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개막 후 5연패로 위기에 빠졌던 전남드래곤즈가 인천유나이티드와 울산현대를 상대로 연승을 거두며 반등했다. 울산전은 무려 5-0 대승. 전남은 단숨에 승점 6점으로 9위로 뛰어 올랐다. 6위 강원FC, 7위 수원삼성, 8위 울산현대와 승점 차를 2점으로 좁혔다. 

#현영민을 중앙으로 옮긴 이유

전남의 변화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노상래 감독의 전술적 결단이 있었다. 전남은 지난시즌 후반기 전남에 상승세를 안겨준 스리백대신 포백으로 전환했고, 레프트백 현영민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라이트백 이슬찬을 레프트백으로 이동시키는 급진적 변화를 취했다.

노 감독은 ‘풋볼리스트’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변화가 깊은 고민 끝에 나온 ‘수’였다고 했다. “작년, 재작년에도 힘든 순간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많은 생각을 갖게 되는데, 그걸 실제로 행하기가 쉽지는 않다. 영민이가 가운데 자리에서 잘해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면담을 통해 그 부분을 준비하라고 했다.”

올해로 만 38세인 현영민은 올 시즌 측면 수비 상황에서 여러번 흔들렸다. 라이트백 최효진까지 만 34세로 좌우 측면의 기동력과 체력에 문제가 있었다. 전남의 스리백은 상대 측면 공격에 자주 노출됐다. 노 감독은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베테랑 현영민을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해 중앙 지역에 안정감을 높이고, 포백 전환 상황의 수비 숫자 문제도 채웠다.

“팀의 상황이 많이 안 좋았다. 앞선에서 심적으로 힘들리는 모습이 있었는데, 영민이에게 그런 부분에서 컨트롤하고 잡아달라고 주문했다. 그런 것을 잘해줬다” 현영민은 중원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며 전남 선수단이 전술적인 측면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더 안정감을 갖도록 했다.

#이슬찬을 왼쪽으로, 최재현을 전방으로

또 하나 중요한 변화가 측면 구성이다. 라이트백 이슬찬이 레프트백으로 뛰고, 본래 레프트백 자원이던 신인 최재현을 우측면 공격수로 배치했다. 주로 쓰는 발과 반대 자리에 배치된 두 선수는 크로스 패스가 아니라 슈팅을 시도하기 좋은 동선에 자리하면서 골맛을 봤다.

“슬찬이는 오른쪽이 더 낫지만 왼발도 잘쓰는 양발잡이다. 도전적인 선수고, 공격적으로 나가는 선수다. 슈팅에 대해선 선수들 모두에게 상황이 되면 시도하라고 주문한다. 슬찬이는 본인이 그런 준비를 잘했다.”

“재현이는 본래 사이드백 자원인데 동계 훈련 때 보니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더라. 그때부터 공격 쪽으로 기용을 해봤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른데, 재현이가 가진 능력이 팀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공격 포지션으로 준비하라고 얘기했다. 개인적인 플레이보다 팀 플레이를 잘해줬다.”

사이드백 출신인 최재현이 우측면 공격수로 나서면서 화력 뿐 아니라 측면에서 최효진이 공격으로 가담할 때 수비 커버 부분에도 도움이 됐다. 최효진은 중앙 전방 지역으로 치고 올라가 김영욱 최재현 등과 좋은 콤비 플레이를 이루기도 했다. 

노 감독 체제에서 전남은 신인 선수들의 빠른 적응이 돋보인다. 2016시즌에는 신인 허용준과 한찬희가 주전 자리를 꿰찼다. 허용준은 올해 국가대표가 됐고, 한찬희는 U-20 대표팀의 주장이다. 올 시즌에는 최재현이 데뷔전에 5연패를 끊어내는 골을 넣었고, 울산전까지 출전해 2연승에 기여했다. 

노 감독은 “선수들이 노력해서 잘 한 것이다. 나와 생각이나 뜻이 맞기도 하지만, 기회를 줘도 자기가 잘해야 잡을 수 있는 것”이라며 자신의 지도력 덕분은 아니라고 했다. “유스 선수들이 선배들의 경기를 보면서 팀 색깔을 보면서 준비하고, 노력했다.” 전남은 유스 시스템이 자리를 잡은 팀이고, 노 감독은 이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주며 잠재력을 끌어내고 있다.

#자일 상승세, 페체신은 회복세

지난 2경기에서 전남이 상승세를 탄 배경에는 지난시즌 후반기 영입되어 상위 스플릿 진입을 이끈 브라질 공격수 자일의 활약이 있다. 노 감독은 “자일이 시즌 초반에는 100% 컨디션이 아니었다. 훈련 과정에서 환경적으로 좋지 않았고, 부상도 겹쳤다. 팀도 위기였다. 날이 풀리면서 많이 회복했다. 마음적으로도 안정됐다”며 자일이 살아난 이유를 설명했다.

울산과 경기에 헝기라 공격수 페체신은 벤치에서 대기했다. 전술적 이유는 아니었다. “FA컵 경기를 90분 뛰어서 쉬게 했다. 상황이 안좋으면 후반전에 투입하려고 했는데 좋게 흘러가면서 쉬게 됐다.” 페체신은 실제로 인천을 꺾은 경기에서도 좋은 활약을 했다. 시즌 초반 두 경기 연속골도 넣었다. 페체신까지 선발 명단에 가세하면 전남의 전력을 더 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남의 8라운드 상대는 승격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강원FC다. 강원은 수원삼성과 7라운드 홈 경기에서 1-2로 졌지만, 상주상무, 제주유나이티드 등 어려운 팀을 적지에서 꺾었다. 노 감독은 “우리가 두 경기에서 잘했지만 완전한 것은 아니다. 마음적으로 더 강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최윤겸 강원 감독은 “전남이 포백으로 바꾸고 2연승했다. 전남의 포백을 분석하겠다”고 했는데, 노 감독은 “스리백도 버린 것은 아니다. 포백이라는 새로운 옵션이 생긴 것”이라며 강원에 혼란을 줬다. “지난시즌 후반기에 스리백으로 좋은 결과를 냈다. 지금은 부상자원이 있어서 밀고 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금 잘되고 있는 것을 격려해야 하지만 상황에 따라 포메이션 변화를 줄 수 있다. 다양하게 준비할 것이다.”

2연승을 통해 전술 변화가 적중한 노 감독은 한층 자신 있게 다음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신중하지만 당당했다. 현역 시절 화끈한 캐논슛으로 인기를 끌었던 노 감독은 지도자로도 과감한 한방으로 세 시즌 연속 위기 탈출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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