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서귀포] 김정용 기자= 제주유나이티드의 공격수 프레데릭 멘디는 K리그로 오기까지 다양한 장소, 다양한 대회에서 뛰었다. 멘디의 축구 이야기에는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과의 대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후원하는 팀에서 뛴 기억, 한라산 등반이 동시에 등장한다.

프랑스 태생인 멘디는 싱가포르 강호 홈유나이티드에서 공격수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뒤 포르투갈로 진출했다. 2014/2015시즌에는 세군다리가(포르투갈 2부)에서 20골을 넣어 득점 3위에 올랐다. 지난해 울산현대에 입단하자마다 첫 경기에서 득점하며 화제를 모았고 올해는 제주로 이적했다.

194cm 장신에 귀여움을 장착한 인터뷰는 멘디가 제주에서 K리그 첫 골을 넣기 전 서귀포에 위치한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됐다. 지난 22일 이번 시즌 1, 2호골을 넣은 멘디는 장쑤쑤닝을 상대로 25일 열리는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 제주에서 시즌 초반을 보내는 중이다.

매일매일, 매 경기 나아지고 있다. 여전히 제주에 적응하는 중이다. 전체적으로 좋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

 

- 작년에 뛴 울산과 제주의 스타일 차이는?

작년 울산이 수비적이었고, 올해 제주는 유럽 축구에 가깝다. 더 전술적이고, 상대팀에 따라 다른 전술을 사용한다. 작년 울산에서는 한국에 오자마자 2, 3일 만에 첫 경기를 뛰느라 적응할 시간이 없었다. 제주에서는 잘 적응하고 시즌을 시작하고 있다.

 

- 그러나 울산에선 첫 경기에서 골을 넣었고, 제주에서는 초반 득점력이 오히려 더 낮은데.

말했다시피 제주의 스타일에 적응하는 중이다. 일단 골을 넣기 시작하면 자신감이 붙는다. 내 경력을 본다면, 매해 초반 5, 6경기에서 골을 잘 넣지 못하는 걸 볼 수 있을 거다. 일단 궤도에 오르면 골이 들어가는 스타일이다. 20골씩 넣은 시즌에도 그랬다. 지금은 팀 스타일에 적응하느라 그런 것도 있다. 시간이 필요하다.

 

- 제주에서는 붙박이 주전이 아니다. 마르셀로, 마그노와 경쟁해야 한다.

맞다. 물론이다. 그러나 감독이 날 투입할 수밖에 없도록 100%를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고, 벤치에 있을 때도 팀 승리를 위해 뛸 준비가 되어 있다. 알다시피 난 스트라이커고 아직 그렇게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진 않다. 그러나 팀은 1위에 오르며 좋은 시즌을 시작했고, 그게 나라는 개인보다 중요하다. 물론 골을 팍팍 넣는다면 더 좋겠지만 제주가 먼저지.

 

- K리그에서 가장 젊고 역동적인 팀에 와서 받은 첫인상은?

젊고 훌륭한 선수가 많았다. 처음 느낀 건 큰 에너지였다. 5, 6명 정도는 5년 정도 지나면 K리그 최고가 될 거라고 보인다. (안)현범, (이)창민, (이)찬동, 그리고 또 누가 어리더라. 김현욱. 모든 선수를 다 말해줄 순 없지만 그 외에도 젊은 선수들로 차 있고 발전 가능성이 높다. 팀에 맞추려 노력하는 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다. 훈련장 밖에서도 좋은 친구들이다.

 

- 싱가포르에서 단 2년 뛰면서 모두 20골을 넘겼고, 득점왕을 한 번 차지했다. 아까 말한 대로 5, 6경기 이후 득점을 시작한다면 올해 K리그에서도 득점왕을 차지할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다고 믿는다. 나를 믿지 않는다면 어떻게 목표를 세우고 달성할 수 있겠나? 득점왕은 머릿속 한 곳에 있는 목표고, 달성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늘 도전할 것이다.

- 리그에서 가장 키가 큰 선수 중 한 명이기도 한데, 이제까지 부딪쳐 본 수비수 중 누가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웠나? 호주에서 온 장신 수비수도 많은데.

모든 선수를 다 이길 순 없다. 공중볼은 기본적으로 타이밍의 싸움이고, 나는 언제나 슛을 하거나 최소한 공을 따내려고 싸운다. 키가 크니까 조금 쉬운 건 사실이다. 울산에서 내 동료였던... (정승현?) 맞다. 승현이 가장 까다롭다. 함께 훈련을 많이 했기 때문에 날 잘 알고 있다. 내게 바짝 붙어 있다가, 점프하기 전에 먼저 누르려고 한다. 그런데 여기 오기 전에 내 스타일은 헤딩 위주가 아니었다. 난 머리를 많이 쓰는 선수가 아니었다.

 

- 아, 그런가?

그렇다. 포르투갈에서 머리로 한 플레이는 별로 없었다. 대부분 발을 썼지. 내가 우니앙다마데이라에서 시즌 20골을 넣었을 때, 머리로 넣은 건 그중 2골뿐이었다. 다만 공격수는 모든 득점 방식에 대해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네이션스컵 이야기를 듣고 싶다.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 같은데. 기니비사우 사상 첫 본선 진출 아닌가?

내게 아주 중요한 경험이었다. 아시다시피 아프리카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고, 내 조국도 마찬가지다. 네이션스컵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돌려주는 과정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니비사우가 어디 있는 나라인지조차 모른다. 아프리카 최고 선수들 사이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고, 국민들의 기쁨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대회였다.

