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평창] 한준 기자= 이스턴SC에 5-0 대승을 거뒀던 전술 변화가 강원FC와 원정 경기에도 적중했다. 25일 가와사키프론탈레와 AFC챔피언스리그(ACL) G조 5차전 경기를 앞둔 수원은 22일 강원과 ‘KEB하나은행 K리그클래식 2017’ 7라운드 경기에 스트라이커 조나탄을 아예 원정 명단에서 제외했고, 부상에서 회복한 미드필더 김민우, 주전 센터백 구자룡을 벤치에 대기시켰다. 

수원은 3-4-1-2 포메이셔션으로 선발 명단을 꾸렸는데, 이스턴SC를 상대로 5-0 대승을 거뒀던 당시와 운영법이 유사했다. 스리백 앞에 김종우(24)가 빌드업 미드필더로 서고, 왼발을 쓰는 중앙 미드필더 이용래를 왼쪽 측면에 기용했다. 염기훈과 박기동이 투톱으로 서고, 산토스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이스턴전에 서정원 감독은 라인을 내릴 상대를 공략하기 위해 매우 공격적인 전형을 준비했다고 했다. 강원은 이스턴과 비교하면 전력이 훨씬 강한 팀이다. 당장 6라운드 일정에 제주유나이티드를 적지에서 꺾은 팀이다. 강원은 볼 소유를 즐기고, 이근호 디에고 문창진 황진성 등 전방 지역에 공격 재능이 출중한 선수를 보유했다. 

수원의 도전적인 전술은 FA컵과 ACL 경기를 병행해야 하는데 상황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수원에 필요로 했던 변화와 활기를 가져다줬다. 이스턴전과 비교해 다른 것은 스리백 라인에 호주 수비수 매튜(28)가 나서고, 김종우의 미드필더 파트너로 이종성이 나선 것이다. 

#호주 수비수 매튜, 잃었던 자신감 회복한 멀티골

강원전에 멀티골을 기록한 매튜의 활약은 탁월했다. 인천과 FA컵 32강전 경기에도 선발로 활약한 매튜를 향해 킥오프전 수원 원정 서포터즈가 힘찬 응원 구호를 외쳐주기도 했다. 스리백의 좌측을 담당한 매튜는 이용래의 배후 공간을 안정적으로 커버했고, 패스 연결도 매끄러웠다.

매튜의 활약은 무엇보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빛났다. 전반 35분과 후반 32분에 코너킥 상황에서 탁월한 위치 선정과 강력한 헤더로 득점했다. 전반전 동점골 득점 이후 매튜의 플레이는 한층 더 안정을 찾았다. 매튜와 함께 올 시즌 수원에 입단한 골키퍼 신화용은 매튜가 “FA컵 인천전을 통해 자신감을 많이 찾은 것 같다”고 했다.

“처음 수원에 왔을 때 굉장히 파이팅이 넘쳤다. 본인의 자리에서 힘있는 플레이를 했는데, 어느 순간 자신감이 떨어졌더라. 평소 자신감을 갖고 하라고 얘기해왔는데, 오늘 그렇게 잘 해준 것 같다. 감독님도 그렇고 나도 매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하라고 했다. 감독님도 믿음을 주셨고, 오늘 광선이, 상기와 함께 잘 해줬다.”

야심차게 K리그 무대에 도전한 매튜는 시즌 초반 팀의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은 물론, 팀 내부 주전 경쟁에서도 쉽게 우위를 점하지 못하며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서정원 감독은 “매튜는 전부터 우리 수비 족에 아쉽던 부분이 있어서 영입했다”고 했다. 매튜는 높이와 빌드업 능력을 두루 갖춘 현대형 센터백이다. 

“지금까지는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다. 매튜가 가진 능력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가면서 적응을 하고 있다.” 매튜는 인천전에 이어 강원전에 선발로 나서 연승에 기여하면서 100%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정수의 갑작스런 은퇴 선언 속에 수비진에 공백이 생긴 수원은 매튜가 살아나면서 한 시름 놓게 됐다.

#수원 중원의 활력소, 빌드업 미드필더 김종우

매튜의 두 골을 모두 어시스트한 미드필더 김종우의 활약도 천군만마다. 김종우는 매탄고 추신으로 수원 유스가 배출한 작품이다. 2015시즌에 수원FC로 임대되어 K리그클래식 승격을 이끈 핵심 선수로 활약해 주목 받았다. 2016시즌 수원으로 돌아와 시즌 초반 기회를 받았으나 이후 출전 명단에 들기도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서 감독은 “종우는 유스에서 키워오면서 가진 기량이 상당히 좋았다. 체력적인 부분, 악착 같은 몸싸움 등이 조금 떨어졌다”며 그 동안 김종우가 탁월한 축구 센스를 갖추고도 출전 기회를 받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종우는 세련된 볼터치와 드리블, 창조적인 스루 패스 능력을 갖춘 플레이메이커 유형의 선수다.

지금 수원에는 2선 공격수 자리에 산토스와 다미르가 있다. 김종우는 그 보다 한 칸 아래에서 공격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수원의 전술에선 전방 압박 및 수비 가담력이 필요하다. 김종우는 올 시즌 출전 기회를 늘리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발전이 있었다. 

“시간 흘러가면서 그런 부분을 종우가 채웠다. 워낙 기술이 좋고 볼 연결이 좋은 선수다. 조금 더 경험이 쌓인다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 서 감독의 기대처럼 김종우는 공격 지역에서 다소 거리가 있는 빌드업 미드필더 자리에서 플레이 기점 역할을 수행하면서, 때로 과감하게 전진해 골 찬스를 만드는 역할로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그동안 더 입지가 탄탄했던 이종성 보다 중원에서 날렵한 모습을 보였다. 

염기훈의 왼발에 의존하던 수원의 세트피스는 김종우의 오른발이 터지면서 상대팀에 더 혼란을 주고 있다.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세계적으로도 골의 30%는 세트피스에서 나온다. 비중이 크다. 우리에겐 좋은 키커가 있다. 연습 때 여러 가지 준비를 한다. 상대도 우리를 연구할 것이다. 역으로 상대 허를 찌를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김종우가 나온 것처럼) 키커가 두 세 명으로 늘어나면 상대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김종우는 매튜의 헤더 득점으로 이어진 두 차례 코너킥을 모두 연결해 2도움을 기록했다. 후반 28분에는 페널티에어리어 근거리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를 직접 슈팅으로 연결했다. 염기훈도 슈팅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김종우가 차면서 강원 수비의 예측을 벗어났다. 김종우의 슈팅은 수비벽을 맞았지만 아슬아슬하게 윗그물에 걸치며 무산됐다. 

수비 라인에 매튜, 미드필드 라인에 김종우의 경기력이 살아나고 있는 것은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은 물론, 플랜A가 경직됐다는 평가를 받는 수원에 호재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둘 사이에 교감이 잘 이뤄지고 있는 것은 더더욱 반가운 일이다. 스리백 앞 지역에서 전방까지 움직이는 김종우는 매튜와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도 접점이 없지 않다. 강원 원정에서 거둔 리그 첫 승은 김종우-매튜 카드의 활용도를 검증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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