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한준 기자= 전북현대와 U-20 대표팀의 경기는 어른과 아이의 대결처럼 보였다. U-20 대표 선수들 역시 프로와 대학에 소속된 성인 선수들이었으나, K리그클래식에서도 ‘1강’이라는 평가를 넘어 ‘극강’으로 불리는 전북을 상대로는 현격한 힘의 차이를 절감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26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과 가진 연습 경기에서 0-3으로 졌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은 ‘FIFA U-20 월드컵 대한민국 2017’ A조 첫 경기 기니전, 2차전 아르헨티나전을 치르는 장소다. 신 감독은 전북과 경기에 대해 “대회 전 경기장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한 수 위인 전북을 상대로 우리의 문제점을 찾을 것”이라며 의미를 설명했다.

이 경기에서 신 감독은 “골을 넣거나, 먹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 90분간 흔들림 없이 유지하고,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를 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전북의 주전이 출동한 전반전은 거의 일방적이었다. 전북의 최종 수비 라인이 하프라인까지 전진할 정도로 U-20 대표팀이 밀렸다. 공을 소유하고 빠른 패스 플레이로 전진하는 공격적인 축구를 추구하는 신 감독의 계획이 이뤄지지 못했다.

#U-20 대표팀, 전북의 힘에 밀렸다

신 감독은 “상대가 앞에서 강하게 나오고, 힘에서 밀리면서 선수들이 주눅 들었다. 원하는 플레이가 되지 못했다. 전북에 힘과 스피드, 패스 타이밍에서 졌고, 그게 전체적으로 밀리고 결과에서 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 보다 전체 큰 그림을 보겠다”며 관중석에서 지켜보겠다고 했던 신 감독은 전반 8분 만에 코너킥 상황에서 선제골을 내주고, 2분 뒤 고무열에게 추가골을 내준 이후 전반 30분 경 벤치로 내려왔다. 점수 차이는 3골이었으나, 경기력 차이는 그보다 더 컸다. 전북은 2-0 리드 이후 완급 조절에 나섰고, 여유있게 볼을 처리하면서도 꾸준히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에두는 고무열의 두 번째 득점을 돕는 과정에서 U-20 대표팀 센터백 정태욱과 이상민의 합동 마크를 당하면서도 여유 있게 공을 지키고 연결했다. 몸싸움에서 압도적이었고, 측면으로 폭 넓게 움직이면서 U-20 대표팀이 자기 진영에서 펼친 밀집 수비를 흔들었다. 측면 공격수로 나선 에델은 수차례 드리블 돌파에 성공했다. 김보경은 좁은 공간 사이에도 창조적인 터치와 패스로 기회를 창출했다. 

일일이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북은 선수 개개인이나 팀적으로 현격한 수준 차이를 보여줬다. U-20 대표팀은 전반 14분 스로인을 통한 공격 상황에서 조영욱이 내준 패스를 이승우가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연결해 첫 번째 공격을 시도했다. 전반 32분에는 라이트백 윤종규가 공격 지역까지 올라와 왼발 중거리슛을 시도했으나 빗나갔다. 이승우를 기점으로 한 몇 차례 공격 장면이 번뜩였다. 전반 44분에는 이진현의 스루 패스를 받은 조영욱이 슈팅을 시도했으나 허공을 갈랐다.

전북은 후반전에 벤치에 대기하고 있던 9명의 선수를 모두 교체했다. 팔에 부상을 입은 채 출전했던 유승민이 빠지고 고무열이 다시 투입됐는데, 대대적 교체 와중에 이동국, 김진수 등 주전급 선수도 새로 들어가고, 에델은 후반전에도 경기를 뛰면서 전북이 여전히 주도적인 경기를 했다. U-20 대표팀은 그래도 비주전 선수가 대거 들어온 후반전에 조금 더 라인을 높이며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U-20 대표팀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레프트백 우찬양, 미드필더 한찬희를 빼고 이유현과 임민혁을 투입했다. 이유현은 측면에서 힘 있는 플레이를 보였고, 임민혁도 날렵한 모습을 보이며 후반전 U-20 대표팀의 경기력이 살아나는 데 기여했다. 전북의 단단한 수비에 고전한 U-20 대표팀은 후반전에 좌우 풀백을 측면 공격 지역으로 전진시키고 이승우와 백승호를 중원 지역으로 내려 후방 빌드업 과정의 밀도를 높이려 했다. 하지만 이들이 골문에서 멀어지면서 마무리 과정의 파괴력은 더 떨어졌다.

