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요즘 마드리드 더비는 엘클라시코만큼이나 국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14년과 2016년 유럽클럽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서 만났다. 그리고 2017년 UCL 준결승전에서 마드리드 양강의 만남이 또 한 번 성사됐다.

UCL 우승의 권위는 그 어떤 대회와도 비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결에서 승리가 더 간절한 쪽은 아틀레티코마드리드일 것이다. 2014년과 2016년 결승전에서 모두 레알이 우승했다. 두 경기 모두 정규 시간 간에 승부가 나지 않았다. 

특히 2014년의 경우 아틀레티코가 후반 추가 시간 전까지 1-0으로 리드했다. 추가 시간에 동점골을 내주고 연장전에 역전당했다. 

아틀레티코의 황금기를 이끈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부임 후 가능한 모든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첫 시즌에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룬 뒤, UEFA슈퍼컵, 코파델레이, 라리가,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를 차례로 제패했다. 두 번이나 준우승에 그친 UCL 우승이 간절하다. UCL 우승을 이룬다면 시메오네 감독은 다음 스텝을 위한 ‘이적’을 미련 없이 결심할 수 있을 것이다.

지네딘 지단 감독에게도 아틀레티코와 경기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2015/2016시즌 도중 라파 베니테스 감독이 경질되면서 레알마드리드 2군팀인 카스티야를 이끌다 1군 팀을 맡았다. 데뷔전이었던 데포르티보라코루냐와 경기에서 5-0 대승을 거뒀다. 이어 치른 스포르팅히혼전도 5-1 대승이었다.

#지단은 이미 첫패의 기억을 극복했다

레알베티스와 원정 경기에서 1-1로 비겼지만, 에스파놀에 6-0 대승을 거두며 홈 3연승 과정에 16골을 몰아쳤다. 로마와 UCL 16강 1차전 경기까지 4연승이 이어졌다. 지단 감독 부임 후 첫 번째 패배, 홈 4연승의 기세를 꺾은 경기가 아틀레티코와 2016년 3월 27일에 치른 마드리드 더비였다.

레알은 이 경기에서 후반 8분 앙투안 그리즈만에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졌다. 지단 감독 부임 후 첫 무득점 경기이기도 했다. 지단 감독은 부임 초기 매우 공격적인 선수 기용과 화끈한 축구로 기대를 모았는데, 이 경기 패배 이후 카제미루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세우며 전술 변화를 꾀했다. 그리고 이 전술로 UCL 우승까지 이뤘다. 

지단 감독에게 아틀레티코는 뼈아픈 교훈을 준 팀이다. 그리고 UCL 결승전에서 그 아픈 패배를 제대로 설욕했다. 당시 전반 15분 세르히오 라모스의 선제골로 앞서간 레알은 후반 34분에 야닉 카라스코에 동점골을 내줬다. 연장전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에 접어들었다. 레알은 다섯 명의 키커가 모두 침착하게 성공했고, 아틀레티코는 네 번째 키커 후안프란이 실축했다. 

지단 감독은 부임 후 첫 풀시즌인 2016/2017시즌에 본색을 드러냈다. 지단 감독의 팀은 개인 보다 단체를 중시하고, 로테이션을 적극 활용한다. 반짝 보다 꾸준함을 추구한다. FC바르셀로나를 탈락시킨 유벤투스의 끈끈함이 돋보이는 시즌이지만, 레알 역시 1년 내내 견고함을 유지해왔다. 세간의 평가는 유벤투스와 레알의 우승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두 팀의 결승전은 객관적 전력으로 평가하면 합당한 만남처럼 보인다.

그러나 레알에겐 2011/2012시즌 이후 이루지 못한 라리가 우승을 달성해야 한다는 미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바르사와 아틀레티코가 나란히 고전한 시즌, 지단 감독은 지난시즌 이미 이룬 UCL 우승 보다 라리가 우승에 더 신경이 쓰일 것이다. 

#시메오네는 아직 마드리드 더비가 아프다

단기전에 더 강하게 집중하고, 동기부여가 되어있을 팀은 아틀레티코일 것이다. 이미 올 시즌 최소한 4위 자리를 확보한 아틀레티코는 UCL 우승이라는 목표가 더 절박하고, UCL 우승은 곧 다음 시즌 UCL 진출권 확보를 뜻하는 만큼 선택과 집중이 분명하게 이뤄질 것이다. 레알은 올 시즌 라리가에서 치른 마드리드 더비에서도 1승 1무로 우위다. 아틀레티코는 그런 점에서도 이번 승리가 절실하다. 비센테칼데론에서 열리는 마지막 마드리드 더비라는 점에서 팬들의 열망도 더 크다. 

지단 감독이 자신의 레알 1군 감독 부임 후 첫 패의 감정을 UCL 결승전 승리로 잊은 반면, 시메오네 감독은 극한의 절망감을 맛보게 한 두 번의 UCL 결승전 마드리드 더비를 잊을 수 없다. 단판전으로 열린 결승전보다,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진행될 준결승에서 만난 것은 힘을 배분하고,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아틀레티코에게 오히려 더 반가울 것이다.

UCL 준결승 1차전은 5월 2일, 2차전은 10일로 예정되어 있다. 아틀레티코가 2차전을 홈에서 한다는 점 역시 유리한 점이다. 레알은 당장 한국 시간으로 24일 새벽에 바르사와 엘클라시코를 치르고, 데포르티보라코루냐와 쉽지 않은 원정 경기 이후 발렌시아를 만난 뒤 준결승 1차전 일정을 맞이한다.

아틀레티코의 일정표도 쉽지는 않다. 에스파뇰, 비야레알, 라스팔마스와 원정 경기다. 레알 원정에 앞서 라스팔마스 원정을 치르는 것은 체력적 부담이 크다. 먼 원정길에 몇몇 선수는 휴식을 취해야 할 것이다. 레알은 아틀레티코 원정으로 치를 2차전 사이에 그라나다 원정을 간다. 아틀레티코는 에이바르와 홈경기다. 2차전 경기를 앞둔 일정은 아틀레티코가 조금 유리하다. 

조건은 팽팽하다. 경기는 선수들이 하지만, 지단 감독과 시메오네 감독의 수 싸움이 차이를 만들 것이다. 180분 승부의 수 싸움에는 많은 변수를 통제할 수 있는 치밀함이 필요하다. 역대급 마드리드 더비에 대한 기대감으로, 벌써부터 축구 팬들은 흥분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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