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1부 리그를 ‘4대 빅리그’라고 부른다. 2018년부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4팀이 직행하는 4개 리그 중 이탈리아 세리에A만 국내 중계가 없다. 매력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주목도는 떨어진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이번 시즌 이탈리아세리에A는 리그 역사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공격수들이 득점 경쟁을 벌이는 시기다. 20골을 넘긴 선수가 이미 6명이나 되고, 30골을 넘긴 득점왕이 나올 확률도 충분하다. 공격수들에게 불리한 리그라는 통념과 달리 이번 시즌 세리에A는 골이 많다.

중하위권에서 비교적 부족한 지원을 받으면서도 꾸준히 골을 넣는 공격수들이 있다. 아탈란타의 파푸 고메스는 어린 동료들을 이끄는 핵심 선수지만 이적설이 적어 이탈리아 밖에서는 그리 주목하지 않는 편이다. 삼프도리아의 유망주 파트리크 쉬크는 부족한 출장 시간에도 불구하고 10골을 넘기며 유럽 전역의 영입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마르코 보리엘로는 35세 나이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크로토네에서 고군분투 중인 디에고 팔치넬리까지 10~19골을 넣은 공격수 중 주목받지 못한 주요 선수를 정리했다.

 

알레한드로 ‘파푸’ 고메스(아탈란타) : 14골 8도움

아탈란타의 돌풍 속에서 가장 주목받은 건 수비수 마티아 칼다라, 미드필더 로베르토 갈리아르디니(현 인테르밀란), 프랑크 케시에, 공격수 안드레아 페타냐 등 어린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팀내 영향력과 경기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는 주장 파푸 고메스다.

고메스는 특급 스타로 발돋움할 기회를 한 번 놓쳤다. 아르헨티나의 2007년 U-20 월드컵 우승 멤버 중 하나였던 고메스는 한때 특급 유망주였다. 세리에A 카타니아에서 주전 윙어로 좋은 활약을 하던 2013년, 고메스는 메탈리스트하르키우 이적을 결정했다. 빅 클럽 진출을 노리기보다 동유럽의 성장 중인 클럽에 합류해 연봉도 높이고 UEFA 챔피언스리그(UCL)도 나가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시기가 나빴다. 메탈리스트는 앞선 승부조작에 대한 징계로 UCL에서 퇴출됐고, 이듬해 여름에는 정세 불안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뛰는 선수들의 이탈이 이어졌다. 고메스는 피오렌티나 등 강팀으로 가고 싶었지만 2014년 여름 이적시장이 끝나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아탈란타로 합류한 것이 최선이었다.

고메스의 이번 시즌은 지난 두 시즌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165cm에 불과한 작은 체구지만 상대가 몸싸움을 걸기 전에 먼저 빠져나가는 스피드, 조금이라도 틈을 주면 골대 구석으로 꽂아넣는 오른발 슛이 매력적이다. 아탈란타의 전체적인 전력이 향상되자 동료를 잘 활용하는 고메스에게 한층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고메스가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이 열렸고, 어시스트를 받아 줄 동료도 늘어났다. “아탈란타의 어린 선수들을 이끄는 좋은 본보기”라며 리더십 역시 호평 받는다.

이미 29세인 고메스는 적은 나이가 아닌 만큼 팀 동료들에 비해 이적설은 적다. AC밀란, AS로마 정도가 고메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파트리크 쉬크(삼프도리아) : 10골 1도움

쉬크는 이번 시즌 세리에A 최고 ‘슈퍼 서브’다. 10골 이상 득점한 선수 중 교체 출장한 횟수가 선발 출장보다 많은 건 쉬크뿐이다. 총 27경기 가운데 18경기에 교체로 투입됐다. 교체로 투입돼 넣은 골이 6골이었다. 아직 21세에 불과해 성장 가능성도 높다.

체코 대표인 쉬크는 동유럽 선수다운 187cm의 탄탄한 체격, 여기에 드리블 돌파도 할 줄 아는 왼발잡이라는 점에서 희소성 있는 선수다. 최전방에만 머무르지 않고 측면에도 자주 출몰하며 상대 풀백과 드리블 대결을 벌인다. 골을 넣기 전 동선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예측하기 까다롭다. 발재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예술적인 골이 많다. 코파이탈리아에서 칼리아리 수비진을 상대로 쉬크의 오른쪽 돌파와 삼각패스를 벌이며 매끄럽게 골을 만들어낸 건 쉬크의 전방위적인 능력을 잘 보여준 명장면이었다. 23일(한국시간) 크로토네를 상대로 넣은 선제골은 퍼스트 터치만으로 수비수들 뒤로 파고드는 테크닉이 돋보였다.

