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골을 넣는 선수가 해결사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더 어려운 경기, 더 중요한 경기일수록 골을 많이 넣는 진정한 해결사다. ‘꿈의 무대’ 8강전과 4강전에서 연속으로 해트트릭 하는 해결사다.

3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2016/2017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4강 1차전에서 레알마드리드가 아틀레티코마드리드를 3-0으로 꺾고 결승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레알은 유리한 상태에서 11일 열리는 2차전을 준비한다.

세 골을 모두 넣은 선수가 호날두였다. 호날두의 세 골은 경기 양상에 따라 레알이 택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득점 루트로 터졌다. 경기 초반, 아직 본격적인 승부가 시작되지 않은 전반 10분 레알의 가장 큰 무기인 세트피스에서 골이 나왔다. 토니 크로스의 코너킥을 아틀레티코가 일단 막아냈지만, 세르히오 라모스의 2차 크로스에 카세미루의 3차 크로스까지 집요하게 날아들었다. 3차 크로스에서 기어코 수비수들보다 빠르게 움직인 호날두가 헤딩골을 터뜨렸다.

후반전 들어 레알은 경기 흐름을 늦추며 아틀레티코가 선호하는 속공을 미리 방지했다. 레알 역시 속공 상황을 더 좋아하는 팀이지만 호날두는 공격 속도가 느릴 때도 골을 넣을 줄 알았다. 카림 벤제마와 호날두가 상대 수비수를 직접 제압했기 때문에 아틀레티코의 수비 조직력도 큰 의미가 없었다. 후반 28분 왼쪽에서 중앙으로 패스가 투입됐을 때 카림 벤제마가 디에고 고딘을 등지는 동작으로 공을 지킨 뒤 패스를 했고, 호날두에게 공이 가기 직전 필리페 루이스가 가로채기를 시도했으나 저항을 뿌리친 호날두가 퍼스트 터치 후 제자리에서 강력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41분 레알은 특유의 속공으로 쐐기골을 넣었다. 이번에도 마지막엔 호날두가 있었다. 루카스 바스케스가 오른쪽 측면을 완전히 돌파하고 낮은 크로스를 줬고, 카세미루가 슬쩍 흘린 공을 호날두가 잡아 여유 있게 마무리했다.

호날두의 득점이 더 놀라운 이유는 토너먼트 단계에서 더 강해지는 득점 본능 때문이다. 호날두는 조별리그에서 2골에 그쳤다. 본격적인 골은 8강부터 터지기 시작했다. 8강 1차전에서 레알의 두 골을 모두 넣어 바이에른뮌헨을 2-1로 꺾었다. 8강 2차전에서 해트트릭으로 4-2 승리를 이끌었다. 4강 1차전 해트트릭을 더하며 최근 3경기에서 8골을 몰아쳤다. 이번 시즌 해트트릭 2회를 더하며 UCL에서 총 7경기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리오넬 메시와 같은 기록이다.

호날두는 경력을 통틀어도 토너먼트에서 강한 선수다. 호날두는 UCL에서 통산 103골을 넣었다. 그중 조별리그 득점이 51골이다. 이번 경기를 통해 토너먼트 52골을 기록하며 조별리그보다 오히려 토너먼트 득점력이 높다는 특이한 기록을 남겼다. 조별리그는 매 시즌 6경기씩 꼬박꼬박 진행되는 반면 토너먼트는 결승에 진출했을 경우에만 7경기를 뛸 수 있다. 그만큼 호날두가 전력이 좋은 팀에서 뛴 덕분이기도 하지만 이번 시즌 보여주듯 큰 경기일수록 강해지는 득점력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준결승은 해트트릭 자체를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 무대다. 지난 2012/2013시즌 레알을 상대로 보루시아도르트문트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현 바이에른)가 해트트릭한 것이 최초 기록이었다. 호날두가 준결승에서 해트트릭한 역대 두 번째 선수다.

호날두는 지난해 12월 열린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월드컵에서도 결승전에서 해트트릭했다. 이번 시즌 호날두의 득점은 스페인라리가 20골, 코파델레이 1골, 클럽월드컵 4골, UCL 11골 등 예년에 비해 적은 편이다. 대신 중요한 경기에서는 어느 때보다 득점력이 좋다.

호날두의 유무는 두 팀의 경기 결과를 가른 결정적 차이였다. 두 팀 모두 공격이 잘 풀리지 않아 다양한 교체 카드로 변화를 줬다. 레알은 벤제마와 이스코를 마르코 아센시오, 루카스 바스케스로 교체하며 호날두 주위 환경을 계속 바꿨다. 교체를 단행할 때마다 조금씩 경기 양상을 조절하며 호날두의 골로 계속 이득을 봤다. 반면 아틀레티코는 선발로 나온 케뱅 가메이로와 앙투안 그리즈만 투톱부터 미드필더였던 야닉 카라스코와 코케, 교체로 투입된 페르난도 토레스, 니콜라스 가이탄, 앙헬 코레아 등이 돌아가며 레알 수비를 열기 위해 노력했지만 호날두처럼 결정적인 슈팅을 날릴 선수가 없었다.

UCL에서 우승하려면 후반기에 강해야 한다. 호날두는 지난해 득점 생산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2017년 들어 공식전 22경기에서 19골 5도움을 기록하며 치명적인 활약 중이다. 호날두의 ‘중요 경기 활약 능력’은 이번 시즌 UCL에서 절정에 달했다. 지네딘 지단 감독이 그리 절묘하지 않은 전술로도 계속 이득을 보며 전진할 수 있는 비결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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