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전북현대가 제주유나이티드에 0-4로 졌다. 전북이 K리그에서 네 골차로 진 건 무려 2005년 8월 이후 처음이다. 거의 12년 만이다.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전주 종합경기장에서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9라운드를 치른 전북은 제주에 패배하며 선두를 놓치고 2위로 떨어졌다. 제주가 전북의 승점 17점(5승 2무 2패)을 따라잡았고, 다득점에서 앞서며 리그 1위로 올라섰다.

전북은 2005년 7월 최강희 감독이 부임한 뒤 4골차 이상으로 무너진 경기가 거의 없었다. 부임 직후 혼란기를 겪던 2005년 8월 28일, 성남일화에 1-5로 진 것이 마지막이다. 이때도 홈 경기였다.

그 뒤로 3골차 패배는 많았고, 4골 이상 실점한 적도 많았다. 2011년 6월 울산에 1-4로 졌다.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범위를 넓히면 2011년 9월 세레소오사카 원정에서 3-4 패배를 당했다. 최 감독이 국가대표팀으로 떠나 있던 기간 대패가 많았다. 2012년 이흥실 대행의 지휘 아래 광저우헝다, 가시와레이솔에 각각 1-5로 패배했다. 파비오 대행이 이끌던 2013년 6월에는 부산아이파크에 1-4, 수원삼성에 4-5로 지며 두 경기 만에 9실점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3년 하반기 최 감독이 복귀한 뒤로는 그해 11월 FC서울 원정에서 1-4로 진 뒤 대패가 없었다. 2014년부터 전북의 실점은 3실점이 최다였다.

골을 많이 내줄 때도 한두 골씩은 꼭 득점하던 전북이 4골이나 내주고 영패를 당한 건 드문 일이다. 최 감독은 “홈팬들에게 죄송하다. 2009년 이후 홈에서 이런 완패, 대패 기억이 거의 없다”는 말로 경기 후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 “이제 전북다운 경기를 하겠다”

“시즌 초부터 홈에서도 상대에 맞춤 전략을 써 왔다. 사실 2011년 이후 홈에서 선수들에게도 '우리 경기를 하자'고 했지 상대에 맞춘 기억이 거의 없었다. 올 시즌은 공격 쪽 부상자가 많아 임기응변식으로 상대 맞춤형 전술을 써 왔다. 그게 오늘 한계를 드러냈다. 0-4가 다행일 정도였다. 빨리 추스르는 것이 내 임무다. 리그는 연패했지만 선두 싸움에서 멀어지지 않는다면 기회가 있다. 팀을 정비하고, 부상자가 돌아오는 시점에 경기 내용과 결과가 좋아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최 감독은 이 패배를 계기로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앞으로 상대에 따른 변칙 전략보다 정공법으로 경기하는 게 더 전북다운 방법이라는 교훈이다. “밸런스가 깨지면 아무리 강팀이라도 어떻게 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변칙적인 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걸 오늘 알았다. 임기응변이나 변칙보다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홈에서는 우리가 갖고 있는 경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우승에 끌려가듯이 리그를 치러 왔다. 오늘 경기는 분명 나에게도, 우리 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좋은 쪽으로 팀을 만들어가는데 훨씬 집중하겠다.”

이날 최 감독의 교체 전략은 평소와 달랐다. 평소엔 원톱 위주로 경기를 시작했다가 경기 도중 공격 숫자를 늘려 상대를 압박하는 전략을 쓴다. 제주전에서는 투톱으로 경기를 시작했는데 후반 15분 에두와 김신욱을 모두 빼고 이동국과 미드필더 이승기를 투입했다. 공격수 숫자를 오히려 줄였다. 최 감독은 “투 스트라이커에서 우리가 잘 하는 4-1-4-1로 전환한 거다. 경기력으로 보면 제주가 올해 K리그에서 가장 좋다는 걸 알고, 상대가 잘 하는 걸 막으라고 주문했는데 전방 압박 등이 잘 안 되면서 전반적으로 경기가 잘 안 됐다”고 말했다.

 

조성환 제주 감독 “강팀으로 가는 모습을 봤다”

조성환 제주 감독에게도 이 경기는 의미가 크다. 정상을 넘보던 제주가 전북을 직접 꺾고 1위로 올라섰고, 그것도 4-0이라는 큰 점수 차를 냈다. 조 감독은 “힘든 일정 속에서 좋은 경기를 했다. 강팀으로 가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행보가 기대된다“고 했다.

제주의 의도가 다 적중한 경기였다. “초반에 마그노와 황일수가 상대 수비와 미드필드 사이 갭을 벌리기 위해 움직임을 활발하게 가져갔다. 공격수들의 활발한 수비 가담으로 전북이 원활한 경기를 못하게 했다. 우리는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전환 속도가 빨랐다. 역습 상황이 많이 생길 거라고 봤는데, 한두 골 앞서가기 시작한 뒤로 그런 장면이 많이 나왔다.”

조 감독은 작년에도 전북의 무패행진을 끊는 등 전주 원정에서 유독 강한 이유를 묻자 “전북이라고 특별한 건 없다”고 말했다. “한 경기 한 경기 놓칠 수 없다. 전북을 특별히 분석하거나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건 아니다.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경기한다. 거기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것 같다.“

한편 조 감독은 “이기고 싶은 열정, 의욕이 앞서서 불필요한 말들이 좀 있었던 것 같다. 큰 문제는 아니었다. 사과드렸고 오해를 풀어 드렸다”며 경기 종료 직후 두 팀 벤치 사이에서 오간 언쟁에 대해 해명했다. 파비오 전북 코치와 조 감독이 대기심에게 항의하다가 눈이 마주쳐 말싸움이 붙었고, 경기가 끝나자마자 조 감독이 전북 벤치로 찾아가 사과한 뒤 경기장을 떠났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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