체코에서 쉬크는 최고 기대주다. 자국 명문 스파르타프라하에서 제대로 자리잡기 전 삼프도리아로 이적했고, 이번 시즌 생애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다. 빅리그 진출과 함께 체코 A대표로승격해 A매치 데뷔골도 터뜨렸다. 지난 3월 ‘2016 체코 최고 유망주’로 선정됐다.

쉬크는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 전역의 관심을 받는 공격수다. 이탈리아의 인테르밀란, 잉글랜드의 아스널과 토트넘홋스퍼가 관심을 가진 팀으로 거론된다. 쉬크의 이적료는 최소 2,500만 유로(약 307억 원)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시즌이 끝나기 전 더 많은 골을 넣는다면 몸값이 더 오를 수 있다. 장신, 왼발, 돌파와 연계 플레이, 침착한 마무리 등을 동시에 보여주는 어린 공격수는 어느 감독에게나 매력적이다.

 

마르코 보리엘로(칼리아리) : 16골

한때 밀란, 로마, 유벤투스 등 명문팀만 골라 뛰던 보리엘로는 2013년부터 경력이 크게 꺾인 뒤 빅클럽 수준과는 이미 멀어진듯 보였다. 세 시즌 동안 넣은 정규리그 골이 9골에 불과했다.

지난해 여름 제노아가 보리엘로를 포기했고, 승격팀 칼리아리가 이적료 없이 영입했다. 보리엘로를 공격의 중심으로 활용하기 시작하자 엄청난 효과가 났다. 보리엘로는 직접 프리킥으로 2골을 넣으며 왼발 킥의 위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헤딩으로 5골을 넣는 등 득점 루트가 다양하다. 16골로 득점 7위에 올라있는 가운데, 페널티킥 득점은 하나뿐이다. 최전방에서 어떤 패스를 받더라도 터닝슛, 발리슛, 짧은 드리블 후 중거리슛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슛까지 연결해낸다.

35세 보리엘로가 드디어 완벽한 팀을 찾은 것처럼 보이지만, 역마살을 타고난 그는 소속팀에 머무를 생각이 없다. 프로 데뷔 후 14번째 팀인 칼리아리를 곧 떠나 여름 이적시장에서 새 팀을 찾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시즌 보여준 활약을 바탕으로 미국프로축구(MLS) 구단에 입단해 거액의 연봉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디에고 팔치넬리(크로토네) : 12골 3도움

이탈리아 유망주 공격수를 잘 키우는 사수올로가 다음 시즌 핵심 전력으로 활용할 만한 골잡이다. 사수올로 소속으로 5차례 임대를 다닌 팔치넬리는 대부분 세리에B 등 하부리그에서 뛰었다. 크로토네로 임대된 이번 시즌 처음으로 세리에A에서 주전을 확보했다. 꾸준히 출장한 결과 10골 넘는 득점을 올리며 어엿한 세리에A 수준 공격수의 득점력을 증명했다.

공을 잡고 오래 플레이하지 않는 팔치넬리는 대부분의 골을 원터치 플레이로 득점하는 ‘득점 전문’ 공격수다. 문전으로 끈질기게 침투해 동료의 패스나 크로스, 상대 골키퍼가 제대로 쳐내지 못한 공을 왼발로 마무리한다.

크로토네는 일찌감치 결정된 듯 보였던 강등권 3인방 중 한 팀이었다. 페스카라와 팔레르모가 여전히 희망 없는 시즌을 보내는 반면, 크로토네는 최근 4경기에서 3승 1무로 깜짝 상승세를 타며 극적인 잔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그중 승리한 3경기에서 팔치넬리가 4골 1도움을 올리며 팀을 이끌었다. 특히 인테르밀란을 2-1로 꺾을 때 팔치넬리가 두 골을 모두 기록한 것이 하이라이트였다.

팔치넬리는 토리노의 영입 목표로 알려져 있다. 토리노는 다음 시즌에도 안드레아 벨로티를 지킬 생각이다. 타겟맨인 벨로티의 파트너로 빠른 팔치넬리를 붙여주겠다는 것이 토리노의 구상이다. 최근 나폴리 이적설도 제기됐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파트리크 쉬크 인스타그램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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