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vs 가와사키 전반전 포진

[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수원삼성과 가와사키프론탈레의 ‘2017 AFC 챔피언스리그(ACL)’ G조 5차전 경기는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팽팽한 경기였다. 후반 추가 시간 종료 시점까지 결과가 불투명했던 이유는 양 팀 모두 결정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최근 공식전 2연승으로 기세를 올린 수원이 홈에서 0-1로 진 이유는, 결정적으로 체력의 열세 때문이었는데, 그 마저도 효과적으로 공략한 가와사키가 영리한 경기를 했다. 오니키 도루 가와사키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볼을 점유해서 수원의 체력을 떨어트리려 했다”고 말했다.

서정원 감독의 수원은 볼 소유를 추구하는 팀이다. K리그 팀 중에는 패스 플레이에서 J리그 팀과 대등하게 겨뤄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팀이다. 수원은 이날 경기에서도 패스 연결을 통해 슈팅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가와사키 보다 멋진 장면을 여러 번 보여줬다. 하지만 경기 내내 볼을 안정적으로 소유한 팀은 가와사키였다. 가와사키는 전반전에 63%, 90분 총합 60%의 볼 점유율을 기록했다. 

#집요했던 가와사키의 숏패스, 공 잃고 체력 잃은 수원

선발 명단 전원을 일본 선수로 구성한 가와사키는 결정력 보다 조직력에 집중했다. 때론 롱패스를 전개하면 더 효과적으로 공격 활로를 열 수 있을 것 같은 타이밍에도 집요하게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었다. 오니키 감독은 “원래 우리 스타일이다. 아예 롱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짧은 패스로 게임을 만드는 것이 성공률 측면에서 효율적”이라고 했다.

실제로 가와사키는 수원 보다 200여회 이상 많은 패스 숫자(636회)를 기록하면서 83.2%의 성공률을 남겼다. 수원은 412회 패스에 77.7%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이중 롱 패스 비율은 수원이 15%, 가와사키가 8.6%였다. 가와사키의 패스 플레이가 더 정교했던 점은 크로스 패스 성공률에서도 드러나는데, 수원이 19회 크로스 시도에 10.5% 성공률을 기록한 반면 가와사키는 17회 시도에 17.6%를 기록했다. 가와사키는 도전적이지 않았으나 쉽게 공을 잃지 않는 경기를 했다.

전반전에는 수원이 더 효율적이었다. 37%의 볼 점유율 밖에 기록하지 못했으나 5번의 슈팅을 시도했고, 이 중 3차례 슈팅이 골문 안으로 향했다. 가와사키는 훨씬 더 많은 시간 공을 쥐고 있었지만 3번의 슈팅을 시도하는 데 그쳤고, 유효 슈팅은 하나도 없었다. 전반 18분 날렵한 패스 플레이에 이은 박기동의 문전 슈팅은 아슬아슬하게 골문을 벗어났다. 전반 26분 이용래의 문전 슈팅은 옆그물을 때렸다. 볼 점유율에선 뒤졌으나 수원이 경기를 더 잘풀어가는 모습이었다.

수원은 이날 구조적으로도 유연한 경기를 했다. 매튜 민상기 구자룡이 스리백, 김민우 이용래 김종우 조원희 고승범이 중원에 배치되고, 염기훈과 박기동이 투톱을 이뤘다. 3-5-2 포메이션이었는데 경기 내내 스리백과 포백의 전환이 자유자재로 이뤄졌다. 

가와사키는 고바야시 유를 원톱으로 두고 아베 오츠카 미요시를 2선에 뒀다. 나카무라와 모리야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4-2-3-1 포메이션이었다. 공격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스리톱을 형성했고, 좌우 풀백까지 전진해 공격 숫자가 많았다. 수원은 고승범이 라이트백 자리로 내려오고, 매튜가 레프트백 영역으로 벌려 포백이 되거나, 조원희가 민상기 옆으로 내려오고 구자룡이 라이트백 영역으로 벌려 포백이 됐다. 김민우가 레프트백 영역으로 내려오고 구자룡이 라이트백 자리로 가기도 했다.