 

- 예선 통과에 중요한 경기였던 잠비아전에서 골을 넣기도 했다.

맞다. 기니비사우 대표로 뽑힌 뒤 치른 첫 경기였다. 내 경력, 인생 전체를 통틀어 가장 행복한 경기, 가장 행복한 골 중 하나다. 그리고 본선에 진출했는데 첫 경기가 개최국 가봉을 상대하는 개막전이었다. 가봉엔 오바메양, 유벤투스에서 뛰는 마리오 레미나가 있다. 우린 무승부를 따냈고, 기니비사우 사람들은 미칠 듯이 기뻐하며 파티를 벌였다.

 

- 대단한 선수들을 상대했는데.

오바메양, 아주 빠르지. 빠르고 대단한 선수다. 얼마 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봤는데 모나코를 상대로 뛰고 있더라. 이젠 말할 수 있다. 아, 나 쟤 상대로 뛰어 봤는데 비겼어! 농담거리도 하나 생겼고 아주 좋은 기억이다.

 

- 이제 기니비사우 사람들은 당신이 누군지 다 알겠네?

대회가 끝나고 기니비사우를 방문했는데 사람들이 몰려들어 사진을 찍자고 하더라. 정말 기쁜 날이었다.

 

- 팀 우승 말고, 개인적인 시즌 목표가 있다면?

그런 건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데. 제주의 트로피가 내 목표다. (진지하게 말하다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아, 쫌. 득점왕을 하고 싶어요! 혼자 잘할 거예요! 이런 이기적인 소리를 할 순 없는 것 아닌가. 그런 것보다 우승이 중요하다.

 

- 많은 나라를 거쳤는데 한국 사람들의 특징은 뭐라고 생각하나?

음. 일을 엄청 열심히 한다는 거? 싱가포르에 있을 때부터 한국 사람들이 열심히 일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싱가포르에 있을 때 우리 팀 감독(이임생 당시 홈유나이티드 감독)을 비롯해 한국인들과 일했는데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일할 때 아주 진지하고 엄격한 표정이다. 일이 끝나면 농담을 잘 하지만.

 

- 이제까지 배운 한국어 있나?

(박수 치며) 가자가자가자! 괜찮아괜찮아괜찮아! 파이팅없어! 이런 것들. 훈련장에서 동기부여를 위해 하는 말이라는 것 안다. (누가 그런 말을 많이 하나? 감독?) 아니. 선수들이 한다. 권순형이 많이 한다.

 

- 이젠 당신이 먼저 그런 한국어를 쓸 수도 있겠다.

물론. 포기하지 않자는 메시지를 서로 주고받는 건 중요하다.

 

- 팀에서 제일 웃긴 선수는?

있다. 권용현, 백동규.

 

- 팀에서 제일 에너지 넘치고 정신 나간 선수는?

테베스. (통역에 따르면 등번호와 체격이 비슷한 권용현의 별명이다) 나쁜 뜻으로 맛이 갔다는 건 아니고, 테베스는 언제나 행복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 제일 잘 생긴 선수는?

(머뭇거리다 아무도 없냐고 묻자) 그래, 없다! 음. 신경 많이 쓰는 선수는 한 명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현범! 훈련 끝나면 크림으로 얼굴을 아주 범벅을 해 놓는다. 뭘 그렇게 바르냐고 물어봐도 듣지 않는다. 시간도 엄청 오래 걸리고.

우니앙다마데이라 시절 멘디. 셔츠 스폰서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박물관인 'CR7 뮤지엄'이다.

- 제주는 섬에 있는 팀이다. 섬에서 뛴다는 건 어떤 느낌인가?

전에도 섬에서 뛰어 봤다. 우니앙다마데이라가 마데이라 섬에 있는 팀 아닌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고향. 우리 팀 스폰서가 뭐였는지 아나? CR7이었다! 호날두의 어머니와 형이 매 경기 관전하러 왔다. 마데이라 섬에는 팀이 세 개 있는데 호날두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팀은 내가 뛴 우니앙이었다.

 

- 입단 전에 제주도에 온 적 있다고 들었다. 홈유나이티드 소속일 때 와서 제주와 연습경기까지 했고, 기억하는 선수도 있다고?

아, 물론이다. 5년 전으로 기억하는데 홈유나이티드의 프리시즌 훈련을 여기로 왔다. 감독이 한국인이었으니까. 지금 홈 구장에서 연습경기를 가졌다. 지금 우리 팀 주장(오반석)과 경기에서 많이 부딪쳤던 걸 기억한다. 여기로 이적하고 나서 그때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기억해냈다. 5년 전에 제주는 아주 큰 구단처럼 느껴졌다. 아시다시피 싱가포르보다 한국 리그가 훨씬 강하니까. 이 팀으로 이적한 뒤 묘한 기분이었다.

그때 몇몇 유명한 장소도 방문했는데 저기 저 높은 산도 올랐다. 싱가포르는 아주 더운 나라 아닌가. 몇 명은 그때 난생 처음으로 눈을 봤다고 하더라. 아주 사진을 찍고 신났었다. 그때 정상까지 올라갔다. (그럼 정상에 있는 연못을 기억할 텐데) 음, 모르겠는데. 5년이나 지나서. 기억나는 건 올라가고 또 올라가고 또 올라갔다는 것뿐이다. 다시 올라가보고 싶다.

 

- 한국 사람들은 그럴 때 다시 만날 인연이라고 말한다.

그렇지. 5년 전에 ‘너 이 팀에서 뛸 거야’라고 누가 말해줬다면 믿지 않았을 거다. 재미있지.

사진= 풋볼리스트, 우니앙다마데이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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