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 1위.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로 대표되는 초호화 군단의 리그. 가장 화려한 축구를 구사하는 리그. 스페인 라리가는 현대 축구의 발전상을 따라는 과정에 결코 놓쳐선 안 될 무대다. ‘Football1st’는 세계 축구의 1번가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인 축구 소식을 보다 깊이 들여다보고자 한다. 한준 기자가 빠르고 특별하게 준비한다. <편집자 주> 

결정적인 골은 리오넬 메시가 넣었지만, FC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가 산티아고베르나베우에서 거둔 승리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신뢰하던 선수들의 전술적 활약이 돋보였다.

바르사는 한국시간으로 24일 새벽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베르나베우 경기장에서 열린 ‘2016/2017 스페인 라리가’ 33라운드 경기에서 레알마드리드에 3-2 승리를 거뒀다. 네이마르가 징계로 뛸 수 없어 열세가 예상됐던 바르사는 미드필더 이반 라키티치가 결정적인 1득점 1도움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리드를 잡은 쪽은 레알이었다. 전반 28분 마르셀루의 크로스 패스에 이은 세르히오 라모수의 문전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온 것을 카제미루가 밀어 넣었다. 바르사는 선제골 실점 5분 만에 동점골을 넣어 기세를 회복할 수 있었다.

전반 33분 나온 바르사의 동점골은 문전에서 나온 메시의 마법 같은 드리블과 슈팅이 빛났다. 그러나 메시가 볼을 이어 받는 과정에는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송곳 같은 스루 패스와, 이를 문전 우측에서 받아 배후에서 들어오던 메시를 향해 정확하게 배달한 라키티치의 패스가 있었다.

라키티치는 후반 28분에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직접 레알의 골망을 시원하게 가르기도 했다. 라키티치의 공헌은 이 두 득점 장면 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레알의 가장 강력한 공격 무기인 레프트백 마르셀루의 오버래핑을 차단하는 1차 저지선 역할을 했다.

바르사는 이날 4-3-1-2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알바-움티티-피케-세르지가 포백 라인을 구성하고, 이니에스타-부스케츠-라키티치가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됐다. 파코 알카세르가 루이스 수아레스와 투톱을 이루고, 메시가 그 뒤에 2선 공격수로 배치됐다.

#마르셀루 막고, 메시 돕고, 골도 넣은 라키티치

라키티치는 가장 바쁜 선수였다. 부스케츠가 본래 역할인 빌드업에 집중하고, 이니에스타는 중원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 알바가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측면에서 높이 올라 갔는데, 라이트백 세르지는 그 보다 안정적으로 배후 공간을 지켰다.

공격 상황에서는 라키티치가 우측면 공격을 담당했고, 다시 수비로 전환할 때는 마르셀루를 막아섰다. 수비 상황에서 세르지 앞을 단단하게 커버하며 두 명의 풀백이 배치된 것 같은 안정감을 보였다. 라키티치는 중원 플레이에도 적절히 관여했다. 중앙으로 좁혀 들어오며 득점 상황의 슈팅 기회가 찾아오기도 했다.

엔리케 감독이 바르사에서 보낸 3시즌은 MSN 트리오의 구성과 활약으로 압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활약이 가능했던 배경에 라키티치의 배후 헌신이 있었다. 전방 수비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MSN 트리오의 뒤에서 부지런히 뛰면서 1차 수비 저지선 역할과 공격 지원군으로 뛰었다.

라키티치는 세비야의 공격 에이스였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프리킥과 코너킥을 전담하고, 직접 문전까지 치고 들어가 슈팅을 뿌리며 득점과 도움을 주도하던 선수다. 바르사에선 세비야 시절보다 조연에 가까운 역할을 했지만, 없어선 안될 살림꾼으로 기능했다. 이번 엘클라시코에선 네이마르가 빠진 가운데 공격적으로 더 많은 역할을 했고, 수비적으로도 여전한 활약을 했다.

#추가시간의 사나이, 세르지 로베르토

엔리케 감독 부임 후 1군 팀에 자리 잡은 세르지 로베르토는 마지막 순간 빛났다. 마르셀루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방어하기 위해 공격 보다 수비에 집중한 라이트백으로 뛰었다. 세르지는 레알이 후반 32분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의 부상 퇴장 이하 발생한 공백을 공략했다.

세르지는 후반 추가 시간에 깜짝 돌파 시도로 배후를 허물었다. 마르셀루가 열심히 뒤쫓았으나 세르지의 추진력을 따라잡지 못했다. 메시의 결승골은 안드레 고메스와 알바의 패스를 거쳐 나왔으나, 기점은 세르지의 과감한 돌파였다. 

바르사 유스 출신으로, 본래 중앙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이었던 세르지는 지난 2015/2016시즌 엔리케 감독이 다니 아우베스의 부상 상황에 라이트백으로 기용한 이후 이 자리에서 전성시대를 맞았다. 라이트백으로 스페인 대표까지 뽑혔다. 엔리케 감독은 라이트백 포지션 외에 중앙 미드필더, 우측면 공격수 등 세르지를 다양하게 활용해왔다.

올 시즌 전반기에 다소 부진했던 세르지는, 후반기에 엔리케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PSG과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당시 후반 추가 시간에 6-1 승리의 마침표를 찍는 골을 넣었다. 이번 엘클라시코에서도 후반 추가 시간 종료 직전에 예측불허의 플레이로 3-2 승리의 마침표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수적 열세 상황에서 지네딘 지단 감독의 용병술, 레알 선수들의 투쟁심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기어코 레알 원정에서 바르사에 승리를 안긴 엔리케 감독의 계획, 그리고 메시의 두 골을 뒷받침한 라키티치와 세르지의 헌신이 가장 돋보였다. 바르사는 이날 승리로 레알과 승점 75점 동률이 됐다. 레알이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황이지만, 2016/2017시즌 라리가 우승 경쟁은 혼돈으로 빠져들었다.

글=한준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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