중원에 세 명의 미드필더도 유기적으로 자리를 바꿨다. 조원희가 기본적으로 수비 라인을 보호하고, 라인 사이로 움직이는 가와사키 공격수를 막았다. 이용래가 왼쪽 측면으로 벌리면 김민우가 전진해 염기훈 박기동과 스리톱을 형성했다. 김종우는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로 갔다가, 중앙 미드필더로 내려오기도 했다. 3-5-2로 출발했으나 3-4-3이나 4-3-3으로 자연스럽게 전환하며 공수 전환이 매끄러웠다.

#구조적으로 유연했던 수원, 좋았던 전반전, 숙제였던 결정력

문제는 전반전에 득점하지 못한 것이다. 수비 조직이 단단하고, 역습 공격 과정도 날카로웠으나 조나탄이 부상으로 빠진 수원은 기회를 골로 만들지 못했다. ‘왼발의 달인’ 염기훈은 여러 번 부정확한 킥을 연결하며 최근 주중 주말 경기에 계속해서 투입된 피로 누적 문제를 노출했다. 

수원이 전반전에 더 좋은 경기를 했지만, 후반전에는 가와사키가 경기를 지배했다. 후반 시작 3분 만에 나카무라 겐고의 프리킥 크로스를 수비수 다츠키 나라가 헤더로 연결해 선제골을 넣었다. 가와사키는 적극적인 중거리슛으로 문전 공간을 메운 수원 수비를 공략했다. 선제골을 넣은 뒤에는 수원이 적극적으로 전진해 배후 공간을 공략할 역습 기회가 자주 찾아왔다. 후반 19분 아베의 스루패스를 받은 고바야시가 신화용과 완벽한 일대일 상황을 맞았으나 골문 옆으로 찼다.

수원은 후반 11분에 이용래를 빼고 다미르를 투입해 중원 공격을 강화했고, 후반 17분에 수비수 매튜를 빼고 서정진을 투입해 공격 숫자를 늘렸다. 기다렸다는 듯이 가와사키가 후반 20분 브라질 선수 네토와 헤이네르를 투입했다. 수원 수비가 헐거워지자 롱패스와 드리블 돌파에 강점을 가진 외국인 선수를 넣은 것이다.

체력이 비축된데다, 피지컬 능력이 좋고, 짧은 패스 플레이 이외의 옵션을 구사할 수 있는 두 브라질 선수의 가세로 수원은 수비적으로 더 어려운 경기를 했다. 네토는 중앙 미드필더, 헤이네르는 윙어였다. 둘은 단순히 공격만 한게 아니라 수비 상황에서도 규율이 좋았고, 역습 공격을 전개할 때 긴 패스와 치고 달리기를 적절히 활용해 수원 선수들을 더 지치게 했다.

오니키 감독은 “계획한 교체였다. 한 골을 더 넣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다만 오니키 감독은 브라질 선수를 모두 후반전에 투입한 것이 전반전에 수비, 후반전에 공격이라는 전략을 준비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전반전에 수비적으로 하려던 것은 아니다. 수원 수비를 뚫지 못한 것 뿐이다. 수원의 체력을 떨어트리고자 한 면이 적중했다.”

수원 vs 가와사키 후반전 선수 교체 이후 포진

#정신적으로 강했던 가와사키, 일정상 불리했던 수원

수원은 구조적으로 잘 준비했지만 결정력 부족에 체력 부족까지 겹친 상황에 정신적으로 강인한 모습을 보인 가와사키를 이기기 어려웠다. 그 동안 일본 축구는 정신력 측면에서 한국 축구에 열세를 보여왔다. 이날은 그렇지 않았다. 후반 28분경부터 경기 종료 시점까지 20여분 간은 수원이 맹공을 퍼부었다. 쫓아가는 홈팀의 경기는 보통 그렇게 전개된다. 정성룡의 선방도 결정적이었지만, 가와사키 수비수들이 몸을 던지고, 볼을 향해 도전하는 수비를 펼치는 광경은 이색적이었다. 투혼과 투지가 엿보였다.

