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제주유나이티드는 저력이 붙었고, 장쑤쑤닝 원정 승리를 둘러싼 여러 난관을 극복했다. 오랜 이동시간, 상대 전력, 제주의 체력 문제, 선제 실점, 상대의 거친 플레이를 모두 극복하고 따낸 역전승이다.

25일 중국 난징에 위치한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17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H조 5차전에서 제주가 장쑤쑤닝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앞서 끝난 감바오사카와 애들레이드의 경기에서 두 팀이 3-3 무승부를 거두며 나란히 승점 1점을 얻는데 그쳤다. 제주가 승리한다면 조 2위 싸움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제주는 조 2위로 올라섰고, 5월 9일 감바오사카와 갖는 홈 경기에서 승리하면 자력으로 16강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최종전에서 패배할 경우에도 애들레이드가 장쑤를 상대로 무승부 이하에 그치면 제주가 16강에 간다. 승리의 의미가 크다.

어려운 경기였다. 장쑤는 4연승으로 조 1위를 확정한 상태에서도 공격의 핵심인 알렉스 테세이라, 미드필더 하미레스를 모두 투입했다. 제주는 한중 외교 관계 악화로 항공편이 축소돼 난징까지 이동하는데 하루를 통째로 써야 했다. 여기에 전반 27분 테세이라의 킥을 하미레스가 헤딩으로 마무리하며 선제실점까지 내줬다. 제주의 약점인 세트피스 수비가 다시 불거졌다.

그러나 불의의 실점을 내주기 전에도 제주는 공격적인 운영을 하고 있었다. 최전방에 나선 진성욱의 활발하고 저돌적인 움직임을 마그노, 마르셀로가 받치며 공격을 이뤘다. 미드필더 이창민과 권순형은 이찬동의 뒷받침이 없는 가운데서도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전반 34분, 제주는 오래 걸리지 않아 동점골을 넣으며 추격을 시작했다. 속공 상황에서 진성욱의 드리블과 마그노의 침투가 교차했다. 진성욱이 밀어준 스루 패스를 마그노가 골키퍼를 피해 잘 밀어 넣었다. 경기력에 비해 득점이 터지지 않았던 제주의 문제를 일찌감치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후반 3분만에 제주가 만든 역전골은 아름다운 한 획으로 작품이었다. 마르셀로, 마그노의 원터치 패스 연결을 받은 이창민은 공을 받자마자 도움닫기 없이 오른발로 감아찬 슛을 날렸고, 공이 골대 구석으로 정확히 꽂혔다.

제주의 저력이 한층 올라왔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제주는 주장 오반석을 휴식 차원에서 서귀포에 남겨뒀다. 최전방에는 이번 시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던 진성욱이 투입됐다.

그동안 버거운 일정에도 버티는 것만 생각하지 않고 선수단 전체의 경기 감각과 사기까지 고려했던 조 감독은 앞선 경기에서 진성욱, 권용현, 배재우 등에게 출장 시간을 부여하려 노력했다. 그러다 최상의 멤버로 나서지 못한 결과가 애들레이드유나이티드, 강원FC에 당한 2연패였다. 그러나 이후에는 김해시청, 대구FC, 장쑤까지 세 개 대회를 거치며 3연승을 거뒀다. 승점을 잃어가며 비주전 선수들의 컨디션을 관리한 결과 장쑤 원정에서도 과감한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었고, 진성욱의 어시스트와 배재우의 성실한 플레이는 제주 승리의 동력 중 하나였다.

제주는 정신적, 전술적으로도 승리했다. 장쑤 선수들이 팔꿈치를 많이 썼다. 김원일은 입에서, 안현범은 코에서 피를 흘렸다. 알렉스는 후반 막판 지시앙에게 공중에서 떠밀려 들것에 실려나갔다. 감정 싸움이 벌어졌지만 제주는 경고를 한 장도 받지 않았다. 경기력에 비해 운영이 약했던 앞선 경기들보다 나아진 모습이었다. 초반엔 3-4-2-1에 가깝게 중앙을 두텁게 세우다가 나중에 3-4-3, 5-4-1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하며 장쑤의 측면 공격을 제어하려 한 선택도 승리에 보탬이 됐다.

시즌 첫 역전승이기도 하다. 제주는 이 경기 전까지 선제실점을 내준 4경기에서 1무 3패를 당했다. 경기를 뒤집는 힘이 부족했다. 가장 어려운 장소, 어려운 상대를 만나 역전승을 거둔 경험은 제주의 저력이 향상 중이라는 걸 보여줬다. 경기 이튿날인 26일 아침 비행기로 복귀하는 난해한 일정이지만 피로 대신 정신적으로 고양감을 얻은 경기였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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