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다니 아우베스는 33세에 유벤투스로 건너와 지금 34세다. 풀백으로서 너무 많은 나이처럼 보였지만 아우베스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4일(한국시간) 모나코의 스타드 루이 II에서 ‘2016/2017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4강 1차전을 가진 유벤투스는 AS모나코를 2-0으로 꺾었다. 원정골을 두 개 넣으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친 유벤투스는 크게 유리한 상황에서 2차전 홈 경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모나코의 어린 공격진과 유벤투스의 늙은 수비진이 벌인 대결이었다. 모나코 공격진의 토마 르마가 22세, 베르나르두 시우바가 23세, 킬리앙 음밥페는 19세에 불과했다. 비교적 나이가 많은 라다멜 팔카오도 본격적인 노장이라기엔 어린 31세였다. 이들의 뒤를 받치는 미드필더 티에무에 바카요코는 23세, 파비뉴는 24세에 불과했다.

유벤투스는 골키퍼, 스리백, 양쪽 윙백까지 수비진을 구성한 6명의 평균 연령이 올해 UCL에서 가장 높은 팀이다. 잔루이지 부폰 골키퍼가 39세로 수비를 이끌었다. 안드레아 바르찰리가 36세, 아우베스가 34세, 조르조 키엘리니가 33세다. 30세인 레오나르도 보누치, 26세인 알렉스 산드루는 모나코에서 노장급이지만 유벤투스 수비진에선 막내다.

이들 중 가장 돋보인 선수는 단연 아우베스였다. 아우베스는 수비보다 공격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 곤살로 이과인이 넣은 두 골 모두 아우베스의 어시스트에서 비롯됐다. 전반 29분 아우베스가 전방으로 달려가며 파울로 디발라, 이과인과 공을 주고 받았다. 멋진 힐 패스로 이과인의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이어 후반 14분에는 깔끔한 얼리 크로스를 수비진 중 누구도 막지 못하는 절묘한 위치로 날려 이과인을 도왔다. 둘 다 아우베스의 수준이 드러난 명장면이었다.

유벤투스 스리백 중 아우베스 바로 뒤에 위치한 바르찰리가 오른쪽 측면까지 폭넓은 수비 범위를 보여줬기 때문에 아우베스는 약간 수비 부담을 덜고 공격 전개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우베스는 세비야와 바르셀로나 초기에 보여줬던 폭발력을 잃어버렸지만, 공을 다루는 기술과 측면 수비수의 역할에 대한 이해도는 여전히 세계 최고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아우베스가 장점만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아우베스는 이날 미랄렘 퍄나치에 이어 팀내 두 번째로 많은 42회 패스를 동료에게 전달했다. 특히 공격진영(경기장을 삼등분했을 때 모나코 골문 쪽)으로 투입한 패스는 11회로 팀내 최다였다. 아우베스는 크로스 2개를 동료에게 전달한 것을 비롯해 유벤투스의 슈팅 3회를 이끌어냈다. 빈틈이 보일 때 순간적인 돌파를 시도해 2회 모두 성공했다. 태클 4회 중 3회 성공은 2위, 루즈볼 및 흘러나온 공 획득은 10회로 전체 1위였다. 가로채기 1개, 걷어내기 6회도 기록했다. 그중 헤딩으로 걷어낸 것이 4회였다. 수비 위치선정도 뛰어났다는 걸 보여준다.

이번 경기에서 아우베스가 보여준 가장 큰 장점은 실수나 잘못된 판단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빼앗을 수 있을 때만 달려들고, 돌파할 수 있을 때만 달려들었다. 모나코의 패기를 안정감으로 누른 유벤투스의 경기 운영에서 아우베스의 침착성은 큰 도움이 됐다.

아우베스는 비교적 템포가 느린 이탈리아식 축구에서 노장 선수가 완벽한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예시다. 특히 유벤투스는 나이 많은 수비수를 영입해 잘 활용하는 팀이다. 지난 두 시즌 반 동안 파트리스 에브라를 아우베스와 비슷하게 활용했고, 에브라는 유벤투스에서 증명한 경기력을 바탕으로 ‘유로 2016’에서 35세 나이에 프랑스의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었다. 바르찰리는 이미 하향세인 줄 알았던 2011년 30세 나이로 유벤투스에 왔고, 기대 이상의 수비 능력으로 36세인 지금까지 주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나이 많은 측면 수비수들에게 세리에A는 완벽한 환경이다. 세리에A의 전설로 남은 파올로 말디니는 30대 후반에도 팀 사정에 따라 레프트백과 센터백을 오가며 활동했고,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레프트백으로 인정 받았다. 하비에르 사네티 역시 41세로 은퇴할 때까지 부상으로 인한 컨디션 하락을 제외하면 늘 정상급 측면 수비수의 지위를 유지했다.

아우베스는 이번 시즌 유벤투스에서 세리에A 13경기, 코파이탈리아 1경기 선발 출장에 그쳤다. 반면 UCL에서는 11경기 중 9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스테판 리히슈타이너 등 다른 라이트백들과 교대로 뛰다가 가장 노련해야 하는 UCL에서는 아우베스가 출장했다.

아우베스는 비교적 느린 템포로 진행되는 유벤투스 공격에서 능숙하게 패스를 돌리다가 과감한 킥, 노련미에서 나오는 재치로 어시스트까지 해내는 선수다. 모나코를 상대로 2도움을 추가하며 이번 시즌 UCL 2골 4도움으로 훌륭한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더 무서운 건 기록에 드러나지 않는 팀 기여도 역시 이번 대회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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