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주민규는 군 입대를 통해 처음 K리그 클래식을 밟았고, 클래식에서 뛸 자격을 스스로 증명해나가고 있다.

늦깎이 공격수 주민규는 고양HiFC(현재 해체)에서 프로 데뷔한 뒤 2년 동안 미드필더로 뛰었다. 서울이랜드FC로 이적하며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꾸자 폭발적인 득점력이 드러났다. 2015년 23골 7도움, 2016년 14골 3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 챌린지 최고 공격수로 자리 잡았다. 종종 클래식 구단으로 이적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실현되진 않았다. 클래식 수비수들을 이겨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회의론이 꼬리표처럼 붙었다.

상주상무로 입대하며 클래식으로 ‘승격’한 주민규는 올해 3골 2도움을 올리며 주전 공격수다운 활약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29일 포항스틸러스전이 백미였다. 강호 포항을 상대로 2골을 몰아쳐 2-1 승리를 이끌었다. 크로스를 받아 마무리하는 주민규의 득점 감각이 살아 있었다.

주민규도 ‘챌린지용’이라는 꼬리표를 의식하고 있다. “매 경기마다 절실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에게 꼬리표가 붙는 건 사실이잖아요. 챌린지에서 골을 그렇게 넣었다고 해도 팬들 사이에선 ‘그래도 챌린지잖아’라는 수식어가 있는데. 그걸 깨기 위해서는 클래식에서 인정받아야 되고 분명 포인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검증을 받고 싶어요.”

상주 입대는 좋은 선택이었던 셈이다. 주민규는 군 입대를 앞두고 상주와 아산무궁화 중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했다. 둘 다 쉽지 않은 경쟁이지만 상주에 더 화려한 선수들이 모이기 마련이다. 주민규는 아버지의 조언을 들었다. “어차피 경쟁해야 한다면 클래식 분위기라도 한 번 느껴봤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상주를 선택했다. 주민규 가족의 걱정과 달리 김태완 상주 감독은 챌린지 시절 맞부딪쳐 본 주민규의 실력이 클래식에서도 통할 거라 생각했고, 일찌감치 주전으로 기용하는 중이다.

“올해 목표는 두 자릿수 득점이에요. 챌린지에서 공격수로 뛴 두 시즌 동안 두 자릿수 골을 넣었는데, 클래식에서도 똑같이 한다면 어느 정도 인정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개인적인 목표로 삼고 있어요.”

주민규는 실력 향상을 느낀다. 상주는 뛰어난 선수들이 모여 있다. 동료들의 자기 관리부터 패스 타이밍까지 참고할만한 것이 많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동료 장병들이 군 생활을 아주 열심히 한다는 점이었다. 주민규는 다른 선수들이 안이하게 군 생활을 할 때 자신만 열심히 한다면 주전이 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고 입대했다. 그런데 절실한 건 다들 마찬가지였다. 입대 당시 각오보다 더욱 열심히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경기장에서도 주민규는 클래식에 맞는 공격수로 변모하게 위해 노력 중이다. 원래 미드필더였던 주민규는 타겟형 공격수와 섀도 스트라이커의 성향을 동시에 갖고 있다. 김 감독은 주민규에게 박스 안에서 더 전진하며 플레이하라고 주문했고, 포항전에서 주문대로 뛴 결과 두 팀 합쳐 가장 많은 4회 슈팅과 2골을 기록했다. “감독님이 저에게 하신 지적은 박스 안으로 더 들어가라는 거였어요. 그래야 기회가 나고 위협적이라고. 그 점을 더 신경 쓰고 있어요.”

주민규를 더 강하게 만드는 건 책임감이라고 했다. 상주는 뛰어난 선수 47명이 모인 팀이다. 주민규가 출장 기회를 잡는 만큼 군 생활 중인 다른 선수는 실전 경험을 놓친다. 주민규는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오래 골을 못 넣었는지 세고 있었다. 자신 때문에 출장하지 못하는 동료들에게 미안해서라도 더 많은 골을 넣고 싶다고 했다.

클래식에 올라온 주민규의 첫 시즌은 고정관념과의 싸움이다. 특히 느린 속도는 주민규를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 지적하는 부분이었다. 주민규도 육체적인 스피드가 느리다는 걸 알고 있다. 대신 생각의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한 박자 빠르게 공을 다루고 미리 슈팅하는 플레이로 수비수를 떨칠 수 있다. 상주의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라면 상대 수비의 허를 충분히 찌를 수 있다고 했다. “상무에 있는 시간을 통해서 편견을 깰 계기를 만들고 싶어요.”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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