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제주유나이티드가 22일 대구FC에 4골을 몰아쳐 다시 선두에 올랐다.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공격력이 좋은 팀 중 하나지만 확실한 골잡이는 없다. 대신 2골씩 나눠 넣고 있는 공격수 3명의 각자 다른 개성이 돋보였다.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7라운드를 치른 제주는 대구를 4-2로 대파했다. 상대팀 대구가 핵심 공격수 세징야, 주장이자 주전 수비수인 박태홍을 모두 잃은 상황에서 제주의 공격이 더 날카로웠다. 점유율은 52% 대 48%로 팽팽했고, 슈팅 횟수에도 큰 차이가 없었지만 유효슈팅은 7 대 2로 제주가 크게 앞섰다.

초반에 공격이 잘 풀리지 않던 제주는 전반 39분 마르셀로와 멘디의 멋진 콤비 플레이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배재우의 스로인을 멘디가 머리로 떨어뜨린 뒤 착지하자마자 수비수들의 배후로 달려 나갔다. 마르셀로가 적절한 로빙 스루 패스를 제공했고, 멘디가 조현우 골키퍼를 피해 슬쩍 찍어 찬 슛은 통통 튕기며 골문으로 향했다.

대구가 레오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추격하자, 제주는 후반전 교체 투입된 마그노의 어시스트를 받은 멘디의 두 번째 골로 앞서 나갔다. 후반 22분에는 마그노가 문전으로 내준 공을 수비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자 마르셀로가 절묘한 퍼스트 터치로 타이밍을 한 번 죽인 뒤 재치 있게 밀어 넣었다. 대구가 레오의 프리킥으로 또 추격했고, 후반 44분 마르셀로의 어시스트를 마그노가 마무리하며 제주가 승리를 굳혔다.

제주의 외국인 공격수 세 명이 돌아가며 공격을 주도했다. 멘디가 2골 1도움, 마르셀로가 1골 2도움, 마그노가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어시스트가 집계되지 않은 마르셀로의 골도 마그노의 결정적인 패스에서 비롯됐다.

마지막 득점 장면에서 세 외국인 공격수의 각기 다른 장점이 드러났다. 장신 공격수 멘디가 골킥 잘 받아내며 공이 단번에 전방으로 이동했다. 공을 빼앗은 대구 수비가 잠깐 멈칫거리는 사이 마르셀로가 달려들어 다시 탈취했고, 측면으로 파고들어 땅볼 크로스를 날렸다. 마그노가 구석으로 잘 밀어 넣어 머무리했다.

공격의 중심이면서도 팀 공격과 불협화음을 내는 날이 잦았던 멘디는 이날 제주 소속으로 K리그 1, 2호골을 넣으며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멘디의 두 골 모두 발로 넣은 득점이었다. 장신이지만 발로 하는 플레이가 좋은 멘디의 장점이 발휘됐다. 동시에 동료들의 롱 패스를 헤딩으로 잘 떨어뜨리며 포스트 플레이 능력도 보여줬다.

마르셀로는 전반에 선발 투톱으로 뛰다가 후반전에 마그노가 들어온 뒤 2선으로 이동했다. 조성환 감독은 지난해 최전방에서 뛰던 마르셀로에게 미드필더 역할까지 주문한다. 생각만큼 잘 작동하지 않는 경기가 많지만, 이날은 마르셀로가 2선에서 좋은 연계 플레이와 공격 지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발재간이 뛰어나지만 동료들과 호흡이 미진했던 마그노 역시 대구전에서 한결 나은 침투 타이밍을 보여줬다.

제주 공격을 이끄는 세 외국인 공격수는 대구전을 통해 나란히 리그 2골씩 기록했다. 제주는 7경기 12득점으로 공격력이 좋은 편이지만 3골 이상 넣은 선수가 없다.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출장 시간을 나눠 가졌고, 조 감독은 특정 공격수에게 골이 몰리는 것보다 다양한 공격 루트가 있는 쪽을 선호한다.

제주는 최전방의 다양한 공격 루트가 모두 날카롭다는 걸 확인한 뒤 기분 좋게 중국 원정길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제주의 다음 경기는 25일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H조 5차전 장쑤쑤닝 원정이다. 1승 1무 2패로 조 3위에 머물러 있는 제주는 남은 2경기를 모두 승리해야 한다. 이미 4승을 거둔 장쑤가 제주를 상대로 힘을 뺄 것이 예상되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대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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