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울산] 류청 기자= "한국팀이 오히려 끈질기고 악착같은 게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가시마앤틀러스 골문을 지키며 한국 팀을 상대한 권순태는 솔직했다.

권순태는 26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한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조별리그 5차전 울산현대와 경기를 4-0으로 이끈 뒤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K리그 팀들이 올 시즌 ACL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를 묻자 다른 부분이 아니라 정신력과 자세를 언급했다. 그는 "오히려 (올 시즌에는) 중국팀과 일본팀이 더 끈질기게 하는 것 같다"라며 "팀을 위해 뛰어야 하기에 오늘 승리가 기쁘지만, 한국 선수이기 때문에 뭐랄까 가슴이 조금 아린다"라고 말했다.

그의 진단은 일리가 있다. 이날 가시마에 패한 울산이 보인 모습은 권순태가 이야기한 K리그 구단 경기 방식과 거의 유사하다. 울산은 지난 주말 한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7라운드 전남드래곤즈와 경기에서 0-5로 패했고 이날도 0-4로 졌다. 울산 선수 구성으로 봤을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울산은 부상자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두 경기를 치렀다.

무너진 방식은 비슷했다. 울산은 선제골을 내준 이후에 스스로 무너졌다. 전남전에서는 전반 15분 만에 자일에 골을 내주고 고전하다 후반 1분 추가골을 내준 이후에 와르르 무너졌다. 전남이 잘한 면도 있지만, 울산이 넘어진 게 패배에 더 크게 작용했다. 울산은 이날 진 후 코칭스태프와 사무국이 선수들을 각각 면담하며 원인을 찾았는데, "골을 내준 후 페이스를 잃었다"라는 이야기가 몇 차례 나왔을 정도다. 선수들도 스스로 무너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울산은 ACL 16강 진출이 달린 가시마 경기를 앞두고 심기일전했다. 김도훈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선수들을 독려했고, 선수들도 따로 모여 잘해보자고 다짐했다. 효과는 크지 않았다. 울산은 가시마 경기 전반에는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후반 8분 수비 실책이 나오며 선제골을 내준 이후에 다시 내려앉았다. 후반 9분에 추가골을 내줬고, 후반 22분에 다시 골을 허용했다. 전반에 보여줬던 의욕과 경기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결국 후반 45분 한 골을 더 내주며 0-4로 졌다.

 

가시마는 울산과 달랐고, 승리했다. 가시마 선수들은 90분 내내 집중했고, 거친 몸싸움도 피하지 않았다. 권순태는 "전반 끝나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한국팀을 이기려면 더 거칠게 싸워야 하고 몸 싸움에서도 지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물론 그 선수들이 그 이야기를 얼마나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경기는 집중도가 좋았다"라고 했다. 

"2경기 9실점 실화?"

경기가 끝난 후 팬들은 바로 쓴 걸개를 내걸며 실망감을 표했다. 인사하러 앞으로 찾아온 선수들에게도 야유와 다른 팀을 향해 야유할 때 불렀던 노래를 들려줬다. 특정 선수 이름을 부르는 팬들도 있었다. 과격한 행동은 나오지 않았지만, 울산 구단과 선수들이 느낀 압박감은 컸다.

팀 내 고참인 김창수는 경기가 끝나고 믹스트존에서 만나 한 인터뷰에서 답답함과 미안함을 동시에 털어놨다. 그는 경기력이 떨어진 게 선수들 실력, 경험이나 감독 전술 문제가 아니라며 쓴소리를 마다치 않았다. 앞서 권순태가 이야기했던 부분과 일맥상통했다.

"전남전 끝나고 선수들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느껴서 이번에는 다른 모습 보여주자 다짐했었다. 전반에는 다부지게 경합하며 분위기 좋았는데, 우리가 실수하며 무너졌다. 가시마가 잘해서 넣은 골은 1골밖에 없다. 지금까지 축구하며 (연속해서) 5-0, 4-0으로 진 것은 처음이다. 대부분 선수는 열심히 했다. 음... 인터뷰에서 선수 실명을 언급하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해서 말하지 않겠지만, 몇몇 선수들은 (이날 패배를) 크게 느껴야 한다."

김창수는 실력보다 중요한 게 자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선수가 아무리 공을 잘 차도 메시처럼 뛰어나진 못하지 않나. 몇몇 선수들이 자세나 그런 부분에서 부족했다"라며 "경험이 있고 없고의 차이를 말하는 게 아니다. 선수라면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게 있다. 우리 선수 구성이 뒤처지고 그런 게 절대 아니다. 팬들에게 죄송하고, 일본에 져서 스스로에게도 짜증이 난다"라고 말했다.

일방적인 이야기는 추측이지만, 양측 이야기가 같으면 사실에 가깝다. 밖에서 본 권순태와 안에 서 뛴 김창수 말은 일맥상통한다. 정신력과 자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 부분이 기본적으로 갖춰지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특히 어려운 상황에서는 이런 정신적인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울산은 올 시즌 리그와 ACL 통틀어 선제 실점한 경기에서 단 한 번 무승부를 만들었을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졌다. 울산은 이 부분을 빠르게 다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패배 도미노가 더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울산은 오는 30일 최하위 인천유나이티드와 리그 8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울산이 부담이 더 크다. 인천은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팀이다. 1승도 하지 못한 팀을 상대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울산이 더 위축될 수도 있다. 시간이 많지 않지만, 울산은 남은 기간 적극적인 조치로 팀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부분부터 다시 쌓아야 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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