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황선홍 FC서울 감독과 FC서울이 조금 달라졌다.

 

황 감독은 지난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인천유나이티드 경기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두 마디를 반복했다.

 

“버텨야 한다”, “견뎌야 한다”

 

이 말은 기존 황 감독 이야기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황 감독은 시즌 개막 기자회견에서도 “정말 좋은 축구를 하고 싶다”라고 했다. 지난 시즌 중반에 부임한 황 감독은 올 시즌부터 자신이 가진 색깔을 조금씩 더 팀에 보탰다. 수비라인을 3백에서 4백으로 바꿨고, 수비에서부터 빌드업을 해 측면에서 상대를 허물려고 했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서울은 사상 최초로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조별리그 시작 이후 3연패를 당했다. 리그에서도 1패밖에 하지 않았지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광주FC와 경기에서는 오심 덕에 승리하기도 했다. 수비는 계속 흔들렸다. 결국 황 감독은 3백을 다시 꺼냈다.

 

이날은 달랐다. 서울은 모양새보다 실리를 택했다. “격렬한 경기가 될 것이다”라며 “아무래도 축구는 몸으로 하는 경기다. 선수들이 버텨야 한다”라던 황 감독 말처럼 경기가 흘렀다. 곽태휘와 황현수 그리고 정인환을 3백으로 기용한 서울은 인천을 강하게 몰아 붙였다. 위기도 있었지만 실점하지 않으며 버텼다. 결국 서울은 3-0으로 이겼다.

#”빌드업 아닌 수비만 생각했다”

이 변화를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선수가 정인환이다. 그는 빌드업이 약해 기회를 잡지 못했던 선수다. 정인환은 최근 3백 한 자리를 맡았다. 지난 시즌에는 7경기를 뛰는 데 그쳤지만, 올 시즌 벌써 리그 3경기를 뛰었다. 황 감독은 “훈련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을 뛰게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정인환은 인천 경기에서도 가장 잘하는 걸 했다. 달리와 문선민 그리고 김용환을 거칠게 다뤘다. 전통적인 스토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수비했다. 정교한 패스나 정확한 롱패스는 많지 않았지만, 말 그대로 골대를 지켰다. 서울은 잔 실수가 많아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날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인천 결정력이 떨어진 면도 있다.

 

“감독님이 수비적인 면을 더 보여주라고 했다. 축구 예쁘게 하지 말고 거친 모습을 보여주라고 했다.”

 

경기 끝나고 만난 정인환은 직접 느낀 변화를 언급했다. 그는 “사실 내가 빌드업이 많이 약하다. 지금까지 축구하면서 빌드업을 예쁘게 한 적이 없다. 서울에 온 후에 빌드업에 신경 썼는데, 그러다 보니 수비력을 못 보여줬던 것 같다. 이제 수비에만 집중하고 있다. 일단 골을 내주지 않고 이긴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황 감독이 바라는 축구를 하려면 수비에서도 좋은 패스가 나와야 한다. 시즌 초반 황 감독은 이 부분에 집중했기 때문에 수비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황 감독이 일단 수비와 빌드업을 현실적인 상황에 맞추면서 서울이 승점을 쌓기 시작했다. 승점은 가장 좋은 약이다. 이기지 못하면 변화도 흐름도 잡지 못한다.

 

황 감독은 이런 마음으로 중국 상하이 원정을 떠난다. 서울은 26일 상하이상강과 ACL 조별리그 5차전을 치른다. 조 3위 서울(승점 3점)은 무조건 이겨야 16강 가능성을 남길 수 있다. 비기거나 지면 무조건 조별리그 탈락이다. 상하이에서도 “견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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