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축구장도 뜨겁고, 유세장도 뜨겁다. 장미 대선이 앞으로 다가왔다. 그라운드 위에서 뛰는 선수들도 선거권을 지니고 있고, 피선거권을 지녔다. 실제로 많은 선수들이 실제로 선거에 뛰어들기도 했다. 경기하는 방식만큼이나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에 도전한 선수들이 존재한다. ‘풋볼리스트’는 좌와 우 그리고 제3지대에서 목소리를 낸 선수를 찾았다.

우파의 범위는 넓다. 파올로 디카니오처럼 자신이 파시스트라고 대놓고 말하고 다니는 극우도 우파라고 할 수 있고, 브렉시트를 지지했던 솔 캠벨도 우파라고 할 수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축구인 몇몇을 모았다. 여기 프랭크 램파드도 있다. 한국에선 그리 유명하지 않지만, 램파드는 한때 의원 출마설이 나올 정도로 보수당과 관계가 좋은 선수다.

 

파올로 디카니오 : 내가 축구계의 무솔리니다 이거야

한때 퍼거슨이 원했던 공격수, 잉글랜드에서 더 오래 활동한 판타지스타. 그러나 정치적으론 많은 논란을 만든 선수가 파올로 디카니오였다. 디카니오의 인생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순간은 웨스트햄에서 엄청난 바이시클킥을 성공시킨 날이 아니라 라치오 팬들에게 파시스트식 경례, 즉 “하일, 히틀러”라고 외칠 때 취하는 손모양을 해 보인 날이었다. 디카니오는 자서전에서 자신을 이탈리아의 유명한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에 비유하기도 했다. 용감하다고 해야 하나? 나중에 디카니오는 “파시스트지만 인종주의자는 아니다”라고 한 벌 물러서더니, 더 나중에는 파시스트냐고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문제시되는 행동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걸까? 그러나 팔과 등에 있다는 무솔리니 문신까지 지웠는지는 의문이다.

 

크리스티안 아비아티 : ‘파시즘은 애국심 비슷한 것’(실제로 한 말)

파시스트라는 걸 감추지 않는 선수로는 AC밀란의 충직한 골키퍼로 오래 활약했던 크리스티안 아비아티도 있다. 아비아티는 비교적 늦은 2008년 자신이 파시스트 성향을 가졌다는 걸 드러냈다. 아비아티 역시 인종주의와는 선을 그으려 노력했다. “나는 파시즘을 일종의 애국주의 비슷한 것, 또는 천주교의 가치관과 비슷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거 천주교 믿는 사람들에 대한 모욕 아닌가 싶은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 우파 정치에 AC밀란 같은 걸 끼얹나

이탈리아의 우파 축구인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그들의 대부, 끝판왕 격인 베를루스코니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베를루스코니의 행적을 최대한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언론 재벌이자 정치인인 베를루스코니는 AC밀란 구단주로서 얻은 인기와 정치인으로서 받는 지지를 연결시키려 했다. 정치 구호에 축구장 응원 구호 같은 성격을 도입했고, 정치인으로서 잘 나갈 때 밀란에 대한 투자도 과감했다. 방송사, 축구팀, 정당이 서로를 밀어주는 방식으로 정치 생명을 연장시켜 나갔다. 밀란이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거둔 성공의 바탕에 베를루스코니의 자금력이 있었다. 그의 밀란은 우승팀을 넘어 매력적인 인기팀이어야 했고, 대책을 생각하지 않은 채 스타들을 긁어모으는 영입 전략은 카를로 안첼로티 전 감독이 어쩔 수 없이 4-3-1-2 포메이션을 발전시키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6년 승부조작 스캔들에 밀란이 연루되자 축구가 안첼로티의 정치 활동에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했다. 2011년 세 번째이자 마지막 총리 생활을 마친 베를루스코니는 정계에서 은퇴 수순을 밟기 시작하자 밀란에 대한 자금 투입을 확 줄여나가더니 결국 올해 중국계 자본에 매각했다.

 

로만 파블류첸코 : 토트넘 시절 이미 정치인이었다는 거 아는 싸람?

파블류첸코는 ‘유로 2008’에서 보인 활약을 바탕으로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이때 이미 정치 활동 중이어서 화제를 모았다. 그는 러시아의 남쪽 끝 변방 지역인 스타브르폴 출신인데, 2008년에 이미 시 의회에서 체육 관련 부문을 맡고 있었던 것이다. 파블류첸코의 당적은 블라디미르 푸틴의 통합러시아당이다. 한편 은퇴한 미드필더 디미트리 알레니체프도 옴스크 주에서 통합러시아당 소속으로 정치 활동을 한 바 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정치인으로 살다가 러시아 U-18팀 감독을 맡으며 축구계로 복귀했다.

솔 캠벨 : 토트넘, 아스널 거쳤으니 다음은 런던 시장이다!

축구인으로서는 토트넘홋스퍼를 ‘배신’하고 아스널에 입단한 ‘배신의 아이콘’이었다. 반면 정치관은 한결같이 보수적이다. 캠벨은 선수 은퇴 후 코치 커리어를 시작하지 않고 정계 입문을 위해 노력했다. 2015년 영국 총선 당시 보수당의 런던 시장 후보 경선 출마를 고려한다는 발언으로 유명해졌다. 단지 보수당 지지자라는 것만으로 우파라 단정지을 순 없지만, 브렉시트로 영국이 떠들썩하던 지난해 찬성 의사를 밝힌 걸 보니 좀 보수적인 성향이 맞는 것 같다. 캠벨이 밝힌 이유는 ‘브렉시트가 영국 축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하지 못한 캠벨은 올해 트리니다드 토바고 대표팀 코치로 채용되며 일단 축구인으로 복귀했다. 그런데 시장 후보로 나왔어도 어차피 떨어졌을 것 같지 않나? 일단 토트넘 팬들은 아무도 안 찍을 거고, 아스널의 라이벌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은 다 비웃을 것 같은데.

 

프랭크 램파드 : 보수정당의 강력한 지지자

자기 성향을 떠들고 다니지 않아서 그리 유명하진 않지만, 램파드는 보수당을 지지한다는 소신이 확고한 선수인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특히 보수당 당수인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와 몇 차례 만난 뒤 2014년 호감을 드러내는 발언을 했다. 이듬해는 보수당으로부터 켄싱턴 지역구 의원 출마를 부탁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램파드 측이 바로 부정하긴 했지만 그만큼 보수당과 관계가 좋다는 걸 보여준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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