전북은 후반 16분 에델의 패스에 이은 이동국의 득점으로 3-0으로 달아났다. U-20 대표팀은 후반 25분에 백승호 이승우 이승모를 빼고 김진야 하승운 이상헌을 투입했다. 후반 33분에는 조영욱이 빠지고 강지훈이 투입됐는데, 강지훈을 중심으로 몇 차례 좋은 공격 장면이 나왔다. 하지만 경기 종료 시점까지 득점에 가까운 상황을 만든 것은 전북이었다. 이동국 에델 고무열이 지속적으로 U-20 대표팀의 골문을 위협했다. 골키퍼 송범근이 높은 집중력을 보이며 여러 차례 좋은 선방으로 추가 실점을 막았다. 

#신태용호가 완패도 웃는 이유

경기는 완패로 끝났지만 믹스트존에서 만난 백승호는 “좋은 경험이 됐고, 이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전북이 강한 상대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많은 걸 배웠다”며 예상 외로 밝은 모습을 보였다. 이승우 역시 “월드컵을 앞두고 좋은 상대와 경기해서 기뻤다. A대표팀에 뛰는 형들도 있었다. 형들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고 긍정적인 부분이 더 컸다는 반응이었다.

신 감독 역시 완패라는 결괴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전북의 힘이 강했지만, 월드컵에서 상대할 아르헨티나나 잉글랜드는 이정도로 힘이 강하진 않다. 또래 선수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정도로 밀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더 다듬고, 세트피스 실점 상황 등 세밀한 부분을 보완하면 할 수 있다.”

신 감독은 “애들이 좀 까불고 있었는데 내려왔을 것이다. 나한테 잡혔다. 내가 푸시하고 싶은 부분을 할 수 있게 됐다. 우리가 보완할 점이 전북전을 통해 나왔다. 비디오 미팅도 하겠지만 이제 감독이 해줘야 할 부분이 생겼다. 이번 경기는 선수들이 어떻게 스스로 반응하는지 보려했으나 월드컵에선 문제 상황이 생기면 빠르게 감독의 주문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전북전이 연습 경기의 성격을 가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 감독은 “우리는 체력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 하루 전까지도 오전에 웨이트훈련을 하고 오후에 팀 훈련을 하며 두 탕씩 훈련 중이다. 선수들이 젖산이 많이 쌓인 상태라 힘에서 더 밀렸다. 기록으로 체크하면 체력이 상위 레벨로 올라왔지만 실전 경기에 적용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니다. 반면 전북은 리그를 진행하는 최상의 컨디션이다. 서로 100%의 컨디션이었다면 이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결과와 내용 모두 완패한 전북전의 경기력이 U-20 대표팀의 본 모습은 아니라고 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도 “U-20 대표팀은 아직 만들어가고 있는 팀”이라고 평가했다. “도움을 주기 위해 우리도 적극적으로 경기했다. U-20 대표 선수들은 많이 밀리지 않았고, 경기 운영은 상당히 좋았다. 세트피스 실점 상황 같은 세밀한 부분만 좋아진다면 잘 될 것이다.”

U-20 대표팀은 28일 오전 훈련을 끝으로 일시 해산한다. 신 감독은 “28일 오전 훈련을 마치고 최종 엔트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U-20 대표은 5월 1일 파주NFC에서 최종 엔트리 21명이 재소집되어 본선 대비 마지막 준비에 돌입한다. 8일 사우디아라비아와 파주NFC에서 비공개 평가전을 치른 뒤 11일 청주에서 우루과이, 14일 고양에서 세네갈과 친선경기 이후 20일 전주에서 기니와 대회 첫 경기를 치른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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