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영국 출신의 축구 저널리스트 존 듀어든이 '풋볼리스트'를 통해 K리그에 관한 글을 기고합니다. 듀어든은 BBC, 뉴욕타임즈, 가디언 등에서 아시아 축구에 관한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토트넘에서 고전하던 팀 셔우드 감독을 기억하십니까? 강등권으로 치닫던 애스턴빌라에서 경질됐던 바로 그 감독 말입니다. 셔우드가 그 뒤 리버풀에서 감독 자리를 얻었던가요? 아니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런 일이 벌어질 리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한국 축구에서는 실패나 그저그런 능력이 부주의한 구단들에 의해 보상받곤 합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지난 수요일(26일), 울산현대가 홈에서 가시마 안틀러스에게 0-4로 대패하며 ACL에서 탈락한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닙니다. '호랑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럴만했기 때문이예요. 울산은 지난 10년간 K리그 우승을 두 번이나 차지한, 5년 전엔 ACL 우승까지 차지했던 팀입니다. 한 마디로 빅 클럽이죠. 그러니 궁금해지는겁니다. 울산은 왜 김도훈 감독을 고용한걸까요? 김 감독은 인천유나이티드에서 실패한 경력이 있습니다. 김 감독의 축구는 지루했고 수 많은 패배로 얼룩진 결과도 좋지 못했죠. 

김도훈 감독이 수준 낮은 감독으로 결판났다는 얘길 하려는게 아닙니다. 하지만 김도훈 감독은 아직 한국 축구 최상위 리그의 감독을 맡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걸 확실하게 보여준 상태였습니다. 그가 만일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고 싶었다면 하위 리그에서 지도 경험을 더 쌓아야 했다고 봅니다. 그러고 난 뒤엔 아마도 K리그 클래식에서 또다른 기회를 얻게 되었겠죠.

하지만 아시아 축구에서 가장 성공적인 클럽 중 하나라 할 울산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인천 감독에서 물러난 상태였던) 그에게 다가가 감독 자리를 제안했죠. 울산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가 김 감독이 뛰어난 스타 선수였기 때문이라는게 우리가 유일하게 내릴 수 있는 결론입니다 .아무런 논란도 없었죠.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뛰어난 선수가 늘 좋은 감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 축구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닙니다. 유럽에서도 스타 선수 출신들은 규모가 큰 클럽에서 감독 경력을 시작하기가 수월합니다. 그렇지 않은 지도자들이 하위 리그에서 경력을 시작하는 동안에 말이죠. 하지만  스타 출신 감독들이 실패하게 되면 - 자주 그러는 편이죠 - 그에 대한 보상(?)으로 더 큰 클럽에서 일 자리를 얻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수원의 레전드인 서정원 감독의 경우를 보죠. 수원은 2012년 서정원 감독이 부임한 이래 나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차범근 감독 시절만큼 좋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요. 올 시즌 리그에서 수원은 라이벌들을 뛰어넘는 데에 실패하고 있습니다. ACL에서 수원이 거두고 있는 성적은 수원 같은 클럽에 걸맞지 않게 부진하죠. 

물론 수원은 여전히 올 시즌 ACL에서 16강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강팀인 광저우헝다를 무조건 잡아야 하는 상황이죠. 지금까지 거둔 2승은 모두 홍콩 클럽(이스턴SC)을 상대로 한 것이니 수원이 광저우를 꺾고 16강에 오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서정원 감독이 실패했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는 야망입니다. 수원에겐 지금 아시아나 K리그에서 최고의 클럽이 되겠다는 야심이 있는걸까요? 만일 그렇다면, 서정원 감독이 적임자는 아닐겁닙다. 서 감독이 제대로 지휘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축구를 보여줬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평범한(mediocre) 수준이었죠.

K리그에는 좀 더 야심찬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K리그 클럽들은 평범한 지도자들을 우대하는 분위기를 끝내야 합니다. 실패한 감독들이 보상받는 분위기는 확실하게 끝내야 하고요. 인천 감독 시절을 돌아보세요. 김 감독은 울산 감독이 되기 어렵지 않았을까요.  

팀 셔우드는 지금 어떻냐구요? 셔우드 감독은 3부 리그 클럽 스윈든타운의 단장을 맡아 사실상 감독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다 팀이 4부 리그로 강등되자 책임을 지고 물러났습니다. 한국 사람이었다 좋겠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군요. 

글=존 듀어든 (축구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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