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6/2017 시즌의 EPL은 더욱 그렇다. 절대강자를 찾기 힘들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리버풀의 공격력은 강하지만 ‘플랜 A’가 막혔을 때 변주를 줄 수 있는 골잡이가 없다. 리버풀이 포기한 골잡이 크리스티안 벤테케는 첫 안필드 복귀 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리버풀이 처한 문제를 더 부각시켰다.

24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안필드에서 ‘2016/2017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34라운드를 치른 크리스털팰리스가 리버풀에 2-1 승리를 거뒀다. 최근 상승세로 빠르게 강등권을 탈출 중인 팰리스는 아스널을 꺾고 레스터시티와 비긴데 이어 리버풀까지 잡아냈다.

리버풀이 주도권은 잡았지만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지 못하는 전형적인 양상이 벌어진 경기였다. 팰리스는 리버풀에서 임대한 센터백 마마두 사코가 원소속팀과의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여전히 탄탄한 수비를 보여줬다. 포백 앞을 미드필더 다섯 명이 최대한 공간을 없애고 잘 보호하면서, 좌우 미드필더인 안드로스 타운젠드와 윌프레드 자하가 빠르게 공수를 오갔다. 최전방에서 벤테케가 역습을 이끌었다.

전반 24분 필리페 쿠티뉴의 프리킥 골로 리버풀이 앞서갔지만 팰리스가 역전했다. 전반 42분, 역습이 아니라 차근차근 빌드업한 골로 팰리스가 득점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사이드 체인지를 한 뒤 조엘 워드의 스루 패스, 요앙 카바예의 땅볼 크로스, 벤테케의 마무리 슛까지 모두 원터치 플레이로 순식간에 이뤄졌다. 팰리스의 왼쪽 공격에 대비해 쏠려 있던 리버풀 수비는 팰리스의 공격 속도에 대응하지 못했다.

후반 29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리버풀 수비가 집중력 문제를 드러냈다. 타운젠드의 코너킥이 리버풀 선수들 옆을 지나쳐 문전까지 그대로 흘러들어갔다. 가장 먼저 반응한 벤테케가 노마크 상태에서 득점했다. 벤테케는 두 골 모두 거창한 세리머니를 하지 않고 지난 시즌 몸 담았던 리버풀 팬들을 존중했지만 표정엔 자부심이 차 있었다.

리버풀은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클롭 감독 특유의 ‘헤비메탈 축구’가 어려워지고 있다. 상대가 수비를 뒤로 물리고 미드필더들까지 후퇴시켜 이중 방어망을 치면, 리버풀이 속공할 수 있는 공간은 아예 없어진다. 과거 EPL은 무턱대고 속공 싸움을 하는 리그라는 인상이 강했지만 최근 레스터시티의 역습축구가 성공을 거두며 실리적인 경기를 하는 팀이 늘어나고 있다. 팰리스의 이날 경기 운영이 대표적이었다. 리버풀의 에이스인 쿠티뉴에겐 드리블을 할 공간이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

이런 경기에서 ‘플랜 A’가 막힌 리버풀은 경기를 풀어줄 대체 공격수가 필요했다. 그러나 대니 잉스, 사디오 마네, 아담 랄라나가 이탈한 상태다. 일주일 전 부상에서 복귀한 다니엘 스터리지는 다시 부상을 당하며 명단에서 또 빠졌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벤치에 2000년생 공격수 리안 브루스터를 앉혔지만, 실전에 투입하기엔 너무 일렀다. 공격을 강화해야 하는 후반전에 수비수 셋을 빼고 트렌트 아놀드, 알베르토 모레노, 마르코 그루이치를 차례로 넣어 봤지만 어느 선수도 공격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반면 벤테케는 팰리스의 주전 원톱으로서 훌륭하게 부화하고 있다. 이번 시즌 14골을 넣었고, 특히 4월에만 5골을 몰아쳤다. 이번 시즌 리버풀에서 벤테케보다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없다. 13골로 팀내 최다득점자인 사디오 마네는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마쳐야 했다. 호베르투 피르미누(11골), 필리페 쿠티뉴(9골), 아담 랄라나(7골) 등 여러 선수의 ‘집단 득점’ 체제로 최다득점을 기록 중이지만 확실한 골잡이가 없다는 점은 득점력의 기복 문제로 이어진다.

리버풀은 여전히 3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상위권 경쟁팀들보다 2경기나 더 치렀다는 것이 문제다. 4위 맨체스터시티와 승점차가 2점, 5위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승점차가 3점에 불과하다. 맨유가 덜 치른 두 경기에서 승점 4점만 따면 리버풀은 5위까지 밀릴 수 있다.

리버풀의 남은 경기 일정은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왓퍼드(10위), 사우샘프턴(9위), 웨스트햄(14위), 미들즈브러(19위)를 상대한다. 그러나 팰리스전에서 본 것처럼 상대 수비가 완강하게 저항하면 공격 리듬을 잃는다는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남은 4경기뿐 아니라 다음 시즌 더 발전하기 위해선 클롭 감독의 축구가 업그레이드돼야 하고, 공격진에 더 많은 카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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