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분데스리가는 아시아 선수들과 가장 밀접한 인연을 맺고 있는 빅 리그다. 냉정한 카메라워크와 뜨거운 서포팅, 수준 높은 경기력이 축구팬들을 유혹한다. ‘Football1st’가 독일에서 첫 번째로 흥미로운 축구적 순간을 찾아 나섰다. <편집자주>

바이에른뮌헨의 최근 5경기 성적은 2무 3패다. 이 다섯 경기를 통해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DFB포칼에서 모두 탈락했다. 늘 3관왕을 노리는 바이에른은 이번 시즌에도 컵대회 없이 독일분데스리가 우승에 머물러야 한다.

바이에른은 시즌 중반 20경기에서 18승 2무를 거두는 엄청난 기세로 3개 대회에서 모두 순항했다. 전반기 막판부터 후반기까지 이어진 승승장구로 분데스리가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호펜하임에 0-1로 패배하며 오랜만에 승리를 놓쳤지만, 9일에 라이벌 보루시아도르트문트를 4-1로 꺾으며 회복하는듯 보였다.

그러나 이후 부진이 이어졌다. UCL에서 레알마드리드에 2전 전패를 당해 탈락했다. 그 사이에 벌어진 분데스리가는 바이엘04레버쿠젠, 마인츠05를 상대해 모두 무승부에 그쳤다.

2관왕을 위해 꼭 이겨야 했던 27일 DFB포칼 준결승에서도 바이에른은 패배했다. 보루시아도르트문트에 2-3으로 졌다. 전반 19분 마르코 로이스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하비 마르티네스, 마츠 훔멜스의 연속골로 리드를 되찾은 바이에른은 프랑크 리베리를 중심으로 활발한 공격을 펼치며 경기를 장악했다. 그러나 막판으로 갈수록 경기력이 떨어진 끝에 후반 24분과 29분 연속골을 얻어맞고 역전 당했다.

남은 건 이미 확정 단계에 들어간 독일분데스리가 우승이다. 이번 시즌이 팀당 4경기씩 남은 가운데, 바이에른은 2위 RB라이프치히를 승점 8점차로 따돌리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최근 기복이 생겼지만 남은 4경기 중 3경기나 놓칠 가능성은 희박하다.

바이에른은 18일 전 도르트문트를 대파했던 분데스리가 경기와 거의 같은 라인업으로 나섰다.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의 부상 공백을 스벤 울라이히가 메웠을뿐, 필드 플레이어 선발 구성으 똑같았다. 그러나 성공 공식은 반복되지 않았다. 후반 체력 문제가 두드러졌다. 지난 주말 리그 경기와 선발 라인업 3명을 바꾸며 나름대로 로테이션 시스템도 시도했지만 레알 선수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경기력이 떨어졌고, 도르트문트의 속도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우스망 뎀벨레의 기민한 드리블을 막는 속도가 떨어졌다.

최근 3~4일 간격으로 8연전을 치르는 동안 전경기 출장한 선수가 하나도 없다는 점을 보면 안첼로티 감독이 나름대로 선수단의 체력을 안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선수 조합이 가장 자주 바뀐 수비진은 센터백들이 돌아가면서 부상을 당해 어쩔 수 없이 라인업을 바꿨을 뿐이었고, 100%의 조직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바이에른의 경기력을 보면 이 정도 안배로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도르트문트전에 선발로 나선 바이에른 선수 중 5명이 30대였다. 그중 아르투로 비달은 최근 7경기에서 연속 선발 출장했고, 이미 레알마드리드 상대로 퇴장을 당하며 피로가 누적된 듯한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30대는 아니지만 다비드 알라바도 7경기 연속 선발 출장해 5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티아구 알칸타라의 경우 시즌 전체를 놓고 볼 때는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않았으나 최근 6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했다. 도르트문트전 멤버 중 일주일 전 레알마드리드 상대로 연장전까지 소화한 뒤 3연전을 가진 선수가 4명 있었다는 점도 기억할 만하다.

안첼로티 감독은 시즌 전반기에 다양한 조합을 실험하며 자연스럽게 주전급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했다. 그러나 4-2-3-1 위주 포메이션과 알칸타라, 비달을 중심으로 한 미드필드 조합이 ‘플랜 A’로 자리잡은 뒤에는 선수 교체를 꺼렸다. 더 젊은 선수단으로도 다양한 전술, 다양한 조합을 시즌 내내 시도하고 있는 도르트문트에 비해 자연스럽게 뒷심이 달렸다.

안첼로티 감독에게 남은 건 4경기를 잘 마무리해 분데스리가 우승을 확보하는, 어렵지 않은 과제뿐이다. 어려운 건 그 다음이다. 새로운 바이에른을 구상해야 한다. 플랜 A의 일원인 사비 알론소, 필립 람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여전히 주전급이긴 하지만 비달, 하피냐, 리베리, 아르연 로번 등은 기량 하락을 우려해야 할 나이로 접어들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거액을 투자해 영입한 유망주 헤나투 산체스는 팀 전술에 전혀 적응하지 못했다. 다음 시즌부터 산체스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고민의 대상이다. 수비진에는 니클라스 쥘레, 제바스티안 루디의 영입이 이미 결정돼 있지만 미드필드와 공격진에 걸쳐 전방위적인 보강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결장할 때 기용할 수 있으면서도 때론 파트너 역할까지 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공격수, 더글라스 코스타와 킹슬리 코망보다 더 믿을만한 '로베리'의 후계자, 알론소의 역할을 이어받을 지능적인 미드필더 등이 필요하다. 알론소와 람의 후계자는 쥘레, 루디, 조슈아 킴미히 등 기존 선수들 중 찾을 수도 있다. 역시 안첼로티 감독의 과제다.

도르트문트에 패배하며 바이에른의 이번 시즌 도전은 일찌감치 마무리됐다. 안첼로티 감독의 첫 시즌은 긴 과도기였다. 시즌이 끝나면 또 변화가 시작된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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