았기 때문에 미들즈브러의 오른쪽 수비는 곤경에 빠졌다. 특히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출신 라이트백 파비우는 이날 경기 내내 휘둘리며 계속 고생했다. 기록으로는 나타나지 않지만 초반 두 차례 실점 모두 파비우가 침투하는 첼시 선수를 잡지 못해 허용했다. 파비우는 이날 공을 3번 빼앗겨 미들즈브러 선수 중 이 부문 최고 수치를 남겼다. 수비수가 공을 가장 많이 빼앗겼다는 건 치명적이었다.

시즌 내내 조연에 가까웠던 파브레가스와 알론소는 시즌 막판으로 가면서 점점 더 빛나는 중이다. 최근 첼시가 기록한 3연승 과정에서 파브레가스는 3경기 연속 도움을 기록했고, 알론소는 총 1골 1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파브레가스는 기어코 자신의 어시스트 능력으로 미들즈브러를 끝장냈다. 세트피스에 이어 벌어진 첼시의 지공 상황에서 파브레가스의 절묘한 아웃프런트 패스가 마티치의 쐐기골로 이어졌다. 캉테의 부상 공백을 자기 나름의 스타일로 완벽하게 대체한 파브레가스의 날이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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