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울산현대는 위기다. 

 

울산이 26일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조별리그 5차전 가시마앤틀러스 경기에서 0-4로 패하며 16강에 진출하지 못해서는 아니다. 울산은 계속해서 반복된 실수와 약점을 노출하며 스스로 내려 앉고 있다. 울산은 지난 22일 한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7라운드 전남드래곤즈 경기에서도 0-5로 졌다. 계속된 부진에도 함구하던 울산 팬들은 가시마 경기가 끝난 뒤 ‘2경기 9실점 실화냐?’라는 걸개를 내걸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뚜렷한 스트라이커가 없다고 해도 울산 부진을 선수단 구성 탓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김도훈 감독이 고집하는 포메이션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울산은 K리그에서 손꼽히는 선수단을 갖췄다. 전북현대, 제주유나이티드, FC서울 정도를 제외하고는 울산보다 더 좋은 선수단을 갖춘 팀을 찾기 어렵다. 국가대표 출신과 올림픽 대표팀 출신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도 괜찮다. 검증된 코바와 오르샤를 데리고 있다.

 

#실종 1: 구심점

전성기 울산은 은근히 끈끈한 팀이었다. 2012시즌 리그 준우승과 ACL 우승을 차지할 때는 선수단이 똘똘 뭉쳐 있었다. 확실한 구심점이 있었다. 곽태휘가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이끌었다. 함께 ACL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김승용(강원FC)은 “사우디아라비아 원정이 기억난다. 축구 전용경기장이 아니라 벤치와 경기장이 멀었고, 홈팬들 응원 소리가 정말 커서 감독 이야기가 아예 들리지 않았다. (곽)태휘 형 지시를 따르며 경기해 승리했다”라고 했다.

 

지금 울산은 그렇지 않다. 주장 김성환이 팀을 잘 이끄는 편이지만, 위기 때는 팀이 급격하게 무너진다. 울산은 전남에 대패한 후 코칭스태프와 프런트가 모두 선수단을 면담했다. 선수들끼리도 ‘다시 잘해보자’라며 뭉쳤다. 하지만 가시마 경기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첫 실점부터 세 번째 실점까지 모두 실수였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나와 선수들을 독려하고 소리지르는 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결국 울산은 그렇게 넘어졌다.

 

K리그 한 관계자는 “울산에는 기량이 좋지만 젊은 선수들이 많다. 이 선수들을 강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구심점이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종 2: 투지

축구는 몸을 부딪히며 하는 경기다. 기세에서 밀리면 좋은 경기하기가 어렵다. 실력 없는 투지는 무의미하지만, 투지 없는 실력도 의미가 없다. 울산이 2경기에서 9골을 내준 이유 중 하나가 여기 있다. 울산은 전남, 가시마 경기에서 모두 실점하자마자 급격하게 경기력이 떨어졌다. 울산은 가시마전 전반전에는 강한 압박과 몸싸움을 보였지만, 후반 8분 실점한 이후에는 그런 악착같음을 보여주지 못했다.

 

성정이 유한 김창수가 경기 끝나고 한 말은 곱씹어 봐야 한다. 김창수는 “지금까지 축구하며 (연속해서) 5-0, 4-0으로 진 것은 처음이다. 대부분 선수는 열심히 했다. 음... 인터뷰에서 선수 실명을 언급하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해서 말하지 않겠지만, 몇몇 선수들은 (이날 패배를) 크게 느껴야 한다”며 “경험이 있고 없고의 차이를 말하는 게 아니다. 선수라면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게 있다. 우리 선수 구성이 뒤처지고 그런 게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증명할 기록도 있다. 울산은 올 시즌 리그와 ACL 통틀어 선제 실점한 7경기에서 단 1번 무승부를 만들었을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졌다. 패한 경기에서는 추격하는 골을 넣은 적도 없다. 결정력보다 따라가려는 선수들 투지가 문제라는 지적이 다수다. 가시마 소속으로 울산을 상대한 권순태는 K리그가 전체적으로 간절함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며 “오히려 (올 시즌에는) 중국팀과 일본팀이 더 끈질기게 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실종 3: 결정력

울산은 올 시즌 치른 총 14경기에서 16골을 넣었다. 이 정도면 아쉬워도 비난 받을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ACL 브리즈번 경기에서 넣은 6골과 FA컵 32강전에서 넣은 3골을 제외하면 12경기에서 7골을 넣은 게 된다. 울산은 ACL에서 브리즈번 경기 이외에는 다득점한 경기가 없고, 리그에서는 포항스틸러스와 강원FC를 상대로만 2골씩 넣었다.

 

시즌 개막 전 스트라이커를 영입하지 못한 울산은 공격진 구성에 애를 먹었다. 이종호가 기대만큼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골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김도훈 감독은 코바와 이종호를 투톱으로 쓰는 방안, 이종호-한상운-김승준을 각각 원톱으로 쓰는 방안까지 고민해 변화를 줬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이런 결정력 부재는 전술적인 부분과 심리적인 부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축구는 골이 나야 이기는 경기다. 앞서 언급한 구심점과 투지 실종도 결정력과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각 요소 간의 선후관계는 따지기 어렵지만 골이 들어가지 않으면서 다른 문제들도 더 크게 불거지고 있다. 김 감독은 “노력하고 있는데 득점이 나오지 않아서 마음이 좋지 않다”라고 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좋지 않은 흐름은 다음 경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수단은 이런 문제점을 직시하고 변화해야 한다. 김 감독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과감하게 변화를 주며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오는 30일 인천유나이티드 원정 경기까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더 큰 부진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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