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비보이가 된 엠레 찬이 묘기에 가까운 멋진 골로 리버풀을 구했다.

2일(한국시간) 영국 왓퍼드의 비커리지 로드에서 ‘2016/2017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35라운드를 가진 리버풀이 왓퍼드를 1-0으로 아슬아슬하게 꺾고 3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리버풀은 특유의 폭발력을 많이 잃어버린 상태였다. 최근 8경기에서 5승 2무 1패로 부진에서는 어느 정도 탈출했지만 공격력이 살아나지 않았다. 올해 들어 두 골차 승리가 단 두 번에 불과할 정도였다. 위르겐 클롭 감독은 여전히 전방 압박을 통한 주도권을 중시하지만 수비라인을 뒤로 내리고 버티는 상대를 만나 쉽게 풀리지 않는 경기도 많았다. 주전 윙어 사디오 마네의 부상 공백이 문제를 더 키웠다.

왓퍼드전에서는 전반 13분 만에 공격 에이스 필리페 쿠티뉴까지 부상으로 빠지며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이때부터 스리톱으로 뛴 아담 랄라나, 디보크 오리기, 호베르투 피르미누 중 개인기로 득점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 스리백을 들고 나온 왓퍼드의 침착한 수비 앞에서 위협적인 패스 플레이는 나오지 않았다. 랄라나가 골대를 맞힌 장면도 기습적인 중거리슛이었지 전술적인 플레이의 결과는 아니었다.

이 경기를 오래 기억하게 할 엄청난 장면이 전반 추가시간에 나왔다. 리버풀이 패스를 돌렸고, 루카스 레이바가 문전으로 공을 올렸다. 엠레 찬이 달려들었고, 찬의 엄청난 바이시클킥이 골대 구석으로 향했다. 페널티 지역 가장자리에서 골문을 등지고 차 넣은 고난이도 득점이었다.

경기 흐름상 의미가 큰 득점이었다. 리버풀이 승리를 챙기지 못한 최근 5경기 모두 전반전에 리드를 잡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공격진의 집단 부상 때문에 후반에 투입할 수 있는 조커가 빈약하다는 건 리버풀의 결정적인 약점이다. ‘플랜 A’가 통하지 않을 때 난국을 타개할 만한 인물이 없다. 선발 멤버로 승부를 봐야 했다.

이날도 리버풀 공격은 교착 상태였지만 찬의 우발적인 득점이 경기 양상을 바꿨다. 후반전에 더 급한 쪽은 왓퍼드였고, 왓퍼드가 먼저 공격 숫자를 늘릴 때 리버풀은 잘 대응하기만 하면 됐다. 클롭 감독은 후반 막판에 윙어 랄라나를 빼고 중앙 수비수 라그나르 클라반을 투입해 수비를 강화하는 실리적인 선택을 했다.

리버풀은 34라운드까지 3위를 지키고 있었지만 4위 맨체스터시티와 승점이 같았고, 5위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승점차가 1점에 불과했다. 남은 시즌 성적에 따라 5위 아래로 떨어져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놓칠 위험이 있다. 순위표와 스쿼드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찬의 아름다운 슛 하나가 팀을 구했다.

찬은 이 골로 이번 시즌 EPL 5호 골을 기록했다. 아주 많은 수치는 아니지만 프로 데뷔 이후 한 시즌 최다 득점이다.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에 비해 실속에 없다는 단점을 극복해하고 있다. 찬이 팀의 유일한 골을 넣어 승리를 이끈 건 2013년 4월 바이에른뮌헨 시절에 이어 두 번째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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