오니키 감독은 “오늘 경기는 간단히 말해서 이기지 않으면 안되는 경기였고, 그게 선수들이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요인이었다. 우리는 비기기만 해도 떨어지는 경기였다. 용기를 갖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했다”고 했다. 

결승골의 주인공인 나라는 득점 상황 외에 수비 상황에서 공중볼 경합 및 육탄 수비도 인상적이었다. 나라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수원 공격진에 키가 큰 선수가 있었다. 팀 작전상으로 수비 라인이 집중한 것은 라인을 너무 내리지 않는 것이었다. 후반 막판의 위기는 우리 라인이 내려가면서 생겼는데, 세컨드볼에 대한 대비를 잘했던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나라는 그 보다 의지와 정신의 힘이 더 중요했다고 부연했다. “최근 우리가 4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했는데, 지지 않은 점이 더 고무적이라 할 수 있었다. 10명으로 뛴 경기도 지지 않았고, 광저우 원정에서도 비겼다. 수원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의지와 의지가 대결한 경기였다.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은 게 승리 요인이다. 더티한 플레이도 있었고, 어려운 상황도 있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정성룡도 “최근에 우리가 계속해서 비기는 경기를 하면서 선수들의 각오가 다른 때보다 달랐다. 꼭 이겨야 하는 경기이기도 해서 많이 준비했다. 그런 점에서 오늘 경기에 많이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불과 2년 전까지 수원에서 뛰었던 정성룡은 J리그가 ACL 경기를 앞둔 팀은 금요일에 리그 경기를 치르는 점 역시 유리했던 부분이라고 했다.

“수원은 강원과 경기를 토요일에 했다. 우리는 금요일에 경기를 하고 왔는데도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수원은 더 힘들었을 것이다.” 정성룡의 말대로 수원은 홈팀이었으나 휴식일이 하루 더 적었다. 그 뿐 아니라 주중 FA컵 32강전 경기도 치러야 했다. 

서정원 감독은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너무나 많은 경기 스케줄로 인해 체력 소진을 걱정했는데, 결국 그 부분이 문제가 됐다”고 패인을 진단했다. 부족한 체력이 결정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강원전에 이어 가와사키전까지 조나탄이 부상으로 뛰지 못한 것도 악재였다. 

#어려워진 16강, 광저우전까지 강행군 일정

수원 팬들은 0-1 패배에도 선수단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이날 여러번 기회를 놓친 박기동에겐 격려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안방에서 아픈 패배를 당했지만 선수들이 사력을 다했고, 전술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도 적잖이 보여줬다. 특히 전반전 경기 내용은 잔여 시즌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측면이 많았다. 

수원은 가와사키에 졌지만 아직 승점 8점으로 G조 2위다. 가와사키는 7점으로 3위다. 광저우헝다가 이스턴SC와 원정 경기에서 6-0 대승을 거두면서 승점 9점으로 선두가 됐다. 이스턴이 일찌감치 탈락을 확정한 가운데 3팀 모두 최종전에서 운명이 갈린다. 가와사키는 홈에서 이스턴을 상대한다는 점에서 승점 10점 확보가 유력하다. 

수원은 광저우 원정에서 이겨야 16강에 오를 수 있다. 광저우는 비기기만 해도 진출한다. 패할 경우 탈락하기 때문에 두 팀 모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G조 최종전은 5월 9일에 열린다. 수원은 그 사이 제주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4월 30일), 포항스틸러스(5월 3일), 울산현대(5월 6일)와 홈 경기 등 2주 사이에 3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진행한다. 적절한 체력 안배가 필요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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